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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무르기는 없다?!

정규직화 정책을 흔드는 자, 각오해야 할 것

등록일 2022년03월03일 15시1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정태호 전국공공산업노동조합연맹 공공산업희망노동조합 위원장

 

윷놀이의 추억

 

지난 설 명절에 오랜만에 가족들과 둘러앉아 윷놀이를 했다. 어렸을 때는 자주 모여서 했던 기억이 있는데, 최근 뜸했었다. 가족들과 저녁 식사 후 TV만 보기 뭐해서 서랍 속 윷을 찾아 둘러앉았다. 2대2로 편을 나눠서 한 윷놀이는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윷놀이의 특성상 말을 어떻게 놓냐에 따라 승패가 엎치락뒤치락 하는 가운데, 치명적인(?) 말 놓기 실수를 한 어머님이 한마디 했다. “아들아, 놓은 말을 물리면 안 되겠니?” 나는 고민도 하지 않고 한마디 했다. “무르기는 없습니다...”

 

한바탕 웃었던 윷놀이가 끝나고, 저녁 뉴스를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윷놀이에는 무르기가 없다고 했는데, 정치와 정책에는 무르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다. 지금의 정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볼 때, 우리 노동자들의 삶을 결정짓는 노동정책에는 무르기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 출처 = 이미지투데이

 

정규직화 정책의 결과

 

5년 전, 2017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전격적으로 대통령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선언했다. 예상치 못한 일이기에 어리둥절했지만, 정치가 우리의 삶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고, 그렇게 우리는 정규직이 되었다. 전셋집 임차인처럼 2년마다 계약서를 갈아 써야 하는 소위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이 된 것이다.

이후 진행된 노·사·전문가협의체를 통해서 정규직화의 방식이 결정되었고, 정규직으로 전환 된 지 2~3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이제 우리도 짤릴 걱정하지 않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월급도 오를 거라는 믿음이 생겨나고 있다. 용역 시절에는 없었던 노동조합도 생겨나 해마다 있는 임금교섭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협약 체결 이후에 받는 임금 차액 소급분으로 무엇을 할까 하는 행복한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불안한 정규직화

 

그런데 나는 아직도 불안하다. 이런 행복이 얼마나 갈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앞선다. 조합원들은 이렇게 질문한다. “정규직 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설마 다시 용역으로 가겠어요?” 나 또한 그러길 간절히 바란다. 설마 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기를.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자. 대통령이 바뀌고,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정규직화 정책이 3일 만에 발표되었다. 거꾸로 생각해보면 그만큼이나 대통령 선거 이후에 변할 가능성 또한 높다는 것이다.

 

‘누가 되는지’도 중요하지만, ‘누가 되더라도’도 중요하다.

 

앞서 설명절에 가족들과 웃으며 했던 윷놀이에서는 무르기를 몇 번을 해도 상관이 없다. 가족들과 즐겁게 하는 놀이에서는 다시 돌아가도 그만, 져도 그만이다. 그저 웃으면 되고 즐거우면 될 일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을 결정짓는 정책은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 정규직화 정책은 수만 명, 아니 수십만 명의 삶이 달린 정책이다.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을 선택하는 것은 중요하다. 나 또한 한국노총이 선택한 후보가 우리 노동자들의 삶을 더 낫게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사람이 되든, 다른 사람이 되든, 누가 되더라도 우리의 삶을 다시 후퇴시켜서는 안 될 것이다. 말 그대로 우리의 삶에, 노동자의 삶에 무르기는 없다.

 

누구라도, 우리의 삶을 후퇴시키는 자가 있다면 각오해야 할 것이다. 만일 무르기를 한다면, 우리 노동자 스스로가 윷놀이판과도 같은 정치판을 뒤엎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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