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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에 빠져 잿더미가 된 밀레니얼의 초상

최수빈

등록일 2022년03월03일 10시13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작년 가을, 나는 아무런 계획도 없이 충동적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 틀어박혔다. 육 개월 동안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몇 년 만에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잠만 잤다. 아무리 자도 피곤은 가시지 않고 더 많은 잠을 자고 싶다고 생각했다. 부모님과 친구들이 번갈아서 방문을 두드리며 도대체 뭐가 그렇게 힘들어서 이러는 거냐고 물었다. 방을 나설 때까지 그 물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나조차도 내가 왜 힘든 건지 몰랐다. <요즘 애들>을 읽고 나서야 지난 물음에 답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밀레니얼로 살면서 번아웃이 올 수밖에 없는 상황에 계속 노출되어 있었고, 결국엔 번아웃에 걸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었다.

 

이 책은 밀레니얼 세대가 번아웃을 필연적으로 경험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그건 밀레니얼이 이전 세대보다 훨씬 나약한 존재라서가 아니라 현재의 사회 구조가 밀레니얼이 번아웃을 겪을 수밖에 없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줄곧 유례없는 호황을 이어가던 세계 경제는 베이비붐 세대가 밀레니얼을 낳아서 기르기 시작할 즈음부터 침체되어 갔다. 경제를 예전의 상태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핑계로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서 고용의 불안정성은 높아지고 각종 복지 제도는 축소되었다. 이런 경제 상황 속에서 베이비부머들은 조상 대대로 유지해온 아메리칸드림의 명맥이 자기 대에서 끊길 수도 있다는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렸다.

 

베이비부머는 생애 동안 경험해온 계층 하락에 대한 불안감을 자녀에게 세습하지 않기 위해 어릴 적부터 밀레니얼 세대를 좋은 대학에 가고, 좋은 직장에 갈 수 있는 사람으로 혹독하게 준비시켰다. 밀레니얼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내는 시간 없이 대학 입학처와 회사가 혹할 만한 자기소개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밀레니얼이 학창 시절의 고군분투에 따르는 고통과 분노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부모와 스승은 노력의 대가로 안정과 성공이 확실히 주어질 것이라고 보장해서 그들이 스스로 입을 닫게 했다. 하지만 밀레니얼은 많은 희생과 노력 끝에 대학에 가고, 열정을 쏟을 수 있는 일을 찾았음에도 어른들이 보장했던 안정적인 삶에 도달할 수 없었다. 밀레니얼을 기다리고 있는 건 엄청난 규모의 학자금 대출과 형편없는 고용 안정성, 낮은 임금과 같은 불안정한 삶의 기반이었다.

 

밀레니얼은 자신이 안정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를 개인의 실패에서 찾으며 더 많은 일을 하도록, 더 많은 기대를 충족시키도록, 더 효율적인 사람이 되도록 자기 자신을 몰아붙인다. 그 결과 밀레니얼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탈진 상태에 이른다. 탈진할 정도로 노력했음에도 밀레니얼의 삶은 안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번에도 밀레니얼은 스스로를 탓하며 이미 한계에 이르렀음에도 자기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세운다. 밀레니얼은 이런 과정을 거쳐서 필연적으로 번아웃에 빠진다.

 


△ 출처= 이미지투데이

 

밀레니얼의 번아웃은 그 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대로 젊은 세대의 번아웃을 방치한다면 국가적인 위기가 발생하게 된다. 이미 할 일이 지나치게 많은 밀레니얼 세대는 연애와 결혼, 출산에 따르는 추가적인 일을 거부한다. 따라서 밀레니얼의 번아웃은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사회적 과제다. 밀레니얼의 번아웃은 자기계발서나 심리 상담, 또는 생산성 앱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번아웃을 유발하는 사회 구조의 개선을 통해서만 해결될 수 있다. 밀레니얼을 비롯한 모든 세대의 사람들에게 ‘요즘 애들’을 번아웃에 빠질 수밖에 없게 하는 구조적인 문제들을 개선하는 데 관심을 두고 참여해 달라고 요청하면서 책은 끝난다.

 

밀레니얼 세대에 관한 담화가 날마다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야기는 밀레니얼이 무엇을 소비하는지, 밀레니얼 직원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서 그친다. 밀레니얼의 정체성과도 같은 고통과 우울함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밀레니얼 세대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그들의 소비패턴과 특징을 고민하기 전에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일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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