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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끝나지 않는 악몽

영리병원 개설을 둘러싼 논란

등록일 2021년12월06일 08시3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윤정 한국노총 정책2본부 차장

 

국내 첫 영리병원으로 추진되었던 제주 녹지국제병원의 개원을 두고 제주도가 개원 허가를 취소한 것이 부당하다는 항소심 판결이 지난 8월에 나왔다. 1심은 제주도의 개설허가 취소 처분이 합당했다고 판결을 내렸지만, 2심에서는 녹지국제병원이 개설하지 못한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제 한국의 영리병원 허용 여부는 대법원의 결정에 달려있다.

 

한국의 첫 영리병원이 될 뻔한 녹지국제병원

 

지금 논란이 되는 녹지국제병원 개원 문제는 서귀포 제주헬스케어타운 조성사업에서 외국계 의료기관 설립이 추진되면서 출발했다. 2012년 7월 중국 부동산 기업인 녹지그룹이 제주헬스케어타운에 투자유치를 결정하면서 제주도와 관련 협약을 맺었다. 2015년 3월 제주도 영리병원 건립 사업계획서를 제출했지만, 보건복지부가 이를 반려했다.

 

이에 녹지그룹은 개설허가 사전심사 재청구를 했고 그해 12월 복지부가 이를 승인했다. 2017년 7월 47병상 규모의 녹지국제병원 건물이 준공됐고 사용승인이 완료된다. 이어 8월 녹지그룹은 제주도에 녹지국제병원 개설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제주도민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제주도는 공론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녹지국제병원 개원에 대한 공론조사를 시행한다.

 

제주도민 3천 명을 대상으로 3개월 동안 시행한 공론조사는 ‘녹지국제병원 개원 불허가’가 전체 응답자 중 59%를 차지하면서 공론조사위원회를 제주도에 ‘개설 불허가’를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하고, 녹지국제병원에 내국인을 제외한 외국인 의료관광객만을 대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조건부 개원을 허용한다.

 

하지만 녹지국제병원은 허가 3개월 이내에 개원하지 않았다. 3개월이라는 기간이 중요한데, 의료법 64조 1항을 보면 개원 허가를 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업무를 시작하지 않으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녹지국제병원이 3개월이 지나도 개원하지 않자 제주도는 2019년 4월 녹지병원 개설 허가를 취소했다.

 


 

영리병원 개원을 막기 위한 노동시민단체의 처절한 요구를 짓밟는 2심 판결1)

 

녹지병원 측이 제주도의 개설허가 행정 처분에 반발하여 ‘내국인 진료 제한’ 및 ‘외국의료기관 개설 허가조건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하면서 끝난 줄 알았던 영리병원 개원에 대한 불안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 다행히 지난해 10월 제주지법 1심 재판부는 개원 취소 행정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1심은 “녹지 제주가 제기한 조건부 허가의 위법성을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개원 허가에 공정력이 있는 이상 일단 허가 후 3개월 이내에 의료기관을 개원해 업무를 시작해야 했지만, 무단으로 업무 시작을 거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번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혔다. 2심 재판부는 “녹지제주가 예상치 못한 조건부 허가와 허가 지연으로 인해 개원을 준비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3개월 이내에 병원을 개원하기는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한다”며 “기한 내 개원 못 할 사유가 있었음에도 허가를 취소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영리병원이 가져올 한국의 의료재앙2)

 

이제 대법원의 판단에 우리 의료의 미래가 달려있다. 대법원이 녹지국제병원 측에 손을 들어주게 된다면 경제자유구역에 영리병원 우후죽순 생겨날 것이다. 영리병원은 기업과 마찬가지로 병원에서 번 돈을 투자자에게 분배해줄 수 있으며, 병원은 하나의 의료기관이 아닌 기업이기에 수익성을 자연스럽게 추구할 수 밖에 없다.

 

의료영리화의 대표적인 나라인 미국에서는 영리병원이 진료비가 비영리병원보다 20%나 비싸고 과잉진료가 만연하다. 영리추구를 위해 비싼 의료상품을 출시하여 의료비를 급증시키고, 영리병원 주변 비영리병원의 의료비까지 상승하는 효과까지 생긴다. 고용비 절감을 위해 비숙련 의료인력을 채용하면서 치료 효과마저 떨어질 것이다.

 

또 필수의료를 등한시하고 값비싼 치료를 제공하기 위해 명의들과 부유층 한자는 영리병원으로 몰릴 가능성이 크다. 아니면 부유층은 아닐지라도 유명한 의사한테 진료를 받기 위해 영리병원으로 환자들이 향할 것이다. 그럼 건강보험 제도가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으로 인해 건강보험 제도 의무가입에 대한 불만이 나올 수 있으며, 영리병원의 비싼 의료비 가격을 대비하기 위해 국민은 건강보험을 대체할 민간보험에 가입할 가능성도 크다. 현재 OECD보다 낮은 건강보험 보장률을 고려했을 때, 영리병원 설립은 국민에게 아파도 치료를 받을 수 없는 미국 같은 상황을 직면할 수 있다.

 

영리병원이 아닌 공공병원 설립이 우선이다

 

지금 우리는 전체 요양기관 중 10%도 미치지 못하는 공공병원이 코로나19 환자의 80%를 치료하면서 공공병원의 중요성이 깨달았지만, 여전히 정부는 공공병원 신설을 주저하고 있다. 서울은 지금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하는 병상가동률이 90%에 육박하고 있으며, 일부 공공병원에서는 병상 100%를 가동하고 있어 병원 내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자리가 있는 비수도권(칠곡이나 군산 등) 공공병원으로 이송되어야 한다.

 

늘어나는 코로나19 감염자를 치료하기 위해 정부는 민간병상 확보를 위해 민간병원에 협조를 구하고 있지만, 비영리법인인 민간병원이 대다수를 자치하는 한국의 의료체계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이런 기울어진 운동장 같은 상황 속에서 한국의 영리병원 개원은 공공의료 붕괴를 초래할 것이다.

 

외국은 이미 영리병원으로 인해 재앙을 경험했다. 미국은 공공병원과 비영리병원이 코로나19 환자와 가난한 환자를 살리느라 어려움을 겪는 동안, 코로나 환자를 거부하고 노동자 보호장구에 쓸 돈을 줄이고 있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탈리아의 부유한 지역인 롬바르디아는 세계적인 수준의 의료시설을 자랑했는데,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국경없는의사회가 파견 갈 정도로 심각한 재앙에 직면했다.

 

롬바르디아는 지난 25년간 공공병원의 상당 부분을 수익을 창출하는 영리병원에 위임하면서 심장 수술이나 종양학과 같은 수익성 있는 전문 분야만 양성하고, 필수의료를 방치했다. 결국 롬바르디아는 공중보건 및 중환자실 부재, 영리병원과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관한 계약에 몇 주를 소비하면서 적절한 대응 시기를 놓쳐 이탈리아 지역 중 가장 높은 치사율을 기록했다.3)

 

이처럼 코로나19 위기 사태에서 영리병원이 국민에게 악영향을 미칠 것이 자명한 가운데 대법원의 판결에 한국 전체 국민의 건강권이 달려있다. 대법원은 한국의 보건의료체계의 공공성을 파괴하는 판결을 내리지 않기를 바란다. 한국노총과 노동시민단체는 힘을 합쳐 영리병원을 막아낼 것이며, 한국에 단 한 곳의 영리병원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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