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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노총의 새로운 도전, 본격적 항로에 들어서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설립 추진 경과 및 향후 계획

등록일 2021년09월03일 13시01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송명진 한국노총 플랫폼노동공제회추진단 본부장

 

한국노총은 시대의 변화 속에서 혁신을 거듭해왔다. 주어진 과제들에 대해 원칙적으로 대응하면서도 도그마에 빠지지 않고 현실적 판단과 유연성을 갖추고자 노력했다. 이제 디지털기술의 발전과 함께 가속화된 노동시장의 변화를 맞닥뜨린 한국노총은 노동공제회라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하며 디지털자본주의 시대 노동운동의 신항로를 개척하고자 한다.

 

10월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의 출범을 앞두다.

 

한국노총은 7월 1일 제88차 중앙집행위원회 회의에서 한국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을 위한 산하조직 모금운동을 결의했다. 코로나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며 전 조직적 모금사업에 객관적 장애가 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8월말까지 2억 8천만원이 넘는 모금액이 한국노총에 전달되었다. 비영리재단법인 설립인가에 필요한 기본재산 5억원을 포함한 6억원 조성 목표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여름휴가 기간동안 이루어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단한 성과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는 8월 25일 설립 발기인대회를 마친 후 8월말까지 1차적으로 마련된 설립기본재산을 바탕으로 설립신고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조직적 의결을 거치지 못해 모금운동을 전개하지 못한 조직들을 위해 산하조직 모금운동 기간은 9월말까지 연장할 계획이다. 설립인가가 9월말까지 이루어질 경우 재단법인 등록을 거쳐 10월 중 공식 출범이 이루어질 것이다.

 

 

<2021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주요일정>


 

현재 노동운동 전체적으로 노동공제회에 대한 고민이 무르익고 운동의 취지와 방향에 대한 합의가 뚜렷이 형성되었다고 보긴 어렵다. 여전히 ‘새로운 노동운동 방식의 가능성’으로만 여겨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한국노총 대다수의 산별연맹과 지역조직의 대표자, 간부들은 노동공제회라는 전략적 시도의 필요성에 대해 흔쾌히 공감하였고 각 조직의 현실적 조건에서 한국노총의 제안을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였다.

 

한국노총과 함께 노동공제회를 준비하고 있는 비정형노동자 조직들이 깜짝 놀랄만큼 한국노총의 조직적 저력이 단적으로 드러난 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 지면을 빌어 한국노총 각급 조직의 모든 대표자와 간부 동지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노동공제회는 한국노총과 비정형노동 당사자 조직들의 연대의 결실이자 공동의 전략

 

한국노총이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노동공제회가 비단 한국노총의 필요와 노력만으로 준비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사노동자협회, 대리운전협동조합과 같은 플랫폼·비정형노동자 당사자 조직들과 함께 협업하고 연대하는 과정에서 공동으로 구상하고 설계해 온 성과물이다.

 

한국노총이 이들 당사자 조직들과 연계를 갖기 시작한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플랫폼노동이 노동세계의 화두로 등장하며, 불안정·비정형 노동자 보호와 조직화의 중요성에 한국노총이 주목하고 적극적 역할을 전개하면서부터이다. 특히 한국노총 직할의 전국연대노조가 설립된 이후 각 업종과 직종별로 노동조합 조직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가 본격화되며, 불안정노동의 대표직종들에서 자생적으로 형성된 노동자협동조합들과의 교류와 공동사업이 강화되었다.

 

한국노총 입장에선 기존의 조직적 네트워크 범위 바깥에 있는 새로운 영역의 노동자들과 접촉하고, 실태와 요구를 파악해 초동주체를 발굴할 수 있는 교두보가 필요했다. 협동조합들은 한국노총의 조직적·사회적·정치적 자원의 지원이 요긴했다. 한국노총과 당사자 조직들은 공동의 사업과 투쟁을 전개하며 신뢰를 축적해나갔고, 현시기 노동자운동의 대안전략을 함께 꿈꾸기 시작했다. 그것은 개별 조직들의 수공업적 조직화 방식에서 벗어나 규모 있는 노동자공제운동을 통한 조직화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의 플랫폼노동공제회 설립방안 연구가 실제 설립논의의 단초를 만들었고, 한국노총 바깥에서도 활발해진 노동공제회에 대한 논의와 시도는 한국노총의 보다 즉각적인 사업실행을 촉진했다. 올해 초 한국노총내 플랫폼노동공제회 추진단이 설치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택배, 프리랜서 강사 조직들까지 결합하며,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라는 구체적인 모습을 제시하기에 이르렀다.

 

노동공제회의 세부 설계도

 

한국노총이 당사자조직들과 함께 만드는 노동공제회의 명칭은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이다. 약칭은 ‘한국노동공제회’로 하기로 했다. 설립초기엔 가사서비스, 대리운전, 배달, 택배, 프리랜서 강사 등 플랫폼·특고·프리랜서의 대표적인 5개 직종 노동자를 대상으로 시작한다. 이후 차츰 직종을 확대하고 나아가 소규모사업장 노동자나 단기계약직과 같은 비정형·불안정노동자 일반을 포괄하고자 한다.

 

공제회의 기본 성격으로 노동자 자조조직을 지향하고 있다. 자주성이 기반될 때 노동자조직화 거점으로서의 역할에서 제약이 덜 할 것이기 때문이다. 초기 재원을 한국노총 산하조직 모금운동을 통해 형성하려 했던 것도 재정에서의 독립성과 자주성을 확보하고자 함이었다. 한편, 공제회의 법적 실체는 민법상의 비영리재단법인이다. 향후 법적근거가 확보될 경우 특수법인으로 전환할 것을 계획하고 있다.

 

공제회 회원은 개인 가입을 기본으로 하되, 공제회 운영에 있어 한국노총 산하조직이나 협동조합조직들이 회원단체로 참여해 회원의 모집과 조직화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고 공제회는 이들 회원조합에 대한 지원과 신규 조직 육성을 진행할 것이다.

 

공제회 사업은 특별사업, 기본사업, 직종별사업, 기반조성사업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출범 초기 특별사업으로는 목돈마련 응원이자 지원사업이 핵심이다. 공제회 회원이 시중은행의 적금상품에 신규가입하면 납입금액(월 납입액 10만원, 20만원 중 선택)에 대해 연간 최대 20%의 이자를 지원함으로써 부상‧질병‧실업‧전직 등 미래 위험에 대비할 수 있도록 자산형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재원은 금융산업 노사가 만든 금융산업공익재단의 지원을 바탕으로 한다.

 

기본사업은 국가자격증 취득이나 직업교육 이수, 직무테스트, 면접 비용 등 1인 50만원 범위내에서 지원하는 직업훈련 지원사업과 건강검진 시행 및 관리와 치료를 연계해주는 건강증진 사업으로 구성된다. 생활안정자금대출사업도 계획하고 있는데, 서민금융진흥원과 연계해 공제회 회원들에게 완화된 조건으로 금융기관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거나 사회적 금융 기관들의 소액융자사업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직종별 공제사업은 배달노동자와 대리운전노동자의 교통사고율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실습을 병행한 안전교육이 진행된다. 더불어 업무 초기 적응과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직업훈련 시범사업도 추진될 계획이다.

 

기반조성사업에는 개별적, 분산적으로 업무를 수행하는 플랫폼이동노동자의 거점을 마련하고 네트워크 향상시키기 위한 이동노동자 쉼터 조성이 포함되어 있다. 또한 플랫폼노동자를 안전보건교육강사로 육성하고 안전하게 일할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현장교육도 진행할 계획이다.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 추진 예정사업>

 

비정형노동 뿐 아니라 모든노동자의 공제회가 되길 바라며...

 

이제 곧 출범될 공제회에 대한 역할은 노동조합의 조직률 향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사회의 변화속도에 법‧제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는 계속 악화되고 있다. 노동자이지만 노동자의 지위를 인정하지 못하는 상황에 이른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공제회는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는 계층에게 법과 제도가 개선되어 노동자 지위에 대한 정의가 확장되고, 명문화 될 때까지 사회적 안정망으로서의 역할을 할 것이다.

 

공제회가 추진하는 사업들은 노동자라면 누릴 수 있어야 하는 당연한 권리에서 시작된다. 노동자 스스로의 노동권을 찾아가는 새로운 노동운동의 출발점이 될 공제회가 비정형노동자 스스로 노동자의 권리를 되찾고 더 나아가 모든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동공제회의 초석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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