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중에 하나가 멋쟁이가 많다는 것이다. 거리에서 보면 최신 트렌드를 따라 하는 사람들도 많고 자신만의 독특한 개성을 뽐내는 사람들도 유난히 많다고 한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외모를 가꾸는데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편이라고 한다. 멋쟁이가 많다는 것은 좋게 말하면 자기 개발에 열심히 하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타인의 시선을 지나치게 의식한다는 것이다. 아무튼 좋든, 나쁘던 외모를 가꾸는데 있어 우리나라 사람들은 진심인 것이다. 외모를 꾸미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옷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외국인들에게 깔끔하고 스마트란 이미지를 주는 것도 옷을 잘 입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옷을 잘 입는 이유 중에 하나가 옷값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저렴하다고 한다. 명품을 입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경제력에 맞추어 옷을 사 입는다. 옷값 자체가 비싸다면 외모를 가꾸는데 있어서 진심이고 싶어도 진심일 수가 없는 것이다.
하지만 옷값이 싼 만큼 옷이 귀한 줄을 모른다. 요즘은 페스트 패션이라고 해서 유행만 쫓는 옷들이 많이 생산되고 있다. 페스트 패션 때문에 넘쳐나는 옷은 환경문제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야만 하는 노동자들의 노동 환경도 문제다. 즉 옷값을 맞추기 위해 노동자들의 노동 시간 및 임금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천을 짜고 있는 노동자를 그린 작품이 반 고흐의 <베틀>이다.
그림1 <베틀> 1884년, 캔버스에 유채, 70×85, 오테를로 국립 크뢸러뮐러 미술관 소장
가로 세로 커다란 철제 덮개로 된 방적기 안에 노동자가 열심히 실을 직조하고 있다. 방안에는 램프가 켜져 있지만 작고 약한 불빛은 노동자를 비추지 못하고 방적기에서 나오고 있는 직물만 비추고 있다. 거대한 방적기는 연약한 노동자의 몸과 대조를 이루면서 마치 노동자가 기계의 일부분처럼 보이게 한다. 직조공의 어두운 모습과 배경의 밝은 모습은 대비되면서 중요한 것은 노동자가 아니라 방적기에서 나오는 실이라는 것을 강조한다. 또한 전등의 희미한 불빛은 노동자의 가난함을 나타낸다. 당시 전등에 사용하는 기름은 비쌌다. 이 작품은 노동자의 수고와 힘겨움을 나타내기 위해 노동자와 기계가 하나로 연결되게 묘사했으며, 장식이 없는 배경은 가진 것 없이 오로지 노동으로 살 수밖에 없는 고단한 삶을 나타낸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의 이 작품은 그가 사회주의자라는 것을 나타내며 노동자들과 자신이 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면서 그렸다. 당시 고흐는 사람을 기계부품처럼 다뤄지는 산업화에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고흐는 이 작품을 결혼하고 싶어 했던 세 번째 여자 매춘부 시엥과 헤어지고 고향으로 돌아온 후 그렸다. 고흐의 가족들은 고흐가 화가가 되기로 한 결심을 받아들여 집 목사관 옆 부속 건물 하나를 화실로 쓸 수 있게 해주었다. 그 시기에 고흐는 전도사로 활동할 때 노동자 삶에 관심을 가지고 그들을 주제로 그림을 그린다. 그는 노동자들의 비참한 상황을 체험을 통해 누구보다 잘 알았으며 자신도 그림을 그리는 행위를 노동과 같다고 생각했다.
19세기 산업 혁명은 의류 산업에 큰 영향을 끼쳤다. 대량으로 생산되는 직물은 옷을 만드는 일을 빠르게 확산시켰으며 기성복을 탄생시킨다. 집에서 만들어 입던 옷을 양장점에서 맞추어 입을 수 있게 되면서 19세기 유럽의 멋쟁이들은 옷을 주문해서 입기 시작했다.
양장점의 재봉사를 그린 작품이 마코프스키의 <재봉사>이다.
그림2 <재봉사> 1861년, 캔버스에 유채, 59×72, 모스크바 트레타야코프 미술관 소장
붉은색 옷을 여인이 재봉틀에 기대어 앉아 있다. 탁자 앞에는 자개함, 가위, 단추, 천 조각이 놓여 있다. 재봉틀과 탁자 위에 놓여 있는 단추 등등 물건들은 그녀가 재봉사라는 것을 나타낸다. 머리는 손에 기대고 있는 것은 일에 지쳐 있다는 것을 나타내며 또 붉어진 뺨은 고된 노동의 힘듦을 암시한다. 탁자 위에 놓여 있는 광택이 없는 청동 단추는 그녀가 고급 옷을 만들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단정한 머리와 단추가 끝까지 채워진 옷은 깔끔한 그녀의 성격을 나타내며 옷을 만드는 재봉사라는 직업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재봉사 등 뒤에 있는 은색의 주전자와 유리병 그리고 엎어 놓은 유리잔은 장시간 노동하고 있는 재봉사의 현실을 암시한다.
K.E.마코프스키<1839~1915>의 이 작품은 재봉사의 일상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초기에 풍속화가로 활동하면서 착취당하는 하층민을 테마로 주로 그림을 그렸으며 이 작품처럼 재봉일에 지친 여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면서 19세기 러시아의 여성의 현실을 고발했다.
옷을 만드는 과정은 상당히 복잡하다. 재단에서부터 바느질에 이르기까지 오랜 숙련을 거쳐야만 한 벌에 옷이 나오는 것이다.
숙련된 재봉사들을 그린 작품이 보테로의 <바느질 작업장>이다.
그림3 <바느질 작업장> 2000년, 캔버스에 유채, 205×143, 작가 소장
녹색의 옷을 입은 흑인 여인은 뒤로 돌아서 선반에 있는 원단을 꺼내고 있고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가위로 옷감을 재단하고 있다. 중앙에 재봉틀을 돌리고 있는 여인이 중앙에 앉아 있고 화면 왼쪽에 붉은색 옷을 입은 인디오 여인은 손 바느질을 하고 있다. 네 명의 여인이 모여 있는 곳은 바느질 작업장으로 라틴 서민 여인들의 삶의 터전이다. 여인들은 작업장에서 공동으로 바느질하면서 가정의 생계를 책임졌다.
이 작품에서 네 명의 여인들은 라틴 아메리카 특유의 혼합 문화를 나타낸다. 흑인 여성은 강제 이주한 아프리카 문화를, 인디오 여인은 토착민을, 재봉틀을 돌리는 백인 여인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았던 이베리아 문화를 나타낸다. 라틴 아메리카는 이들 세 가지 문화를 상호 작용하에 발전시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냈다.
페르난도 보테로<1932~>의 이 작품에서 바닥과 뒷배경의 노란색, 왼쪽의 붉은색 여인, 오른쪽의 파란색 옷을 입은 여인은 그의 모국인 콜롬비아를 나타낸다. 콜롬비아의 국기는 노란색, 붉은색, 파란색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보테로는 평범한 여인의 일상을 통해 자신의 고향과 조국을 표현했다.
유행도 좋지만 한 번쯤은 유행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일하는 노동자를 생각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