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 정책을 시행하면서 5개 직무의 동일노동-동일임금 실현을 위한 정부표준임금체계를 노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 발표를 앞두고 있다. 표준임금체계의 도입 취지는 이해할 수 있으나 노동계의 의견은 반영되지 않은 일방적인 저임금 노동자의 임금 고착화일 수밖에 없다.
정규직 전환하면 오히려 임금 삭감
그 내용을 살펴보면 직무급제로서 근속기간과 직무에 따라 1~6단계로 나누어져 단계마다 임금을 고정시켜 놓고 있다. 1단계에서 6단계까지 근속기간은 15년이 걸리며 단계마다 약 3만 원 가량의 임금차이를 두고 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부분은 1단계의 임금 설정이 최저임금이라는 것이다. 그동안의 정규직 전환 대상인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임금은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법』 과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에 따라 중소기업중앙회에서 발표하는 시중노임단가의 87.745%(공개입찰의 최저낙찰률)를 적용받아 인건비가 적용되었다. 올해 금액으로만 따지면 2018년 최저시급 보다 30원이 높은 금액이다.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에는 ‘기존 근로조건의 저하 없이 정규직전환을 진행’한다고 명시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인상되어야 할 임금 인상률 보다 삭감되어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로 바뀐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면서 적용받아야 할 임금은 최저임금이 아니다. 정규직 전환 정책이 시행되면서 사실상 용역회사를 선정하기 위한 공개입찰제도는 점차 사라진다고 봐야 하며 그에 종사했던 상시지속적 업무에 해당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설계도 바뀌어야 한다. 정규직 전환 대상인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당연히 공개입찰시 적용하는 낙찰률 금액이 아닌 시중노임단가의 100%를 표준임금체계의 기초설계에 적용하여 임금이 설정되어야 하는 부분인 것이다.
또한 표준임금체계를 적용하게 되면 근속기간이 길어지고 직위가 상승해도 저임금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가 되어, 우리 사회에 만연하게 인식되고 있는 소위 3D노동의 저임금 문제는 해소될 수 없다.
비정규직 명칭만 없어지고 또 다른 차별
결국 비정규직이라는 이름만 없어질 뿐 표준임금체계로 또 다른 차별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다. 표준임금체계에 적용받는 직군의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에 가입하여 임금인상을 위한 교섭에도 표준임금체계에 묶여 임금인상에 난항을 겪을 것이고, 정부와 기업들은 표준임금체계를 둘러대며 그 이상의 임금인상은 어렵다고 호도할 것이 뻔하다.
이미 1월 1일 정규직 전환을 시행한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소도 정부표준임금체계가 발표되기 이전 근로자대표단(노동조합)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표준임금체계를 적용하여 노동자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 애초부터 표준임금모델 설계에 대해 정부는 노동계의 의견을 반영할 의사가 없던 것은 아닐까.
정부표준임금체계에 최저임금이 반영되면서 인상된 최저임금이 마치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으로 평준화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스러움을 표하면서 정부는 표준임금체계를 다시 원점으로 돌려 노동계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여 재설계해야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