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우(전국식품산업노련 기획정책본부장)
축구경기를 보다가 우리 팀이 주심으로부터 편파판정을 당해서 패하면 화가 난다. 가령 월드컵과 같은 큰 경기에서 오심 또는 사심 때문에 팀이 지면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VAR(비디오 판독) 규칙을 축구경기에 도입한 것이다. 심판은 특정팀이 시합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경기의 흐름을 조장했기 때문에 VAR 규칙의 도입은 어쩌면 그들이 자초한 것이다.
축구경기의 심판처럼 검찰이 공정하게 규칙을 적용하지 않고 직분을 망각한다면 어떻게 되는가? 사회는 너무 정의롭지 못할 것이며, 상황은 더욱 심각하게 전개될 것이다. 특정 정치검찰이 자본가를 노골적으로 편든다면, 사회적 약자는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게 된다.
노동부는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검찰은 ‘무혐의’
앞서 언급했듯이 안전보건경영시스템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노사문제에 검찰의 기소편의주의가 어쩌면 공정성이 결여된 대표적인 예이다. 원칙적으로 우리나라 법은 검찰만 기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기소란 검사가 특정한 형사사건에 대하여 법원의 심판을 요구하는 것으로, 공소의 제기라고도 한다. 검사의 기소는 수사의 종결을 의미하고, 기소함으로써 법원의 재판절차가 개시된다. 그런데, 기소편의주의란 형사소송법상 공소의 제기에 관하여 검사의 재량을 허락하고 기소유예를 인정하는 제도이다. 문제는 우리 사회 전 영역에서 정치검찰이 기소편의주의를 남용하는데 있다. 특히, 사회의 약자인 노동자의 가슴에 정치검찰이 편파판정으로 대놓고 상처를 주고 있는 상황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적어도 JTI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의 경우는 그렇다.
jti총파업결의대회
JTI코리아 노동조합과 사용자는 지난 2019년 12월 2일 총파업 949일 만에 우여곡절 끝에 임·단협을 타결했다. 그런데 타결은 했지만, 노사 간 쟁점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었다. 사측이 노조가 총파업을 했던 지난 2017년 6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2년 4개월 동안의 임금을 삭감한 것이다. 즉, 총파업 기간에 정상근로를 했는데도 태업률로 ‘무노동 무임금’을 적용하여 조합원 94명의 임금인 6억 원가량을 삭감했다. 이것이 권리분쟁이라고 사측은 주장했다. 이 쟁점사항은 끝내 합의하지 못하고 법률기관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지난 2020년 5월 8일 대검찰청은 JTI코리아의 근로기준법 위반 피의사실에 대한 노조의 재항고를 받아들여 서울고검에 재기수사를 명령했다. 이 사건은 2018년에 지방검찰청의 수사지휘를 받은 고용노동부 서울청에서 처음 수사하여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지만, 서울고등검찰청은‘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노동조합은 권리분쟁(체불임금)에 대한 법리해석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2019년 11월 대검찰청에 재항고했다. 만약 이번에도 불기소 처분으로 결론이 난다고 하더라도 JTI코리아 노동조합은 법원에 재정신청을 할 예정이었으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도 할 작정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지·고검 정치검사의 불기소 처분은 헌법 가치를 파괴한 작태였다고 볼 수밖에 없다. 총파업 기간일지라도 정상근로는 유노동 유임금이 원칙인데 태업률로 유노동 무임금이라고 허무맹랑하게 주장한 사측 법률대리인의 논리를 노골적으로 정치검찰이 지지한 것이다. 이것은 기소편의주의에 근거한 재량권 남용 만행이다.
총파업 949일 동안 노동조합은 조합원과 간부가 쓰러지고, 유명을 달리하고, 가정불화가 생기고, 조합원이 이탈하고, 지도부가 내홍을 겪었다. 검찰이 재량권을 법대로 적용해 재판에 회부만 됐어도 쟁의기간 동안 사측은 단체교섭에 성실히 임했을 것이고, 장기파업도 없었을 것이며, 대형로펌에 천문학적인 법률자문료를 주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검찰의 기소독점주의 패악이 여지없이 드러난 사례로, 어처구니없고 통탄할 뿐이다. 검찰의 수사권 조정은 그래서 철저히 이루어져야 한다.
재판 회부를 차일피일 미룬 검찰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도 JTI코리아 노동조합과 유사한 사례로, 기소가 불기소로 둔갑했고, 서울고등검찰청에 항고한 상황이다. 결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경우는 2018년 10월, 페르노리카코리아 대표이사가 국회에 국정감사의 증인으로 채택이 되어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추궁을 당했다. 국정감사가 끝나자마자 노동조합은 고용노동부 서울청에 고소했고, 서울청은 2019년 1월 부당노동행위와 단체협약위반에 대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회사는 단체협약에 지급하기로 되어 있는 복지기금을 일방적으로 중지했고, 유니언숍 조항을 노동조합과 협상도 없이 일방적으로 해지했다. 대표이사는 자신의 노동조합에 대한 적대적 발언이 담긴 녹취물 때문에 노동청의 조사를 받았다. 검찰의 수사지휘 아래 기소라는 철퇴를 맞았다. 그런데 인사이동으로 새로운 검사가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의 고소 건을 맡게 되면서 일이 꼬이기 시작했다. 재판에 회부만 하면 되는 것인데, 이 정치검사는 2019년 9월, 노동조합 위원장을 참고인으로 조사한 후부터 수사가 거의 마무리 되었다는 얘기만을 되풀이하더니 급기야 2020년 4월 ‘불기소 의견’으로 갑자기 사건을 종결했다. 불기소 이유서 역시 여러 판단유탈과 수사미진으로 충분한 설명이 되지 못했다. 고소 사건은 원칙적으로 3개월 안에 해결되어야 함에도, 페르노리카코리아 노조 건은 지방검찰청에서 무려 14개월을 잡고 시간을 끌었다. 직무유기로 볼 수밖에 없다. 노조는 정치검찰의 직무유기 때문에 회사의 탄압을 견뎌야 했으며, 조합 탈퇴자가 발생하여 조합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에 정치검찰의 무혐의 처분은 회사의 조합 탄압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노조는 곧바로 한국노총 중앙법률원을 대리인으로 하여 항고에 들어갔다. 만약 고등검찰청에서의 항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대검찰청에 재항고까지 진행하면서 노조는 투쟁을 이어 나갈 계획이다. 노사관계 파국을 유도한 자본과, 이들의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준 정치검찰의 직무유기에 맞서서 정의를 수호하고 더 이상의 무고한 피해자가 생기면 안 되기 때문에 노동조합은 끝까지 투쟁할 예정이다.
‘심판의 놀음’보다 심한 ‘검찰의 놀음’
공정한 경기를 진행해야 하는 축구심판이 승패를 좌지우지하는 경우를 우리는 ‘심판의 놀음’이라고 말한다. 정치검찰도 자신들이 기소권을 독점하고 있으므로 ‘검찰의 놀음’으로 장난질 친 것이다. JTI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 노동조합의 억울한 사례를 보면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의 법조계도 축구의 비디오 판독처럼 공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존재를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AI(인공지능)를 활용한 판단이 더 정확하다는 견해가 제시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정치검사들이 객관성이 모자란 행위를 했기 때문에 자초한 자업자득이다. 고소장도 AI가 작성하는 시대가 조만간 오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