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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노동시간단축법 시행에 따른 후속대책

‘한국노총 현장 대응지침’ 내용을 중심으로

등록일 2018년06월08일 10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상윤 한국노총 정책본부 차장

 

이른바 ‘실노동시간단축법’이라고 불리며 1주 최대 노동시간을 52시간으로 제한하는 개정근로기준법의 시행이 한달여 남짓 코앞으로 다가왔다. 당장 7월 1일부터 상시노동자수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시행에 들어간다. 노·사·정 제각기 이에 대한 법·제도적 대응방안·전략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가운데, 산업현장 곳곳에서 예상치 못한 어려움과 고충을 호소하는 등 점점 불안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개정법률의 시행이 오랜기간 관행화되어왔던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계’를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제도적 시발(始發)점’이 될 것인가, 아니면 노·사 모두에게 득보다 실이 많은 ‘제도적 악수(惡手)’가 될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한 해답은 법·제도를 산업현장에 안정적으로 연착륙시키고자 하는 각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와 타협에 기반한 문제해결 의지’에 달려있을 것이다.

 

안일한 정부의 지원대책

올해 2월 28일 ‘실노동시간단축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정부는 실노동시간단축법의 시행에 따른 노사부담을 줄이고 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후속대책을 준비하겠다고 입장을 밝히며, 개정법의 차질없는 시행을 위해 범(汎) 부처 차원에서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고용노동부에서는 지난 5월 17일 ‘노동시간 단축 현장안착 지원대책’을 발표하며, △ 중소기업 부담 완화와 조기단축 유도에 중점, △ 노동시간 단축을 일자리 창출로 연계, △주요 업종별 현장수요 특화 지원 3가지를 기본방향으로 하여, ① 신규채용·임금보전 지원 강화, ② 조기단축 기업 우대 지원, ③ 생산성 향상지원 및 일하는 방식 개선, ④ 구인난 완화를 위한 인력 지원, ⑤ 특례제외 업종 등 특화지원·관리라는 주요 추진방안을 내놓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종전 지원대책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 없는, 현재 시행을 앞두고 하루가 멀다하고 급박하게 돌아가는 현장의 상황을 도외시한 너무나 안일한 발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현장의 상황을 보자. 이번 법개정으로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는 노선버스 여객운수업의 경우, 당장 7월 1일부터 운행의 차질로 인한 교통대란이 예고되고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고용노동부와 국토교통부는 필요인력에 대한 실태파악 및 인력수급 대책에 대한 이견으로 대책조차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1)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지원대책이라고 제시한 것이 유연 근로시간제, 즉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활용’이라는 불난 집에 부채질하는 처방이어서 당연히 현장의 반발을 불러일으킨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를 스스로 떨어트렸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OECD국가들과 같이 연평균 노동시간이 1,800시간 미만인 국가에서 계절적 수요변화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활용되는 제도이다. 다시말해, 우리나라와 같이 상시적 연장노동이 관행되어 있는 상황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이 확대될 경우 연속적 장시간노동 문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때문에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의 실노동시간이 선진국 수준으로 낮아진 다음에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편, 건설, IT 업종 등도 사정은 마찬가지이다. 공사기간이 곧 비용과 직결된다며 법적용의 예외를 인정해 달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실노동시간단축 제도개선의 취지 자체가 무색해 질 수 있는 상황임에도 아직까지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대책이 나와있지 않은 상태이다. 여전히 특례업종으로 남아 있는 보건업은 또 어떠한가. 병원노동자들의 장시간노동이 의료사고로 이어지며 환자의 생명·안전마저 위협받고 있는 다급한 상황이다.

 

현장상황에 맞는 대책 보완 필요

당초, 한국노총은 개정법 시행에 따른 현장의 불필요한 불안과 오해를 불식시킴과 동시에, 제도의 안정적인 현장안착을 모색하고자 정부의 선제적이고 실질적인 지원대책을 촉구하며 정부 관계부처에 지속적으로 ‘노·정협의’를 요구하여 왔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실노동시간단축법의 시행이 좋은 일자리 창출로 연결되고, 나아가 우리 노동자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정부 관계부처와 사용자단체에 일자리연대협약을 제안하면서, 노사정 대표자회의 차원의 ‘원포인트 사회적 대화’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한국노총의 제안은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후속대책 준비에 늦장을 부리다, 제안 후 일방적으로 후속대책을 발표하는 바람에 결국 이루어지지 못했다. 개정법 시행을 앞두고 안타까운 대목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사회적 논의과정을 통하여 법개정과 함께 산업현장에서 제도를 연착륙시킬 수 있는 지원제도 및 실질임금 감소에 대한 보전대책이 함께 마련되었어야 한다. 제도 시행의 출발점에서 효과적인 정부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대기업과 중소사업장, 정규직과 비정규직간의 노동시간 격차가 확대되어, ‘노동시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수 밖에 없다. 제도 시행을 불과 한달여 남짓 남겨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현장의 불안과 우려를 불식시키고, 제도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현장적합적인 정부대책의 보완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노동조합으로서는 실노동시간단축법 시행에 대응하여 거시적으로 △장시간노동 관행 및 저임금구조의 개선, △ 적정노동과 생활임금의 확보, △ 일과 가정의 양립과 균형 등 노동자의 행복추구권 관점에서 장시간-저임금 노동체계의 극복과 좋은 일자리 창출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적 연대교섭’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에 한국노총은 지난 5월 10일 현장 대응지침을 시달한 바 있다.2)

 

주요 내용을 소개하면 아래와 같다.

● 연장노동 포함 주52시간제의 전면적 조기도입
노동시간 상한제 및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인력 확보, 생활수준 저하없는 적정임금 확보

 

● 일방적인 노동시간 및 휴게시간 조정 개편 저지
회사의 통제 하에 있는 일체의 시간(대기시간, 작업지시 시간, 조회시간,품질관리 활동시간, 청소시간, 교육시간, 체조시간, 중식시간 등)을 노동시간에 포함


● 실노동시간 단축-교대제 개편 추진위원회 구성
실노동시간 단축 및 추가고용 확보를 위한 노사공동의 로드맵 마련

 

● 포괄임금제 남용 등 위법한 노동시간제 철폐
실노동시간에 대한 법정수당의 미지급 또는 하향지급수단으로 악용되는 위법하고 편법적인 포괄임금제 관행 철폐


● 연속적인 연차휴가권 및 휴일휴식권 확보


현장 단위조직에서는 ‘노사자치의 원칙’ 내지 ‘협약자치의 원칙’에 따라 노사가 자율적으로 위의 사항에 대하여 중점적으로 교섭을 진행하되,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는 ‘임금보전’ 문제에 대하여는 ① 노사공동부담원칙의 관철, 즉 노사합의에 따라 휴일·연장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경우 이에 따른 임금감소분에 대하여는 노사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하고, ② 정부지원대책의 활용을 통하여 비용부담을 최소화하며, ③ 통상임금의 범위를 넓히는 임금구조 개편전략 및 최저시급 인상 효과를 노동시간 단축 및 실질임금의 보전과 연계시키는 대응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이에 앞서 노동조합이 주도적으로 노동시간에 대한 사업장 실태를 조사·분석하고 설득력있는 대안을 강구하는 등의 선제적인대응이 중요할 것이다.

 


 

노동시간 양극화 막아야 한다

이번 실노동시간단축법의 시행은 장시간 노동관행이 초래한 우리 사회와 노동시장의 각종 문제에 경종을 울리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궁극적으로 노동자들의 ‘일과 생활의 조화’, ‘삶의 질’을 개선시키는 긍정적인 변화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제도의 안정적인 현장 연착륙은 그 첫 번째 관문으로서, 실노동시간단축법이 ‘빛좋은 개살구’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각 이해당사자 간의 대화와 타협에 기반한 문제해결 의지’가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노사관계 및 노·사·정 간의 협의구조 역시 재고(再考)할 필요가 있다. 특정 업종별 업무 패턴에 맞게 노동시간 단축 및 근무형태 개선에 관한 노·사·정 협의가 이루어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예컨대, 자동차 업종에서 기아나 현대 완성차 업체들이 주간 연속 2교대라는 모델을 만들고 그것을 해당 업종의 1차 벤더, 2차 벤더에서 따라오도록 했을 때 주간 연속 2교대가 자동차제조업 현장에 확산된 사례를 보더라도 그렇다. 해당 업종의 산업경쟁력 확보를 위하여 대기업-중소기업, 원하청기업 간의 노사정 협의모델을 만들어가고 정부는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 실노동시간단축법에서 소외된 5인 미만 사업장과 특례존치 5개 업종 노동자에게는 이런 논의조차도 다른 나라의 이야기이다. ‘노동시간의 양극화’를 막기 위하여 이들을 포함한 중소·영세기업 및 저임금노동자들을 위한 제도개선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최근 각종 노동 현안문제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보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노동시간을 단축시키면서 한편으로 휴일연장노동 중복할증은 없앤다거나 노동시간 단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최저임금을 올리면서 산입범위를 확대한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아닌 말로 ‘조삼모사(朝三暮四)’식으로 노동자들을 기만하고 우롱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정부의 노동정책이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다면 거센 반발과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실노동시간 단축 논의는 우리 노동자들이 하루하루를 인간답게 살기 위한 ‘삶의 조건’, 그리고 ‘삶의 질’의 문제임을 잊지않는 것이 중요하다. 향후 우리 노동자들이 이 문제에 대하여 보다 주체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실노동시간 단축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른 한국노총 현장 대응지침’(한국노총홈페이지 자료실 4685번)에 ① 개정 근로기준법 Q&A 및 관련 행정해석, ②노동시간 단축 정부지원대책 등에 자세한 내용이 담겨져 있으므로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1) 다행히 지난 5월 31일, 정부(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와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노선버스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을 위한 노사정 선언문’에 합의하고, ‘서명식’을 개최하였다. ; 매일노동뉴스, “[노선버스 노동시간 특례업종 제외까지 한달] 노사정 탄력적 근로시간제 1년간 한시도입 합의“ 2018.6.1. 기사 참조, (http://www.labor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51874)

2) 2018.5.10. “실노동시간단축 근로기준법 시행에 따른 한국노총 현장 대응지침” 각 회원조합 및 시·도지역본부 발송문서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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