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한다(走馬加鞭)는 말이 있다. 달리고 있는 말에 채찍을 가해 더욱 잘 뛰게 한다는 의미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80석을 확보함으로써 압승을 거뒀다. 많은 국민들이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심정으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표를 몰아준 것이다.
코로나19로 이동이 제한되는 상황에서도 우리 국민들은 마스크를 끼고 주권행사에 참여했다. 이번 선거 투표율 66.2%는, 1992년에 치러진 14대 총선 투표율 71.9% 이후 28년 만에 최고치라고 언론에서 보도했다. 이번 총선에 한국노총 출신은 여야정당에서 10명이 출마해 9명이 당선됐다. 21대 국회에서 그들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는 코로나19라는 재난의 한가운데서 실시된 ‘코로나선거’였다. 사상 초유의 역병창궐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격리’ 등을 감수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으로 살아가는 국민들은 하루빨리 평범한 일상으로 되돌아가길 기대하며 코로나19에 맞서 고군분투하는 정부에 더 잘 하라고 힘을 실어주었다. 당연히 더불어민주당은 그 어느 때보다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며 선거결과를 가지고 결코 교만해서는 안 된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과 약속한 ‘재난지원금’을 차질 없이 지급함으로써 국민들의 신뢰와 기대에 부응해야 할 것이다.
사실 문재인 대통령 임기 중간에 실시된 21대 총선은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도 띠고 있다. 그런 선거에서 국민들이 여당에 압도적인 표를 몰아준 것은 코로나19에 대한 정부의 대응뿐만 아니라 대선 때 한 대통령의 약속, 가고자 하는 방향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동의하고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속도를 내 뛰어달라는 의미가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5월 대선에서 한국노총과 ‘노동존중 정책협약’을 맺고 경제민주화와 소득주도성장을 통한 양극화 해소,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많은 노동공약들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채 이행되지 않고 있어 우리를 실망시키고 있다.
한국노총은 모바일투표로 진행된 2020년도 정기대의원대회 총선방침에 따라 제21대 국회의원 총선거공간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고위급 정책협약을 맺고 ‘노동존중실천 국회의원단’을 구성해 노동존중 가치를 실천하는 21대 국회를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로 하였다. 다행스럽게도 4.15 총선에서 ‘노동존중가치실현’을 약속한 더불어민주당이 과반을 훨씬 넘는 의석을 얻어 거대 여당이 되었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노동공약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하여 더 이상 야당에 책임을 미룰 수 없게 되었다. 앞으로 정부여당은 정책협약에서 약속한 ‘노동존중’ 공약을 이행함으로써 공약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에 대한 근기법 전면적용 △1년 미만 근속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플랫폼 노동자와 특수고용노동자 노조할 권리 보장 등 5.1플랜과 △타임오프 제도개선 △최저임금산입임금 통상임금 포함 △정리해고요건강화와 고용안정 △상시지속업무의 정규직 고용 △ILO핵심협약 비준 및 노조법개정 △경제민주화 실현과 원·하청 상생협력 △의료공공성 확대와 사회안전망 강화 등의 실현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이러한 한국노총과의 약속을 이행하는 것은 코로나19 위기에서 드러난 우리사회의 취약점을 보완하고 지금보다 나은 나라를 만드는 지름길이기도 하다. 21대 국회에서는 경제민주화와 노동존중 공약들이 반드시 실천되어 사회불평등을 해소하고 사회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등 우리사회의 정의로운 전환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그 길에 한국노총도 함께 할 것이다. 하지만 정부여당이 약속을 저버린다면 노동자들의 엄중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강훈중(한국노총 미디어홍보 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