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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윤종해 의장

‘광주형 일자리’는 사라지고, ‘일자리’만 남았다.

등록일 2020년04월01일 16시5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광주형 일자리’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광주형 일자리는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시간 보장으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늘려 지역 경제를 살리자는 취지로 시도됐다. 지난해 9월에는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설립되고, 공장 착공식도 열리며 광주형 일자리는 곧 실현 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노동계 대표로 지역 노사민정 협의에 참여한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는 3월 중순 협상 파기를 선언했다. 4월초에는 광주형 일자리 파기 선언식도 열 예정이다.
문재인 정부가 노사 상생과 사회 대타협 일자리로 야심차게 추진한 광주형 일자리가 흔들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윤종해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의장은 “현재 ‘광주형 일자리’는 지역상생형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목표는 온데간데없고 ‘일자리’만 남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형식적인 노사민정 회의로 소통은 사라지고, 노동계는 배제된 채 정부의 치적 과시용으로 전락했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 윤종해 의장을 만나 광주형 일자리의 경과부터 파기까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 광주형 일자리는 시작당시부터 ‘전체 노동자 임금의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는 반대 여론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지역에 일자리가 없다보니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지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안타까웠다. 주거와 복지가 보장되고 적정 노동시간이 유지된다면 임금이 다소 적은 일자리를 제공하더라도 청년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게 되고 지역경제도 활성화 될 수 있다는 판단을 했다”

 

- 진행과정 중에는 어떤 문제점들이 있었나?


“민선6기 광주광역시에서는 노사민정이 참여한 ‘더 나은 일자리위원회’을 꾸리고, 적정 임금과 적정 노동시간, 원‧하청 상생, 노사 책임경영의 4대의제에 대해 합의하는 등 초기에는 노동계와 대화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막상 광주형 일자리 뚜껑을 열어보니 적정임금은 최저임금에 가까운 임금인 2천 1백만원이고, 그 중 3백만원은 성과급으로 결국은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이었다. 광주광역시 민선 7기 취임 이후에는 위원회가 해산되고 조례도 폐지됐다. 합의 사항인 원‧하청 상생 및 노사 책임경영이 실종되는 등 노동정책이 후퇴되고, 노정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더 이상 추진할 동력이 없었다”

 

- 협약 파기 선언을 하게 된 결정적인 배경이 있는지 궁금하다.


“적정 노동시간과 적정 임금을 제외하고는 노동계에서 요구한 <노동이사제 도입, 원하청 관계 개선 시스템 구축, 임원 임금의 노동자 2배 이내 책정, 현대차 추천이사 경질, 시민자문위원회 설치> 등이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 협상과정에서의 문제점은?  


“그동안 협상을 진행하면서 현대차와 직접 만나지를 못했다. 노사가 같은 테이블에 앉아 얘기를 해야 하지만, 광주시를 매개로 하는 소통 구조였다. 협상 과정에서 광주시는 노동계 의견은 반영하지 않고 현대차 의견만 받아 들였다. 현대차는 ‘광주형 일자리’가 아니라 ‘광주글로벌모터스’를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외에도 노동계가 요구한 노사상생경영은 노동이사제를 통해 투명한 경영을 유도하겠다는 것으로 노동조합이 라인 증설이나 차종을 결정하는 등의 경영 참여를 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광주지역본부가 광주형 일자리에 참여한 가장 큰 계기는 원하청 관계 개선을 통한 격차 해소 부분이기 때문에 더 이상 지역상생형 일자리를 논의하는게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한국노총 광주지역본부에서 파기선언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광주시에서는 예정대로 공장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입장은?


“광주시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안하고, 광주 지역에 1만 2천개의 현대차 하청 공장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것까지 반대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분명히 말하지만 ‘광주형 일자리’가 아니면 노동계는 대화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다”

 

- 광주형 일자리에 이어 울산, 군산, 구미 등 다른 지역에서도 지역 상생형 일자리가 추진되고 있다. 이에 대해 하고 싶은 말은?


“현재 지역 상생형 일자리는 국가균형발전특별법(균특법)을 바탕으로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노동계가 빠진 상태에서 현대차를 위해 정부와 지자체에서 재정을 투입한다면 법의 취지에 맞지 않고 문제(지원 근거)가 발생할 수 있다. 광주 이외에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겠지만 가장 중요한건 신뢰다. 소통도 중요하지만, 신뢰가 무너지면 믿을 수 있는 근거가 없다. 신뢰가 구축 되어야 상생할 수 있다. 좋은 취지로 출발한 광주형 일자리가 그 의미가 퇴색되고, 일부 정치인의 치적과시용으로 전락되고 있어 안타깝다”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항상 신뢰가 없는 대화는 무용지물이라고 생각해 왔다. 광주시에서는 대화하고 소통한다는 것을 차 한 잔 하고, 노동계를 설득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대화라는 것은 서로간의 의견을 교환하고, 존중해 주는 것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존중이 뒷받침 되지 않는 대화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본인들의 실적에 급급해서 또는 친분을 과시하기 위한 만남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광주형일자리 #한국노총 #협약파기 #윤종해 #이용섭

최정혁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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