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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노동조합의 조직화 노력과 정치적 역할

등록일 2019년12월02일 16시4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97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적 경제화 등 자본측 공세가 거세지며 전 세계 노동운동은 조직률 저하, 영향력 감소라는 공통된 문제에 처해왔습니다. 이후 <노동운동 위기론>은 수십 년간 지속된 화두였습니다. 

특히 한국처럼 노동조합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공간이 열린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경우, 후발 민주주의 국가로서 겪어야 하는 노동 문제부터 급변하는 노동환경에 대한 대응까지 노동조합은 다양한 층위의 어려움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노동자 조직률 10%에 불과한 한국의 노동 대표성을 한탄하거나, 산별노조화 없이 노-사 관계 및 노동정치의 변화가 어렵다는 비관적이고 냉소적인 전망이 횡행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당대 노동운동을 하는 이들에게 위기가 아니거나 조직화가 쉬운 시대가 얼마나 있었을까요? 그리고 산별 체계가 아니고 조직률이 높지 않은 노동운동은 희망이 없을까요? 

이번 11월호 <노동N이슈>에서는 미국 노동의 위기 시대에, 펼쳐졌던 <조직화>노력과 <정치활동>의 새로운 시도를 소개합니다.

미국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기업별 노조체계를 가지고 있고 노동자기반 정당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한국보다 노동조합을 하기 좋은 환경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미국 재계는 공화당에 막대한 정치자금을 지원하며 반(反)노조-반(反)복지 입법화를 위해 노골적인 정치활동을 해왔습니다. 이런 환경에서 미국 노동조합은 전망을 찾지 못하고 다소 관성화된 로비-선거 지원 활동에 매몰되어왔던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 미국노동조합 전국조직인 AFL-CIO는 1995년부터 존 스위니(John Sweeney)지도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운동의 흐름을 제시했습니다. <조직화>는 어렵다는 관성화된 태도를 벗어나, 막대한 예산투여와 인력동원을 투여해 조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아울러 민주당에게 보다 노동의 압력과 책임을 지울 수 있도록 막대한 선거자금을 전략적으로 투여해 새로운 정치 전략의 흐름을 만들어냈습니다. 

위기의 시대에 절망을 희망으로 만들려는 적극적 리더십과 실용적인 노력은 항상 새로운 성과와 변화의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이 자료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한국노총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노동조합 조직률은 2018년 기준으로 10.5%이다. 한 때 조직률이 30%를 상회하기도 했으나,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했다. 특히 1980년대 부시대통령이 등장하고 1994년 공화당이 의회의 다수당으로 등장하며 본격적으로 신자유주의정책이 실시되면서, 미국 노동자들은 실업 및 해고 등 어려움을 겪기 시작했다. 이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움직임이 거세지자 미국 재계의 노동조합 방해 활동도 가속화되었다. 노동법 위반은 물론 반노조 활동을 컨설팅하는 등 조직적 반노조 활동이 급증했다. 1960년 -1980년 사이 노동조합 활동을 이유로 해고된 노동자들이 3배 증가했다(Francia 2006, 46-50).  


위기의 시대에 시작된 진보적 노동운동의 흐름

 

1995년 미국 노동의 위기의 시대에 미국노동조합 전국조직인 미국노동총연맹–산별노조협의회(American Federation of Labor and Congress of Industrial Organizations: 이하 ‘AFL-CIO’)는 존 스위니(John Sweeney)지도부를 중심으로 새로운 노동운동의 흐름을 열었다. 스위니 재임 기간(1995-2009년) 동안 미국 노동운동은 조직화를 열정적인 노력과 새로운 정치 전략을 시도해 변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스위니지도부는 <자본주의 불평등>을 해소하겠다는 진보 이념을 내세우면서도 교조적이지 않았고, 실용적 운동을 전개했다. 


1.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의 조직화 활동 

AFL-CIO는 스위니 당선 직후 노동자들에게 ‘조직화’ 노력을 약속했고 전례 없는 속도와 규모로 조직화를 위해 힘썼다. 
사실 1940-50년대만 해도 AFL과 CIO는 예산의 약 40%를 조직화 사업에 지출했었으나, 서서히 줄어들며 1995년에는 AFL-CIO의 예산항목에서 조직화 관련 예산은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과거 AFL-CIO는 조직화 활동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거나, 지역 조직에서 다룰 문제이지 중앙 차원에서는 어쩔 수 없는 문제라고 보았다. 
그런데 새로운 지도부는 조직화 활동기구를 만들었고, 강력한 재정지원을 시작했다. 1996년부터 AFL-CIO는 조직화 비용으로 한 달에 평균 9만 달러(한화 약 1억 원)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조직화에 막대한 자금투여 
 
이러한 조직화 지원은 산하 노조에도 영향을 미쳐 많은 지역노조들도 조직화 예산을 두 배로 늘리기 시작했고, 조직화를 담당하는 활동가들도 15명에서 150명으로 늘어났다. 호텔 및 레스토랑 노조가 모범적으로 조직화 사업을 시작해, 라스베이거스에서 4만5천명 이상의 호텔노동자가 조직되었다. 북미서비스노동자국제연맹(Service Employees International Union, SEIU)의 앤드류 스턴(Andrew Stern)지도부는 예산의 47%를 조직화에 할당, SEIU의 거의 모든 지역 계열사들은 적어도 20%의 자원을 조직화 사업에 사용했다. 

 

과거 AFL-CIO의 정책과 가장 구별되는 부분은 불법이민자에 대한 것이다. AFL-CIO의 집행이사회는 600만 명이 넘는 불법 이민자들의 사면을 지원하고 이들을 고용한 고용주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기로 결의했다. 15년전 만 해도 AFL-CIO는 이민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경쟁을 가져오고 임금을 낮춘다고 보아 불법이민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그런데 AFL-CIO는 기존 입장을 바꿔 보다 이민자들과 긴밀한 유대관계를 구축해, 새로운 조직화 대상으로 삼고자했다.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 조직화 노력  

 

이런 노력에 힘입어 1998년에는 해고자와 실직자가 10만 명이 증가했는데도 37,300명이 조직되었고, 노동조합 선거 참석률도 1997년보다 1998년에 8.9% 늘어났다. 특히 1999년에는 60만 명의 조합원이 증가했고, 민간에서 과거 20년 보다 큰 증가세를 보였다(Francia 2006, 39-50). 물론 여전히 전체 노동조합 조직률은 계속 하락추세였다. 1999년에는 13.9%였고 2003년에는 13.2%를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큰 변화는 ‘노동조합 조직화가 어렵다’는 오랜 관성화된 태도를 버리고 변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는 점이다. 


2. AFL-CIO의 정치 프로그램 및 선거 전략의 혁신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AFL-CIO가 정치프로그램 및 선거 전략을 변화시켜 관성화된 미국 노동조합과 정당 간 관계를 변화시키려 했다는 점이다. 
1930년대 이후로 미국의 노동조합들은 민주당에 막대한 선거자금과 선거운동, 조직표를 제공해왔다. 대신 민주당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노동 입법 및 복지 정책을 확대해왔다. 즉 미국노동조합과 민주당 간 “지지”와 “공공정책”을 교환하는 시스템은 1930년대 이후 1960년대까지 이루어졌다. 


양당제 하에서 정당 우위의 노조-정당 관계 

그런데 민주당과 노동조합의 오랜 결속이 이어지고 양당제 시스템에서 노동조합의 선택지가 사실상 민주당 밖에 없으며, 정당은 노조보다 우위에 있게 되었다. 노동조합이 이미 공화당보다 민주당에 충성심을 보이기 때문에, 민주당은 노동조합을 이미 손안에 든(captured) 집단으로 여기는 측면이 있었다(Joshua M. Jansa1 and Michele M. Hoyman 2018, 424-425). 

몇몇 학자나 노동조합 활동가들은 노조가 정당에 제공하는 지원에 비해 거의 얻는 것이 없으며, 차라리 신당이나 노동당 같은 군소정당 지원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특히 노동조합이 반대해온 자유무역 법안에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표를 던지자, 몇몇 노조 위원장들은 민주당지지 철회를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 미국선거에서 군소정당 후보들이 의회에서 계속 성공해왔던 경우가 거의 없으며, 민주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해도 결국 반노동자적인 공화당 후보에게 이익이 될 수 있어 노동조합의 고민은 깊을 수밖에 없었다. 민주당의원이 공화당의원보다 나은 것이 사실이고 민주당을 다수파로 만들어 하원의장으로 만들어야 노동계를 위한 법안 및 정치활동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었다. 스위니지도부는 이런 딜레마를 해결하기 위해 보다 전략적인 정치지원 활동을 펼쳤다. 


조합원에게 정치정보의 제공

첫째, AFL-CIO는 노동조합의 정형화된 로비방식이나 우편물 보내기 운동방식을 넘어서 조합원에게 정확한 입법 문제, 현직 의원 및 후보자에 대한 ‘소비자 리포트’ 등 정치 정보 제공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앞선 커클랜드 지도부보다 1996년부터 2002년 6년간 100만 달러라는 두 배 이상의 자금을 사용하며 조합원들에게 입법 및 후보자와 의원에 대한 정치정보를 제공했다. 

  
선거자금의 압도적 확대

둘째, 노동계의 선거자금을 압도적으로 확대해 노동 정치활동위원회(PAC)의 자금 지출이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94년에서 1996년까지 6배 증가했고 2002년에는 350만 달러가 넘는 등, 해를 거듭할수록 최고치를 찍었다. 노동계에 비해 같은 시기 건강, 보험 등 다른 이익단체들의 정치자금은 증가하지 않았다.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같은 기간 재계 정치활동위원회의 정치자금은 1998년부터 2002년까지 오히려 감소했다는 점에서 노동조합이 의식적으로 자금지원을 확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Francia 2006). 

 

<그림1> 노동조합 정치활동위원회 지출(1988∼2002년)


자료 출처: (Francia 2006, 29). 
  


경쟁선거구에 전략적 정치자금 투여 
 
특히 노동조합의 정치력을 극대화시키고 선거자금과 동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경쟁선거구에 정치자금을 집중 투여했다. 
노동자에게 유리한 입법이 이루어지려면 민주당이 다수파가 되고 하원의장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공화당과 경쟁에서 취약해 보이는 민주당 현역의원, 공화당 의석을 쟁취할 수 있는 유망한 민주당 후보들에게 선거자금을 집중투여, 민주당이 선거에서 한 석이라도 더 가져올 수 있도록 전략적으로 후원금을 제공했다. 
이 역시 지역 및 하부 단위 노조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다른 노조들도 당장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는 현역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체 민주당 의석을 고려한 전략적 자금 지원을 증가시키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 친노동후보 선출을 위한 당 내 경선 참여 

셋째, 미국의 노동조합들은 민주당 내 경선 과정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민주당 내 존재하는 반노동후보는 떨어뜨리고 친노동 후보를 당선시키고자 영향력을 발휘했다. 
가령 2000년 힐다 솔리스(Hilda Solis) 상원의원은 노동계의 전폭적인 지지를 통해 기존 현직의원(9선)인 매튜 마틴즈(Matthew Martinez)를 물리치고 당선시켰다. 힐다의원은 노동계가 요구해온 반노조 주요법안을 폐지해주었다. 
오하이오 주에서 철강노동자들은 노동계가 반대해온 2003년 자유무역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현직 민주당 하원의원인 톰 소여(Tom Sawyer)를 경선에서 떨어뜨리고, 팀 라이언은(Tim Ryan)을 새롭게 당선시켰다. 
      
미국의 정치에서 하원의 경우 현직후보의 재선율이 80~90%에 육박하며, 상원 역시 70∼80%에 달한다는 점에서 노동계가 현직의원을 떨어뜨리고 새로운 친노동 후보를 당선시킨다는 것은 큰 사건이다. 이 사건만으로 노동계-민주당 정치 전략의 큰 변화를 보여준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노동조합이 민주당 의원들에게 정치적 책임을 지운다는 사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있었다(Francia 2006, 30-34).


미국뿐 아니라 각국의 노동운동을 살펴보면, 당대 노동자들과 노동조합들에게 위기의 시대가 아닌 경우가 드물다. 중요한 점은 그 위기를 뚫고 대응하려는 적극적인 리더십, 선진적이고 실용적인 노력은 항상 새로운 성과와 변화의 계기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겠다.

 

* 이 원고는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에서 2019년에 수행하고 있는 『한미일노동조합의 정치활동-리버럴정당과 연계를 중심으로(정혜윤·박상훈·김진엽)』의 미국 부분 중 일부 내용이 발췌· 요약되어 있습니다 


참고문헌

Francia, Peter L. 2006. The Future of Organized Labor in American Politics. Columbia University Press (New York, NY). 2010. "Assessing the Labor-Democratic Party     Alliance:A One-Sided     Relation?." Polity. Vol. 42(3) 293-303. 
Joshua M. Jansa&Michele M. Hoyman. 2018. "Do Unions Punish Democrats? Free-Trade     Votes and Labor PAC Contributions, 1999–2012." Political Research Quarterly, Vol.     71(2) 424–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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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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