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이 야당의 압도적 승리로 마무리됐다.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민주연합 175석, 조국혁신당 12석 등 야당이 192석을 확보한 반면,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108석을 차지하여 개헌 저지선을 겨우 사수했다.
지난 2년 동안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정권 심판의 의지로 표출되어 이번 총선에서 집권여당의 참패와 야당의 압승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22대 총선 평가와 남겨진 과제
한국노총은 이번 총선 과정에서 “노동이 만드는 지속가능한 정의로운 사회” 실현을 위한 7대 핵심 정책요구, 30대 주요 입법과제를 제시하고 각 정당의 노동정책 공약에 대한 평가 활동을 전개했다. 또한, 지난 3월, 중앙집행위원회와 임시대의원대회를 거쳐 “노동정책 후퇴 저지, 반노동정당 심판”이란 총선방침을 정하고 지지 후보에 대한 지원 활동을 벌였다.
한국노총의 총선 정책 활동은 핵심 정책요구를 각 정당의 노동공약에 반영하고, 지난 21대 국회에서의 각 정당의 의정활동과 22대 총선 정책공약을 평가함으로써 반노동 정당의 실체를 판단하는 객관적 근거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22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우리는 더욱 중요한 과제에 직면해있다. 지난 21대 국회는 민주당과 야당이 과반수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고도 중요한 노동입법을 추진하는데 미흡했다. 따라서 22대 국회 여소야대 지형에서 한국노총은 정부의 반노동 정책을 저지하고, 노동정책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전략적 대응방안을 준비해야 한다.
총선 이후의 정세 전망 및 대응 기조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과 용산 대통령실은 인적 쇄신과 국정기조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장과 총리의 사의 표명에도 인적 쇄신도 마냥 늦어지고 대통령실 정책 라인은 그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총선 직후 대통령은 국정 기조와 방향은 옳았으나 국민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노동정책 방향도 변화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오히려 1단계 노사법치 노동개혁에서 재미를 보았던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이란 명목하에 노동시간 유연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실업급여 제도 개악 등 2단계 노동개혁을 밀어붙일 가능성도 크다.
22대 국회에서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개혁은 여소야대의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노동개혁을 추진할 현 정권의 유일한 수단은 사회적 합의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해서 노사정 합의를 도모하거나 적어도 공익안을 도출하여 윤석열식 노동개혁의 명분을 만들고자 할 것이다.
입법의 주도권을 상실한 정권은 사회적 대화 또는 시행령(행정입법) 정치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국노총은 대화에는 명분 있게 임하되 정부의 반노동 정책 기조 변화가 없다면 어떠한 사회적 대화의 성과도 거둘 수 없음을 정부에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 나아가 정부의 행정입법 남용을 차단하고 국회 중심의 제도개선 논의가 활발히 추진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22대 국회 핵심 입법과제 추진 방향
한국노총은 개원을 앞둔 22대 국회에서 ▲노란봉투법 재추진 등 노사자치 및 초기업 교섭체계 활성화를 위한 노조법 개정 ▲최저임금의 업종별 차등적용 금지 등 최저임금 차별금지법 ▲장시간 노동체제의 극복과 주4일제 노동시간 단축법 ▲65세 법정 정년연장 실현 ▲사회연대 입법(5인 미만 근기법 전면적용, 동일노동-동일임금 법제화, 일하는사람권리보장법) ▲소득대체율을 강화하는 국민연금 개혁 ▲공공의료 인력확대 및 의료 불균형 해소 등 주요 노동·사회정책 입법과제를 관철하고자 한다.
한국노총은 22대 국회에서 선도적 입법 활동을 추진할 것이다. 22대 국회 개원 즉시, 정부가 추진하려는 최저임금 업종별(사업별) 차등적용과 장애인·수습노동자에 대한 최저임금 차별 적용을 금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 차별금지법을 노동1호 법안으로 제출할 것이다. 노란봉투법 재추진, 주4일제 도입 및 장시간 노동 해소, 65세 정년연장 법제화 등은 노동계가 전면에 나서지 않으면 정치권 스스로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의제들이다.
한국노총은 22대 국회 초기, 주요 노동입법 의제들이 각 당의 핵심 정책과제가 되도록 국회 대응 활동을 전개하고자 한다.
5인 미만 근로기준법 확대 적용, 일하는 사람 권리보장법, 연금개혁과 정년연장 등은 22대 총선공약에서 여·야가 공동으로 제시하거나 이미 여당의 국정과제에 담긴 입법과제이다. 이에 대해서는 여·야 정치권에 입법 추진을 촉구하며, 노동계의 입장이 최대한 반영되도록 대국회 활동을 전개할 것이다.
한국노총은 주요 정당과의 정책간담회를 추진해 주요 입법과제를 설명하고, 각 정당의 입장과 입법 추진계획을 확인할 예정이다. 특히 범야권 ‘노동존중 의원실천단’을 구성하여 주요 노동 입법과제를 추진하고 노동 현안을 해결하는 실천체계가 되도록 할 계획이다.
한국노총은 새로 출범하는 22대 국회에서 노동문제가 여·야 정치권의 정쟁거리로 전락하거나 립서비스가 되지 않도록 반노동정책 저지와 핵심 입법과제를 관철을 위해 실사구시의 전략을 추진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