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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등록일 2019년10월02일 10시0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최종환 한국노총 대변인실 국장 

 


 

우여곡절 끝에 조국 법무부 장관이 취임했다. 장관 취임을 둘러싸고 우리 사회는 극심한 갈등과 혼란에 휩싸였고, 장관 취임 이후에도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지지자들은 지지자들대로 반대자들은 반대자들대로 자신들의 논리를 앞세우며 서로를 물어뜯는데 안간힘을 쏟고 있다.


포털 사이트에서는 ‘조국 힘내세요’ ‘조국 사퇴하세요’ 등을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 올리는 검색어 순위 전쟁이 벌어졌고, 유튜브와 SNS를 통해 가짜뉴스를 확대 재생산 시키는 일들이 조직적으로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제4의 권력이라 불리는 언론은 ‘정확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한 뉴스로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감시자’라는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혀 그렇지 않다. 조국 장관 취임의 정당성을 차치하고, 장관 지명부터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에 이르기까지 언론이 보여준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오히려 근거 없는 무분별한 의혹 제기로 갈등과 혼란에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 역할을 자임한 것처럼 보인다. 


일부 언론들이 실체적 진실에 다가가기 보다는 ‘속보’ ‘단독’ ‘충격’ 등의 제목으로 대중들을 낚아 올리고, 근거 없는 의혹 제기로 대중들의 말초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데 앞장서면 나머지 언론들은 제목이나 본문의 내용을 살짝 고쳐 거의 Ctrl+C, Ctrl+V 수준으로 복제된 후속 기사를 경쟁적으로 내놓기에 급급했다. 


특히 인사청문회에 앞서 조국 후보자의 기자간담회는 언론의 민낯을 보여주기에 충분했다. 무려 8시간 20분 동안이나 이어진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언론들은 장관 후보자의 역량이나 업무 적합성, 정책 등을 검증하기 보다는 수박 겉핥기식의 의혹 제기에만 열을 올렸을 뿐이다. 


실제로 민주언론시민연합에 따르면 청와대가 개각을 발표한 지난 8월 9일부터 조국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개최가 결정된 지난 9월 4일까지 총 27일 간 지상파 3사와 종편 4사의 저녁종합뉴스를 모니터한 결과, 총 923건의 조국 장관 후보자 관련 보도를 내놨다. 이 가운데 조국 후보자의 능력·전문성을 검증하는 보도는 20건에 그쳤던 반면, 조국 후보자 혹은 후보자 가족에 대한 의혹 보도는 903건으로 전체 보도량의 약 97.8%에 해당하는 양이었다. 
신문 역시 다르지 않았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이 같은 기간 주요 5개 일간지 지면에 보도된 조국 후보자 관련 총 1,177건을 모니터한 결과, 정책을 다룬 기사는 24건으로 2.4%에 불과했고, 602건이 도덕성 관련 검증 기사로 55.6%를 차지했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은 어디에서도 보호받지 못했고, 진실·객관·공정 보도, 개인의 명예와 사생활 존중을 명시하고 있는 언론 윤리강령은 진영 논리와 사이비 유사 언론들이 목을 매고 있는 클릭 수 앞에서 무력하기만 했다. 
넘쳐나는 왜곡·선정·과장 보도와 가짜뉴스의 홍수 속에서 진실을 찾고자 하는 대중들의 모습은 불행 중 다행이다. 대중들은 SNS 등 대안 미디어를 통해 독자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데 급급하여 선정적인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 상업주의적인 언론의 모습을 비판하고 자성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세월호 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가습기 살균제 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장자연 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김학의 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강원랜드 입사청탁 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엘시티 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BBK 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삼성 회계사기, 불법승계 보도를 이렇게 했어야지!

 

그렇다. 언론들이 진즉 이렇게 해왔다면 지금보다는 좀 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가 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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