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정부가 만드는 동상은 정말 멋대가리가 없다. 청와대 분수대 동상이 대표적이다. 정읍 동학혁명 유적지의 전봉준 동상이나 경주 구미산 용담사 입구에 세워진 최제우의 동상도 두 사람의 역사적 의미와 비교하면 따분하기 그지 없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동상은 서울역 광장 귀퉁이에 우뚝 서 있는 강우규(1855-1920)의 것이다. 가슴을 젖히고 역풍을 거슬러 앞으로 나아가려는 자세가 좋고, 특히 이 옹고집 늙은이의 오른손에 들린 수류탄이 인상적이다.
평안남도 덕천에서 출생한 강우규는 29세 때 함경남도 홍원으로 이주하여 한의사 일을 하며 아이들에게 한학을 가르쳤다. 50세 때 1905년 을사늑약으로 사실상 나라가 망하자 만주로 망명하여 독립운동을 펼쳤다.
60세 때 1915년부터 중국 요동과 길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을 오가며 운동을 이어갔다. 64세 때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일제 총독을 암살키로 결의하고 러시아인으로터 수류탄을 구하여 국내로 잠입하였다.
그해 9월2일 새 총독으로 사이토 마코토(1858-1936)가 부임차 서울역에 도착하자 그를 폭살시키려 수류탄을 던졌으나 실패했다. 현장에서 몸을 피했으나 9월17일 총독부 고등계 형사 김태석에게 붙잡혀 1920년 11월 서대문형무소에서 교수형 당했다.
광장 한구석에 있는 강우규의 동상을 외롭다 느꼈는데, 서울역 고가 공원 사업의 일환으로 수 많은 신발들이 동상을 에워싼 광경(사진)을 보고서 수많은 조선 민중과 전진하는 강우규를 보는 듯 해 반가웠다.
하지만 냄새나는 낡은 신발로 뭐하는 짓이냐는 여론에 밀려 남루한 신발들은 제거되었고, 늙은 투사 강우규도 다시 외로이 남겨졌다. 하지만 역사는 그 낡고 냄새나는 신발의 이름 없는 주인들이 피를 흘러가며 만들어가는 것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