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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살해한 중앙정보부장

등록일 2016년10월06일 15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그날 저녁을 똑똑히 기억한다. 1979년 10월 26일 금요일 저녁. 엄마와 단 둘이 흑백텔레비전을 보면서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에 참가한 박정희 대통령 소식이 전해졌다. 바로 그 시간, 서울 한복판 청와대 옆 궁정동에 자리한 중앙정보부 안가에서 열린 술자리. 여대생 신재순이 심수봉의 기타 반주에 맞춰 '사랑해'라는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술자리의 참석자는 박정희 대통령, 차지철 대통령 경호실장, 김재규 중앙정보부장, 김계원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다.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라는 애틋한 노랫말과 멜로디를 들으면서 박정희를 죽이겠다는 결심을 굳히고 있던 김재규는 권총을 꺼내 쏘기 시작했다. 총알은 차지철의 오른손목을 맞혔고 박정희의 가슴에 박혔다. 때를 맞춰 김재규의 심복이었던 중앙정보부 의전과장 박선호는 대기실에서 대통령 경호부처장 안재송과 대통령 경호처장 정인형을 사살했고, 김재규의 수행비서 박흥주도 주방에 있던 대통령 경호원들을 죽였다.

 

차지철을 처치하려 권총을 격발했지만 총탄이 나가지 않자 김재규는 아수라장이 된 술자리를 벗어나 1층 로비로 갔다. 박선호의 권총과 자신의 불량권총을 맞바꾼 김재규는 다시 술자리가 열리던 연회장으로 돌아갔다. 심수봉과 신재순은 쓰러진 박정희를 부축하고 있었고, 화장실에 숨었던 차지철은 도망치려던 참이었다. 김재규는 차지철에게 연거푸 총탄을 날렸다. 차지철이 쓰러지자 김재규는 박정희 쪽으로 가 그의 머리에 총격을 가했다. 심수봉과 심재순은 달아났고, 비서실장 김계원은 참혹한 현장을 지켜봤다.

 

 

그날 낮에 박정희는 헬기로 삽교천 방조제 준공식을 다녀왔다. 가을의 절정을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기분이 좋았고 술자리를 만들라 차지철에게 지시했다. 오후 4시 즈음 대통령 비서실장 차지철이 중앙정보부장 김재규에게 전화를 걸어 ‘대행사’라는 이름의 술자리를 준비하라고 통보했다. ‘대행사’는 박정희가 고위층들과 함께 젊은 여성들과 술을 마시겠다는 말이다. ‘소행사’는 박정희가 젊은 여성과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행사다. 박정희 정권 말기에 대행사는 월 2회, 소행사는 월 8회 정도 열렸다고 한다. 물론 여성에게 지급된 수고비와 고급 양주를 비롯한 행사 비용은 모두 국가 재정에서 나갔다. 1인당 GDP가 3천 달러를 조금 넘던 시절이었다.

 

당시 32세의 열렬 청년이었던 백남기는 박정희 체제에 반대했고, 그 변화를 위해 싸우고 있었다. 2013년 2월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대통령이 되었다. 2015년 11월 14일 저녁, 68세의 늙은 백남기는 박근혜 정부 반대 집회에 참가했다가 경찰의 물대포 직사에 맞아 쓰러졌다. 이날 저녁도 똑똑히 기억난다. 광화문 대로에 있던 나는 경찰의 물대포에서 살인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백 씨는 뇌출혈로 의식불명이 되어 317일을 투병하다 지난 9월25일 사망했다. 사진은 구속된 김재규가 현장검증을 하는 장면이다. 그 옆에 안경 쓴 이는 박정희의 비서실장 김계원이다.

윤효원 인더스트리올 컨설턴트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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