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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이 노동조합에게

등록일 2018년03월13일 11시1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짐작건대 여성에게 ‘미투 운동’(#me too)은 새롭지 않다. 법조계, 연극계, 언론계, 방송계. 그리고 만화계까지 이어지는 또 다른 폭로를 보면서, 여성은 직장의 바닥을 절감했을 것 같다. 여성에게 안전한 일터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성폭력을 당한 사실을 알려도, 피해자가 피해를 입는 상황은 여성에게 낯설지 않은 일이다. 

 

성폭력은 검사도 여성 노동자도 가리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성별만 있을 뿐, 지위고하는 없다. 현직 검사의 성폭력 폭로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사건이다. 그 자리에는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있었다. 동료 검사들도 있었다. 그런 자리에서 선배 검사가 여성 검사를 버젓이 성추행했다. 고인에 대한 예의를 위해 술잔도 부딪히지 않는 장례식장에서 말이다.

 

현직 검사의 성폭력 사건이 충격적인 건 피해자가 검사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검사’는 영화의 단골소재다. 부패한 검사든 강직한 검사든 검사는 검사다. 수사권과 기소권을 휘두르며, 법을 집행한다. 재벌 총수도 검사를 “검사님”이라고 부른다. 그런 검사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성추행을 당했다. 그리고 피해자는 서모 검사 한명이 아니었다. 검찰 내 성폭력 폭로도 이어지고 있다.  

 


 

 

미투 운동이란 개념조차 없었던 2010년에도 미투 운동은 있었다. 현대차 아산공장 하청업체의 여성 노동자는 2009년부터 남성 관리자 2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 가해자는 근무 중에도 신체를 더듬었다. 문자메시지로 성관계를 요구했고, 음담패설도 일삼았다. 피해자는 직장동료에게 성추행 사실을 알렸다. 그런데 회사는 오히려 피해자를 징계했다. 감봉 3개월 처분을 받았다. 피해자가 잘못된 언행으로 회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는 게 징계 이유였다. 

 

이듬해 국가인권위원회는 직장 내 성추행으로 인정했다. 권고가 있기 전 회사는 피해자를 해고했다. 그는 여성가족부와 회사 앞에서 200일 동안 노숙농성을 한 끝에 회사에 복직했다. 피해자가 성추행 사실을 알리고, 복직하기까지 만 3년이 걸렸다. 그동안 삶이 무너진 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였다. 피해자는 우울장애와 수면장애를 앓았다. 그는 성희롱도 고통스러웠지만 1인 시위를 할 때 조롱하던 회사 직원 때문에 더 큰 고통을 받았다고 한다. 

 

여성 검사와 여성 노동자, 성폭력을 당한 뒤 직장의 대처. 피해자가 경험한 일들을 비교하면 너무나 비슷하다. 성폭력 사실을 듣고, 2차 가해를 막아준 건 직장이 아니었다. 검찰도 일터도 여성 노동자의 울타리는 되지 못했다. 

 

시를 배우러 갔다 시인에게 성추행을 당하고. 연극을 배우러 갔다 감독에게 당하고, 주례를 부탁하러 갔다 당하고, 직장 엠티를 갔다 기자에게 당하고, 영화를 찍으러 갔다 배우에게 당하고, 도시가스를 점검하러 갔다 고객에게 당하고, 직장 동료에게 당하고, 장례식장에서 당하고. 배우인 교수에게 성추행을 당하지 않는 매뉴얼까지 있다. 이쯤 되면 이게 나라인지. 이게 직장인지 되묻고 싶을 정도다. 

 

미투 운동의 방법이 옳은지. 가해자의 삶을 어떻게 될 것인지 생각하기 보다 폭로라는 방법을 선택한 이들의 심정을 그려보면 어떨까. 그리고 10년도 지난 일들을 이제 와서 털어놓는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폭로하기 전까지 성폭력 피해자들은 그때 일이 생각하며 몇 번이고 무너졌을 것이다. 지금 미투 운동을 하는 이들은 가해자를 망가뜨리려는 것이 아니라 미투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 사회와 직장을 만들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또 다른 피해자 한명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말이다. 다시 노동조합의 역할을 묻고 싶다. 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경제적, 사회적 지위를 향상하기 위해 조직하는 단체다. 그런데 직장 내 여성 노동자의 사회적 지위가 무너졌다. 미투 운동과 노조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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