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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의 노동운동 

등록일 2018년10월16일 16시2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지난 4월 대한항공 총수일가의 갑질 사건이 발생한 이후 기자의 카카오톡에는 안 읽은 메시지가 매일 수백 개씩 쌓여있다. 읽어도 읽어도 메시지가 쉬지 않고 들어온다. 주변인들이 기자의 안부를 궁금해 해서가 아니다. 메시지가 하루 수백 개씩 쌓이는 채팅방은 바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다. 노동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터라 오픈채팅방의 주제 또한 노조다. 매일 매일 활발하게 대화가 이뤄지는 오픈채팅방만 해도 여러 곳. 포스코, SK하이닉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진에어, 넥슨 등 업종도 규모도 다양하다. 대공장 생산직은 물론 대기업 사무직의 오픈채팅방이 있고, 게임사 개발자도 참여하고 있다. 포스코는 사실상 무노조 사업장이었는데, 지금은 양대 노총이 각각 오픈채팅방을 개설해 조합원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노조와 SNS는 거리가 멀게 느껴졌는데, 지금은 오픈채팅방이 노조 조직의 ‘블루 오션’이 된 듯하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은 모르는 사람들끼리 온라인 공간에서 대화를 나누는 곳이다. 실명을 밝혀도 되지만, 익명도 상관없다. 이용자의 프로필이 공개되지 않아 개인정보가 드러나지 않는 장점도 있다. 스스로 개인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면 일절 ‘익명’으로 남을 수 있는 셈이다. 오픈채팅방에선 친구 목록에 없는 사람과 대화할 수 있고, 관심 분야가 비슷한 사람끼리 이야기할 수 있다. 홈페이지 게시판, 페이스북, 트위터와 소통방식도 다르다. 2015년 8월부터 시작된 이 서비스가 화제가 된 건 일본 드라마였다. 일본의 인기 먹방(먹는 방송)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 관련 오픈채팅방이 개설됐는데, 채팅방 참여자들은 음식사진을 서로 공유하면서 소통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노조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정 사업장 노조의 오픈채팅방이 개설되면, 참여자들이 관련 현안들을 자유롭게 논의한다. 올해 항공업계를 뒤흔들었던 총수일가의 갑질 사건 때 오픈채팅방에서 폭로가 잇따랐다. 


최근 언론에서 주목한 노조들은 오픈채팅방을 통해 홍보하고 조합원을 늘렸다. 조직체계가 잡힐 때까지 은밀하게 홍보하고, 가입을 권유하기보다 대놓고 홍보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조직 확대 측면에서 오픈채팅방의 장점은 상당하다. 직원 중 노조 가입을 망설였다면 오픈채팅방에서 ‘간’을 볼 수 있게 됐다. 노조하면 큰일 난다고 생각했거나 금기시했던 직원이라면 생각을 바꾸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회사가 노조의 분위기와 활동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단점도 있다. 반대로 생각하면 노조도 오픈채팅방을 활용해 전략을 짤 수도 있다. 노조 설립 후 노조와 회사의 외로운 싸움이었다면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다. 노조도 오픈채팅방의 장점을 사용해 언론과 정치권을 활용할 수 있다. 노조 탄압이 심할수록 언론보도는 회사를 견제하는 적절한 수단이다.  


그럼에도 노조에게 SNS 활용은 커다란 도전일 수밖에 없다. 노조는 2년마다 선거를 하는 단체이기 때문이다. 노조 집행부도 때가 되면 레임덕을 겪고, 반대 여론에 부딪힌다. 선거 전후로 내홍에 시달린다. 선거제도를 사용하는 어느 곳이든 승자가 모든 걸 얻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기는 갈등이다. 노조를 취재하면서 적잖게 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모른 척 할 수 없는 일이다. 변화에 눈을 감고, 귀를 닫는다면 언젠가 이로 인한 문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비조합원에게 닫힌 노조보다 열린 노조가 바람직하다. 노조가 있는 사업장이라면 조합원은 노조 집행부에게 관심을 쏟을 수밖에 없다. 관심이 많든 적든 말이다. 우리 노조가 조합원을 위해 어떤 활동을 하는지. 올해 임단협에서 위원장의 솔직한 고민은 무엇인지 경영진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관심이 가는 것이 정상이다. 그리고 선거를 통해 선출된 집행부라면 조합원의 고민에 답해야 한다. 굳이 오픈채팅방이 아니더라도 노조가 SNS 플랫폼을 잘 활용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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