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지난달 미국의 노동경제학자인 클로디아 골딘(77)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를 “여성의 노동 시장 진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진전시킨 공로를 인정한다”며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골딘 교수는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역대 세 번째 여성이자 최초의 여성 단독 수상자가 됐다. 이에 2021년에 출간되어 많은 화제를 얻었던 골딘 교수의 책 《커리어 그리고 가정》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골딘 교수는 100여년 간의 미국 경제사 속에서 대졸 여성들을 다섯 세대로 나누고 이들의 고용 상태와 소득 등을 샅샅이 분석해 노동 시장 내 성별 격차를 파헤쳤다. 책은 경제학의 관점에서 방대한 통계자료를 바탕으로, 평등을 향한 여성들의 기나긴 여정을 쉬운 언어로 그리고 있어 누구나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골딘 교수는 그저 남녀의 기본적인 차이에서 오는 성별 임금 격차만이 아니라 구조화되고 고착된 격차의 이유를 차분히 서술하며, 남녀 사이의 소득 격차의 근원적인 문제를 ‘탐욕스러운 일(greedy work)’에서 찾고 있다.
평등을 향한 기나긴 여정
아이슬란드 여성들이 10월 24일(현지시각) 전일 파업에 돌입했다. 성별에 따른 임금 격차와 젠더에 기반한 폭력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40여 개 여성 단체·노조가 공동 조직한 이번 파업에는 야콥스도티르 총리를 포함한 여성 비중이 높은 교사와 간호사 직군을 비롯해 수산업계 여성 종사자 등 수만 명이 참여한다. 아이슬란드는 사실 '세계에서 가장 성평등한 나라'로 세계경제포럼(WEF)이 매년 발표하는 '성평등 지수'에서 1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국가다. 한국은 이 조사에서 105위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21년 기준 한국의 성별 임금 격차(31.1%)는 OECD 회원국 38개국 평균(11.9%)의 세 배에 육박했다. 직무·직종이 같은 남녀의 임금 차이도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 골딘 교수는 노벨상 수상 기념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극심한 저출산 문제 원인을 “한국 기업 문화가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하기도 했다. 한국 기업 정서가 탐욕스러운 일을 더 중시하며 권장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성별 근로 공시제’를 공공기관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라고 한다. 하지만 한 세기를 거치면서도 완전히 해결할 수 없었던 문제를 단숨에 해결하는 마법 같은 주문은 없다. 책에서 말하듯 노동이 구조화되어 있는 방식을 바꾸고 탐욕스러운 일에 지나치게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것을 줄여가며 더 나은 방향을 위해 다방면으로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