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빈
지난 20대 대선에서 가장 흥미로운 결과는 20대의 분열이었다. 20대를 제외한 나머지 세대는 성별에 따라 지지하는 후보가 나뉘지 않았다. 20대 남성의 58.7%는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고, 20대 여성의 58%는 이재명 후보를 지지했다.
20대 남성들은 여성 우대 정책이 지나쳐 역차별이라고 생각한다. 20대 대선 직후 시사IN이 실시한 여론 조사에서, 20대 남자 62.1%가 ‘남성은 사회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은 여성가족부처럼 여성만을 우대하는 정책은 사라지고, 소외된 젊은 남성들을 위한 지원은 더 많아져야 한다고 믿는다.
20대 여성은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윤석열 후보의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같은 조사에서 73.1%가 우리 사회의 여성 차별이 여전히 심각하다고 답했다. 그들은 여성가족부 폐지에 반대한다고 말한 이재명 후보를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여성가족부 폐지를 놓고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는 사이 ‘진짜’ 청년 문제에 대한 논의는 사라졌다.
청년들은 당장 10~20년 안에 삶의 터전을 잃게 될 위험에 처해있다.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지금의 절반까지 줄이지 못하면 지구의 골든타임은 끝난다. 20대 대선은 지구의 임계점을 코앞에 둔 상태에서 치르는 선거였다. 삶의 터전이 사라지면 차별을 논하는 것도 불가능해진다. 2030년 이후에도 한참 동안 살아가야 할 20대 청년들은, 대선 후보들에게 기후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물었어야 했다. 후보자는 그 물음에 진중하고도 성실하게 답변했어야 했다. 그런 다음에 성차별을 당하고 있는 쪽이 어느 쪽인지 따져도 늦지 않았을 것이다.
초저출산 문제 또한 기후 위기만큼 청년들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청년들은 경제적 여유가 없어서 결혼하지 못하고, 결혼한 뒤에도 양육에 대한 경제적 부담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는다. 이들은 초저출산 시대에 억울한 가해자인 동시에 주요 피해자가 될 것이다.
부양 인구 감소로 앞으로 청년이 부담해야 할 세금은 계속해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청년들이 받을 사회보장 혜택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건강보험은 2028년에, 국민연금은 2055년에 고갈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대 청년들은 한목소리로 원하면 언제든지 결혼하고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사회경제적인 지원을 요구해야 했다. 그러나 20대 청년들의 목소리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두고 두 갈래로 찢어졌다. 그 사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명대로 떨어졌다.
성차별과 역차별은 20대 청년들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였을까? 사람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문제는 다를 수 있다. 그 다름은 존중되어야 하지만 옳다고 할 수는 없다. 청년들에게는 기후위기와 초저출산처럼 그보다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이 많았다. 그런데 20대는 진짜 중요한 문제들은 외면하고,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문제에만 관심을 쏟았다.
<도둑맞은 집중력>의 저자 요한 하리는 진짜 중요한 문제를 외면하는 이유가 집중력 부족에 있다고 말한다.
20대가 외면한 중요한 문제들은 공통점이 있다. 이 문제들은 여성가족부 폐지와 달리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다. 장기간에 걸쳐 집중력을 발휘해야 해결할 수 있는 문제들이다. 그런데 다양한 사회 구조적 원인에 의해 개인의 집중력은 매일 조금씩 훼손되고 있다. 정보량의 증가, 짧아진 텍스트 길이, 무한 스크롤, 끝없는 스마트폰 알림, 생활 속 오염 물질의 증가 등이 집중할 수 없는 개인과 사회를 만든다.
집중력이 부족한 상태에서는 어떤 과제가 중요한지 이성적으로 판단하지 못한다. 판단이 필요하지 않은 단순하고 권위주의적인 해결책에 끌리게 된다. 이런 해결책 대부분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우리가 집중하지 못하는 사이에 한 세대뿐 아니라 한 나라와 인류 전체를 위협하는 문제들은 더 심각해지고 시급해졌다. 집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다. 지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20대의 분열’이 아닌 ‘집중력의 분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