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이라는 차가운 구조
자신과 다른 무언가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 차이가 단순한 거리감으로 남지 않고 경계심, 편견이나 적대감으로 비화해 합리적인 사유 없이 불이익을 주기 시작할 때 차별이 시작된다. 30여 년간 노동자, 빈부격차 문제를 연구해온 사회학자 이주희 교수는 그의 저서 <차별하는 구조 차별받는 감정>을 통해 차별 이야기를 넘어 차별받은 사람들의 감정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차별받는 마음에 대한 감정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로 감정을 통해 차별을 생산하고 재생산하는 거시구조의 전면적 변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차별을 자아내는 조직, 국가, 신념 체계라는 거시구조를 다루고, 2부에서는 차별받는 사람과 그들의 감정을 체념, 적음, 혐오로 나누어 살펴본다. 마지막 3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차별금지법과 적극적 조치, 기본소득을 주요 쟁점으로 다루며,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해 우리가 추구할 진정한 ‘자유’가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논의하는 것으로 결론을 갈음한다.
차별받지 않는 마음을 위하여
현장에서 노사 간 분쟁과 타결에 이론적·실천적 개입을 해왔던 저자는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노동시간의 차별적 효과, 조직 간의 불평등한 구조에 의한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차별, 최저임금의 문제점 등 노동의 불평등과 이러한 구조 속에서 차별의 대상이 되는 여성의 문제를 거론한다. 저자는 차별금지법 통과와 같은 실존적 인권 보호, 일하는 모든 사람을 위한 기본법을 포함한 기존 사회보장 체계 바깥의 국민에 대한 사회권 강화, 여성의 유리천장 깨뜨리기 등 우리 사회에 산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운동과 여성운동이 공통분모를 찾아갈 필요가 있음을 강조한다.
차별과 불평등은 밀접하게 연관된 개념으로,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을 서로 강화한다. 불평등으로 인해 사람은 더 빨리 죽을 뿐 아니라, 죽는 것보다 더 나쁜 일도 아주 많이 겪는다. 저자는 차별당하는 이들의 다양한 인터뷰와 심층 면접 사례 등을 통해 이들의 세밀한 감정을 들여다본다. 차별 극복을 위해서는 차별금지법의 제정과 같은 입법적 노력과 함께, 사회정책에 대한 대안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물론 차별금지법과 적극적 조치, 기본소득 등이 모든 차별에 대한 해법이 될 수 없고, 모든 문제를 해결해줄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서로 연대하여 차별이라는 벽을 깨뜨릴 필요가 있고, 이 책은 차별을 당연히 여기게 하는 구조, 이에 순응하고픈 마음을 일깨운다. 차별하는 구조를 뒤엎기 위한 사람들의 용기가 중요함을 깨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