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 정책본부
2017년 9월 27일, 한국노총은 노동존중사회로 가는 사회적 대화 프로세스를 발표하였다. 그로부터 1년 동안 사회적 대화는 노총 제안처럼 올해 1월 노사정대표자회의가 구성되었고, 노사정합의로 5월 국회에서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법이 통과되어 새로운 사회적 대화의 집에 골조를 세웠다. 7월부터는 주요 의제별 위원회가 구성되어 운영되고 있으며, 8월부터는 업종별 위원회 구성을 위한 준비가 한창이다.
사회적 대화가 평탄하지만은 않다. 5월 국회에서 최저임금법이 개악되면서 사회적 대화가 40여 일간 전면 중단되는 시련이 있었다. 7월에는 최저임금 1만 원 국정과제가 뒤로 밀리면서 대통령이 직접 사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통계 지표상으로 저성장 고용위축의 결과가 발표되면서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의 추진 동력이 약화되고, 신자유주의로 회귀하자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어 우려가 크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노동존중사회 실현 등 문재인 정부의 국정기조는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필요충분조건이다. 경제민주화, 최저임금 인상, 노조할 권리보장, 좋은 일자리 등은 보다 더 강화되고 차질 없이 추진되어야 한다. 그리고 사회적 대화는 노동존중사회의 씨를 뿌리고 수확하는데 일로매진(一路邁進)해야 한다.
본고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공식 출범을 앞두고 현재 논의, 운영되고 있는 4개 의제별 위원회(①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②노사관계 제도·관행 개선위원회, ③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④디지털전환과 노동의 미래위원회)의 현황을 소개하고자 한다.
노사정 첫 합의안 성과를 이뤄낸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
사회안전망개선위원회(이하 안전망위)는 퇴직, 질병, 장애, 실업 등의 사회적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사회보장제도 전반의 내용을 다룰 수 있도록 한 의제별 위원회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크게 공공부조, 사회보험, 사회서비스로 이루어져있기 때문에 타 의제별 위원회보다 다루고자 하는 정책영역의 범위가 상당히 넓기 때문에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등의 부처가 참여하며, 공익위원 또한 상당히 여러 전문분야에 걸쳐 선정되어 있다.
안전망위에서 1년간 다룰 수 있는 정책내용들은 초기에 크게 세 가지로 계획되었다. ▲고용보험, 국민연금,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의 대상 및 보장 확대, ▲지속가능한 사회보장 시스템 마련, ▲공공사회서비스인프라 개편 등을 올 하반기부터 집중적으로 검토하기로 계획했으며, 필요시 노사단체의 의견을 들어 의제를 수정하는 것으로 논의되었다.
안전망위에 노사단체가 주목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의제 자체가 노사간 크게 대립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것이다. 노동계는 그동안 사회적 임금(social wage) 쟁취를 위해 보편적 복지 확대를 요구해왔으며, 특히 복지정책 전반의 적정급여수준 마련을 위해 적정재정부담을 원칙으로 한다면 대다수의 국민들의 복지확대에 동의할 것이라 주장해왔다. 경영계도 기업이 개별적으로 노동자에게 제공하는 기업복지의 전체규모를 줄이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공적 돌봄체계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내수소비진작을 위해 저소득층에 대한 현금수당 확대 및 기초생활보장제도 강화 등에 동의하고 있다.
실제 이러한 배경에서 안전망위는 최근 처음으로 ‘취약계층의 소득보장 및 사회서비스 강화를 위한 합의문’이라는 제목의 노사정 합의안을 도출하는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최근 취약계층에 대한 복지정책확대가 필요하다는 사회적 요구가 대두되면서 ▲근로빈곤대책 ▲노인빈곤대책 ▲기초생활보장제도 개선 ▲사회서비스 강화 등의 내용을 공익위원이 제안하였고 일부 수정된 안에 노사정이 합의한 것이다. 이처럼 노사정이 함께 머리를 맞대 우리나라의 복지전반의 확대를 고민하는 자리로서 안전망위는 앞으로도 활발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노사관계·제도관행 개선위원회
노사관계·제도관행 개선위원회(이하 ‘노사관계제도개선위원회’라고 함)는 2019년으로 예정된 ILO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과 후진적 노사관계 법제도 및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위원회이다. 동 위원회는 준비위원회 논의를 거쳐 지난 7월 20일 첫 회의를 갖고 출범하였다.
노사관계제도개선위원회는 향후 1년간 국제노동기준과 ILO핵심협약(결사의 자유-단결권 관련 제87호, 제98호 협약, 강제노동관련 협약 등)을 위반하고 있는 우리나라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조치 및 그밖에 그동안 정부의 부당한 개입과 불평등한 노사관계를 야기한 각종 제도 및 관행을 개편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현 문재인 정부는 국정과제로 ILO핵심협약 비준을 명확히 제시했고, 2019년 ILO창립 100주년을 맞이하여 정부는 핵심협약의 비준을 추진할 예정이다. 지난 1차 전체회의부터 정부는 이러한 추진일정을 염두에 두고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단체교섭권 관련 제87호, 제98호 협약의 비준을 추진하는데 있어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노동관계법 우선 입법과제를 선정하여 동 위원회에서 논의하여 줄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한국노총은 ILO핵심협약에 정면으로 위반되는 시급한 입법과제에 대한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반면 사용자단체 위원들은 우리나라 노사관계의 특수성을 주장하며 현행 제도의 존치 및 핵심협약 비준을 서두르지 말자는 의견을 제시하였다.
한국노총은 지난 4차 전체회의에서 1단계로 “결사의 자유원칙에 정면으로 반하여 ILO가 제도폐지를 명시적·지속적으로 권고하여 비준 이전에 노동관계법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써 ▲실업자, 해고자 등의 노조가입 및 노조임원 자격 제한 ▲노조전임자의 급여지급 금지 및 벌칙 조항 폐지 ▲노동조합 설립신고서 반려 및 노동조합 명칭 사용 제한 ▲공무원·교원의 단결권 보장 확대 ▲특수고용 노동자의 단결권 보장 확대 ▲쟁의행위 관련 노조법상 처벌제도 및 업무방해죄 적용문제 개선 ▲쟁의행위의 목적 관련 제한, 필수유지 업무제도 개선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강제 및 부당노동행위 개선 등 우선적으로 논의하여 시급히 법제도 개선을 추진할 것을 제안하였다. 한편, ▲노사 자율교섭 범위를 확대하는 근로시간면제제도 개선 ▲시행령에 의한 법외노조 통보처분 ▲단체협약 시정지도 및 시정명령, 노조규약·결의나 처분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명령, ▲노조활동 관련 부당한 과태료 행정처벌 행위 등 정부가 시행령 개정 등 국회 입법여부와 관계없이 가능한 개선조치는 앞서 추진할 것과 동 위원회 차원의 의견제시도 되어야 함을 주장하였다. 그밖에 핵심협약에 저촉되는 입법사항에 대해서도 정부차원의 비준 및 국회 비준동의 후 1년 이내의 조속한 입법 추진계획 제시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노사관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시급한 입법추진 과제를 선정하여 단계적 논의하는 것은 핵심협약과 상충되는 모든 국내법 제도개선 사항을 완전히 시정한 후에 관련 협약을 비준하자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를 고집하는 것은 핵심협약 비준을 마냥 미루고자 했던 과거 보수정부의 입장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노사관계제도개선위는 ILO가 제도의 폐지를 명시적·지속적으로 권고한 사항, Case No.1865 진정 이래 20년간 15차례 보고서를 통해서 거듭된 결사의 자유위원회의 권고를 받아 온 사항에 대해서는 우선적으로 집중 논의하여 협약비준 이전에 관련 노조법 등 개정이 추진되어야 한다. 아울러 동 위원회가 핵심협약에 위반되는 제도개선 사항 및 불평등한 노사관계를 초래한 우리나라의 노동관계법 및 노사관계 각종 제도를 변화시키는데 있어서 일정한 기여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그동안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제도개선 및 각종 예방사업을 전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는 매년 2천여 명의 노동자가 산업재해로 사망하고 9만여 명이 산업재해로 고통 받는 ‘산재공화국’이다. 기존의 정책 및 감독체계로는 산업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논의를 통해 산업재해예방 정책 및 기능의 효과성 제고를 위한 혁신적인 방안 마련을 목적으로 위원회가 설치되었다.
산업안전보건위원회는 2차례 준비모임을 거쳐 2018년 7월17일(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1차 전체회의를 개최하고 위원회의 명칭을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를 위한 산업안전보건위원회’로 확정하고, 운영기간, 논의과제, 운영방법, 분야별 간사선임 등을 논의하였다. 논의기간은 2018.7.17∼2019.7.16으로 하였으며, 필요시 1년 이내 운영기간을 연장하기로 하였다. 안전보건공단 박두용 이사장이 위원장으로 선출되었으며, 한국노총을 포함한 노동계 2명, 한국경총을 포함한 경영계 2명, 정부위원으로 고용노동부 산재예방보상정책국장, 기획재정부 사회예산심의관, 공익위원 5명으로 위원회가 구성되었다. 논의 의제로는 큰 틀의 논의 주제를 설정하고 세부 논의과제는 노사정 및 공익위원의 의견을 수렴하여 결정하기로 하였다. 우선 현재와 같은 산업안전보건 감독조직 체계로는 산업재해 예방에 한계가 있어 ▲실질적이고 정부의 감독집행 강화체계를 개편하기 위한 산업안전보건 감독조직체계 개편 및 강화방안, ▲비정규직·하청노동자를 비롯하여 특수고용노동자 등 안전보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노동자의 건강보호를 위한 산업안전보건규제 현실화 및 사각지대 해소 방안, ▲장시간 노동자의 건강보호 및 정신건강보호를 위한 과로사법 제정 등 제도개선 방안 등을 논의해 나가기로 하였다. 한국노총은 대한민국이 ‘산재공화국’을 벗어나 모든 노동자가 안전하고 건강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논의를 주도해 나가고 실질적이고 실천 가능한 제도개선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활동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디지털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
인공지능기술,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등 새로운 혁신기술과 이들의 융합은 산업생태계만이 아니라 노동세계와 사회질서를 빠르게 변화시키고 있다. 따라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사회적 논의는 새로운 노동시장구조와 사회제도 마련을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핵심 주제일 수밖에 없다. 작년 사회적 대화기구 재편 논의 초기부터 4차 산업혁명 대응 논의를 위한 의제별 위원회 설치가 검토된 이유다.
올 4월 제3차 노사정대표자회의에서 사회적 대화기구 개편방안이 확정된 후, 5월부터 4차 산업혁명 대응을 위한 의제별 위원회 준비모임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이후 회의에서 현재의 경제사회적 변화의 본질이 디지털화가 노동, 산업 등 경제사회 시스템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 전환이라는 점에서 가치중립적이지 못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보다 ‘디지털전환(Digital Transformation)'가 명칭으로 적합하다는 동의가 이루어져 본 위원회 명칭을 ’디지털전환과 노동의 미래 위원회‘로 확정하였다.
디지털위원회는 전병유 한신대 교수를 위원장으로, 노·사 각2명, 정부 3명(고용노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소벤처기업부), 공익 6명, 간사 1명(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위원으로 구성되었다. 1년의 시한으로 논의를 시작하되, 디지털전환의 개념과 도전이 되는 과제 및 양상을 살피고 일터혁신과 참여증진 등의 협력방안을 모색한 후 정책 및 법·제도적 측면에서 교육훈련, 사회안전망, 노동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논의해나가기로 했다.
한국노총은 디지털전환이 가져올 수 있는 위기와 도전에 주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디지털위원회 논의를 주도해 나가고자 현장의 실태에 대한 면밀한 파악과 산업별 정책대응방향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기 위한 활동을 하반기에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