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죽음으로 향하는 장시간 노동
누가 울새를 죽였는지 물어보는 마더구즈 동요가 나오는 미스테리 소설이 아니다. <누가 김부장을 죽였나>라는 도발적인 제목의 이 책은 전작인 <과로사회>에서부터 한국사회의 장시간 노동환경에 대해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온 사회학자 김영선의 신작이다.
저자는 법이 바뀌어도 여전히 야근할 수밖에 없는 반복되는 노동현실을 추적하면서 어떻게 과로가 노동자를 “죽음”으로 내몰고 있는지 책속에서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태움이나 디졸브, 크런치 모드와 같은 고통스러운 노동 상황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고, 이러한 일들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임을 말한다. 또한 과로가 유발하는 신체적, 정신적, 관계적, 사회적 질병을 ‘시간마름병’이라고 진단하면서, 여기에는 우울증과 과로사, 관계 단절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시간마름병은 삶의 질을 현저히 떨어뜨리고, 사회 모든 구성원의 안전을 위협한다. 무엇보다 디지털 시대의 신기술은 이러한 상황을 더욱 교묘하게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SNS로 업무 지시가 내려오고, 시공간에 묶여 있지 않은 노동자는 언제든 호출된다. 업무의 일상 침투가 만연해지는 현실 속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과로 성과사회’에 기인한 과로 사회문제들의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
노동 환경 변화를 위한 교육의 필요성
주 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되고 정부에서는 노동시간 단축을 홍보하는 노동시간단축 좋아요 광고를 내보내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노동시간 단축, 내 삶의 변화, 일·생활균형, 삶의 질 향상, 정시퇴근, 워라밸”에 좋아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노동자가 얼마나 될까.
경쟁에서 살아남고 승진을 하기 위해 꼭 필요했던 습관적인 야근과 장시간 노동에의 예속은 법이 바뀌었다고 해서 쉽사리 우리네 일터에서 사라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법제도만으로는 장시간 노동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다.
줄어든 월급으로 여가를 즐기고 저녁을 먹을 수 없다고 하소연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본금을 올리는 임금체계 개편이 우선되어하고, 원하청 불공정 거래의 해소를 위한 법안 마련 등 많은 것들이 함께 변화되어야 한다. 하지만 저자가 무엇보다 강조하는 점은 노동시간 단축 이후의 삶을 기획할 수 있는 “시간권리교육”의 필요성이다.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한 여가, 문화, 나의 시간을 자유롭고 주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간권리교육”을 통해서만이 시간의 민주화를 확보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기본소득 (가이 스탠딩 지음 / 창비 펴냄 / 412쪽 / 2만원)
- 자만의 덫에 빠진 민주주의 (데이비드 런시먼 지음 / 후마니타스 펴냄 / 480쪽 / 2만3천원)
- 인권이 없는 직장 (류문호 외 지음 / 스리체어스 펴냄 / 144쪽 / 1만2천원)
- 모든 노동에 바칩니다 (비정규직 없는 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지음 / 오월의봄 펴냄 / 236쪽 / 1만4천원)
- 열두 발자국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펴냄 / 400쪽 / 1만6천8백원)
-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김원영 지음 / 사계절 펴냄 / 324쪽 / 1만6천원)
- 평양의 시간은 서울의 시간과 함께 흐른다 (진천규 지음 / 타커스 펴냄 / 316쪽 /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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