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알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것에 대해
미국의 작가이자 탐사보도 전문가인 이얼 프레스의 2022년 힐만상 수상작인 <더티워크>가 출간되었다. 책은 “비윤리적이고 불결한 노동은 누구에게 어떻게 전가되는가”라는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선량한 대중이 애써 알려고 하지 않는 ‘더러운’ 문제들, 눈에 보이지 않는 노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는 더티워크를 다른 인간에게 또는 인간이 아닌 동물과 환경에 상당한 피해를 주는 노동, 점잖은 사회 구성원이 보기에 더럽고 비윤리적인 노동, 그 일을 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들에게 낮게 평가되거나 낙인찍혔다고 느끼게 하거나 가치관과 신념을 위배했다고 느끼게 함으로써 상처를 주는 노동으로 정의한다.
무엇보다 더티워크는 ‘선량한 사람들’의 암묵적 동의에 기반한 노동으로, 그들은 사회질서 유지에 그 일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명시적으로는 그 일에 동의하지 않음으로써 만약의 경우에 책임을 회피할 수 있다.
총 4장으로 구성된 책에서 저자는 미국 사회의 다양한 영역에서 더티워크의 사례를 들고 있다. 학대가 일상적으로 자행되는 교도소 정신병동의 교도관, 원격으로 가해지는 드론 조종사, 정육 공장의 도축 노동자, 바다 위에서 화석연료를 시추하고 파쇄하는 노동자, 실리콘밸리의 첨단기업의 이면까지 “사회생활이라는 무대의 뒤편”에 은폐되어 다수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노동이 그것이다.
함께 공감하고 책임지기 위하여
사회를 이루고 움직이는데 필요한 일이지만 대다수가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더티워크의 종사자들은 때로는 단지 그 일을 한다는 것만으로도 폄하되고 손가락질 당한다. 우리는 더티워크에 내몰린 사람들이 ‘스스로’ 그 일을 선택했다 여기며 그들이 선택할 수밖에 없던 사회의 불평등한 구조에 대해서는 고민하지 않는다.
책 속의 한 구절을 인용한다면, “내가 속한 세계와는 무관한 일이었죠”라는 게 맞는 표현일 것이다. 더럽고 지저분한 것을 보면 피하고자 하는 게 새롭지는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치워두고 싶은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눈앞을 깨끗하게 만들고자 해왔던 일은 야만적이거나 비도덕적인 경우가 허다하고, 때로 이 역할을 하는 이들이 보이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 역시 사실이다.
이 책의 내용을 미국만의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없는 것이 우리나라에도 더티워크의 현장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일용직 노동자, 하청업자, 특고노동자, 장애인, 이주노동자들이 더럽고 어렵고 위험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알면서도 거리를 두며 외면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것을 공동체의 다른 사람들에게 진실하게 다시 전달하는 것이다.
우리가 애써 바꾸려 하지 않았던 불공평한 노동을 끌어올려 바꾸어나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