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적이고 안정적이고 급여가 좋은 일자리의 가능성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우리는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하며 감정과 인격을 고용주의 이윤을 위해 사용하고 있다. 단지 줄어들고 있는 일자리를 얻거나 유지하기 위해 여가를 반납하고 은퇴를 늦추며, 희박한 기회를 잡기 위해 직업훈련과 교육에 몰두하다가 번아웃이 된다.
어밀리아 호건의 <노동의 상실>은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일이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나쁜지를 다루고 있다. 우리는 일자리가 우리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 일자리를 더 필요로 한다. 책은 의미와 안정을 느끼게 해주고 좋은 상사와 안정적인 월급, 풍요로운 복지와 같은 우리가 일자리에 기대하는 희망이 얼마나 허상인지를 파헤친다.
일하는 방식을 선택할 수 없는 노동자들이 공감할 자본주의 체제에서의 일의 특징과 역사, 문제점 그리고 일에 대한 수많은 거짓을 타개할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는 자본주의에서 일이 지니는 역사적으로 고유한 특징들을 숙고함으로써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을 이해하고자 한다.
갈수록 개인의 시간을 좀먹고 개인을 해치는 일의 성과가 사회 전체적으로 어떻게 평등하게 공유되지 않는지를 살피며, 계급과 성별 불평등으로 야기되는 기후와 환경 재난을 말한다.
더 나은 세상에서 함께하기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은 불평등을 기반으로 삼고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저자는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사회에서 몇 개의 ‘좋은’ 일자리에 대한 ‘더 공정한’ 접근을 논한다는 것은 운 좋게 ‘좋은’ 일자리를 얻는 사람보다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언제나 훨씬 많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 꼬집는다.
자본주의 체제에서 일의 문제를 다루려면 극소수가 천장을 뚫기 쉽게 만드는 것보다 바닥 자체를 높여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한 직장에서의 최소 기준을 높이고, 노동조합을 통해 노동자의 힘을 키워 그 기준이 유지되고 지켜지는지 확인하는 것만이 자본주의에서 일하며 겪을 수 있는 최악의 경험에서 우리를 보호해주고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지금까지 노동조합은 유급 병가, 유급 연차, 최대 노동 일수 제한, 유급 육아휴직, 부당 해고와 계약위반에 대한 싸움, 심지어 매 주말 쉴 권리까지 많은 것들을 이뤄냈다. 기득권층은 이런 노동자와 노조를 탐욕스럽다고 몰고 가며 노조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거세게 공격하고 있다.
여러 어려움에도 저자는 노동계급이 함께 힘을 합쳐 정치적으로 더 잘 대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책은 단지 ‘더 나은’ 일을 위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모색한다. 이것이야말로 노동조합이 필요한 이유이자 우리가 연대하는 이유이며 우리가 광장에서 함께 외치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