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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면 길이 된다

이상헌 지음 / 생각의힘 펴냄 / 320쪽 /1만8천원

등록일 2023년05월09일 15시0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국장

 

그래도 희망한다

 

아직도 5월 1일은 “근로자의 날”이다. ‘노동의 중요성’을 인식한다면서 노동절이라 부르지 못하고, 이름을 노동절로 바꾸자는 관련 법안들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정치인과 기업인들은 한목소리로 8시간 노동의 중요성 따위는 무시하고 “노동자들의 시간 선택권” 같은 교활한 말로 주 60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제도화하려고 한다. 1817년에도 노동자의 진정한 자유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되었던 것이 하루 8시간 노동이다.

 

일터의 위험에서 노동자가 죽어가는 현실은 변함이 없다. 불평등과 양극화는 심화되고 노동자는 원래 가져야 마땅한 하나를 얻는 것조차 힘들어 허덕인다. 대한민국의 노동현실은 이토록 힘든데, 여기 위안처럼 일터와 노동에 관한 예리하면서도 따뜻한 책 한 권이 출간되었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국제노동기구(ILO) 고용정책국장으로 일하는 이상헌의 <같이 가면 길이 된다>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이 함께 거친 손을 잡고 연대하며 길을 만들어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저자가 써 내려간 글들을 모았다. 고전들의 인용구는 시의적절하며, 글 사이사이 우리가 놓쳤던 일상들이 잘 담겨 있다.

 

회복하는 사회를 꿈꾸며

 

총 6부로 구성된 책은 이 사회의 노동과 일터의 모습들을 꼼꼼하게 짚어간다. 1부에서는 일하다 죽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사람이 사람을 죽이는 식인의 풍습에 빗대어 풀어간다. 저자는 일터의 죽음을 사회의 집단적 ‘음모’이자 ‘테러’라고 정의한다. 2부는 차별없는 노동이라는 ILO의 이념을 이뤄내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걸어가는 거칠지만 더딘 꿈을 담았다. 3부에서는 일터의 그늘과 불평등을 내 일이 아니라고 모른 척했다가는 모두가 다치는 부메랑에 비유하며, 이를 “바꾸려면 뭐라도 해야”한다고 역설한다. 4부는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에서도 위험과 차별을 짊어졌던 사람들이 바이러스가 덮치자 더욱 극심한 역할을 떠안아야 하는 모습들을 담고 있다.

 

저자는 코로나가 간 뒤 진짜 심각한 ‘불평등 바이러스’가 오래도록 머물 것이라고 씁쓸히 말한다. 5부는 경제학을 전공한 사람으로 느끼는 책임과 비애 그리고 ‘뱃고동’에 비유한 희망의 이야기이며, 마지막 6부 ‘이제 너에게 묻는다’는 스스로에게 던지는 무수한 물음표이다. 능력주의의 혜택도 누렸고, 어쩌면 울타리 안쪽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저자는 일하는 삶, 민주주의, 난민, 우리가 이루었다 믿었던 것들에 대해 끊임없이 묻고 되돌아보고 그렇게 앞을 본다. 회복함으로 한 걸음 더 앞으로 걸어갈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저자는 비록 앞으로 가지 못하더라도 일하다 죽지만 않는다면, 살아 있다면 서서히 회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이야기한다. 물러나도 다시 나아갈 희망이 거기에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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