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최근 일본을 다녀왔다.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한국의 최저임금은 '창렬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창렬하다는 말은 겉은 번지르르한데, 내용이 부실하다는 뜻이다. 최저임금이 상대적으로 올랐지만 물가도 높아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다. 청년들이 SNS, 블로그를 통해 맛집 찾기에 매달리는 이유다. 일본 여행을 하다 보면, 경제대국임에도 물가가 비싸다는 느낌이 안 든다. 비용을 지불한 만큼 소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수치도 이를 방증한다. 지난해 1월 기준 한국의 빅맥 지수는 3.68로 56개국 중 25위다. 일본은 3.86으로 23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20여년을 살고, 일본으로 돌아간 유우키씨는 "오사카 대형마트에서 한국보다 가격이 비싼 건 막걸리와 신라면 정도"라고 트위터에서 말했다.
최근 최저임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일본의 최저임금 제도가 종종 언급된다. 동경시의 최저임금은 932엔으로 가장 높다. 북해도(홋카이도) 지역과 오키나와는 각각 786엔, 714엔이다. 한국의 올해 최저임금은 7530원이다. 이마저도 올해 큰 폭으로 오르면서, 와카야마현(753엔)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일본은 우리나라와 달리, 지역·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 적용한다. 내년 최저임금 심의에서 사용자위원은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강하게 요구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내년 최저임금을 동결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러면서 일본의 예를 든다. 주로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동경과 오키나와의 최저임금이 218엔 차이 난다는 얘기들이다. 한화로 환산하면 2203원 가량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일본의 최저임금이 우리나라처럼 최고임금이라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 일본의 아르바이트는 최저임금 이상을 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야간 시간대는 1100엔 이상을 지급한다고 한다. 교통비가 비싼 점을 고려해, 교통비가 수당으로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딱 최저임금만 지급하는 사업장은 기피한다는 얘기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 사용자는 최저임금만 주면, 문제없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노동선진국이니 배우자는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일본은 노동자들이 살기 좋은 나라도 아니고, 노동자에게 친절한 나라도 아니다. 일본 사회의 과로사는 심각한 사회문제다. 2015년 1위 광고회사 덴쓰의 신입사원이 월 100시간의 연장근무를 하다 목숨을 끊었다. 일본은 과로사를 정부의 책임으로 규정한 나라다. 지난 6월 일본 의회를 통과된 '과로사 방지법'은 연장근무를 월 100시간, 연 720시간으로 제한했다. 과로사를 방지하겠다는 것이지 시늉만 하겠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하다. 그런 일본의 연간 노동시간(2016년 기준)은 우리나라보다 356시간 낮은 1713시간이다. 문재인정부는 일과 가정의 균형 '워라밸'을 얘기하고, 소득주도 경제성장을 추진하고 있다. 비교 대상국이 일본이라니 우스운 일이다. 우리보다 노동현실이 아주 조금 나은 일본을 비교해서, 노동자의 생활이 얼마나 달라지겠나.
하루 8시간, 주 40시간만 노동하겠다고 미국의 노동자들이 외친 해는 1886년이다. 조선 고종 23년(1886년) 때의 일이다. 프랑스에서 주 40시간 제도가 도입된 건 1936년이다. 우리나라에 주 40시간이 도입된 해는 68년 뒤인 2004년이다. 미국의 한 저술가이자 변호사인 토마스 게이건은 그의 책 '미국에서 태어난 게 잘못이야'에서 이렇게 말했다. 유럽의 중산층 노동자가 연 1500시간의 노동시간, 6주의 휴가를 보장받는 건 권리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노동현실을 언급하며, 여기서 태어난 게 잘못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