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훈중 교육선전본부 본부장(대변인)
7월1일부터 300인 이상 사업장과 공공부문에서 연장노동을 포함한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어든다.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관련 근기법을 위반하는 사업장에 대해 강력히 처벌하는 대신 6개월간 처벌을 유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용자들이 스스로 지킬지 의문이다. 연장근무를 포함한 주당 최대노동시간이 진작 52시간으로 됐어야 하는데 그동안 정부의 잘못된 행정해석으로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장시간노동을 강요받았고 우리나라는 장시간노동국가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근기법 개정으로 실노동시간이 줄어드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지만 주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노동에 대해 휴일근로수당과 연장근로수당을 합산해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휴일을 포함한 일주일간 법정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하고서도 주40시간을 초과하는 휴일노동에 대해 휴일․연장근로수당을 합산해서 지급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하루빨리 관련법이 개정되어야 마땅하다.
노동시간은 임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노동시간이 줄면서 휴식과 여가가 생기는 반면 임금이 줄어 삶의 질을 떨어뜨릴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노동시간단축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노동시간단축이 노동자에게 해가 되지 않도록 각별한 준비가 필요하다.
우선 300인 이상 사업장 가운데 연장근로를 포함 주52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하는 사업장은 교대제 개편 등을 통해 실노동시간을 주당 52시간 이내로 줄여야 한다. 주야 12시간 맞교대 사업장이나 3조2교대 사업장 등 주52시간 초과근무 사업장의 경우 교대제 개편과 추가인력 확보가 불가피하다. 노동시간을 줄이고 추가 인력을 채용하는 것은 노동시간 단축의 근본 취지이기도 하다. 실노동시간 단축이 현장조합원에게 마냥 즐거운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연장근로와 휴일특근이 줄어들어 임금이 감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노총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56%의 사업장에서 노동시간 단축으로 임금이 감소한다고 대답했다. 이 경우 사측과 임금보전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아직까지 임금보전방안을 마련한 사업장은 그다지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는데 정부의 지원방안을 적극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임금이 감소하면서 퇴직금이 줄어드는 노동자도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퇴직금 중간정산 등을 통해 퇴직금이 줄어들지 않게 하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임금이 그다지 줄지 않거나 정년이 많이 남은 노동자들은 중간정산을 하지 않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다. 매년 임금인상이 되어 몇 년 후면 현재의 임금손실분을 충분히 만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퇴직금 중간정산은 남은 정년과 임금 감소 정도를 강안해서 전략적으로 판단해야 하며 일률적으로 중간정산을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노동시간단축과 함께 탄력근로제 등 유연근무제 도입을 사측이 요구하는 곳도 있다. 재계는 노동시간이 단축되면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지금의 3개월에서 더 늘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탄력근로제는 잔업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하루 8시간, 주40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시킬 수 있는 제도이므로 제도 도입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사용자는 시간외 수당을 주지 않고도 장시간 노동을 시킬 수 있는 반면 노동자 입장에서는 시간외 수당을 한 푼도 못 받고 장시간노동에 내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시간 단축이라는 본래의 취지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시간외 수당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주당 52시간까지 근무하게 되면 7%의 임금 손실이 발생하게 되어 노동자들은 경제적으로도 손해를 보게 된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그늘이 있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그늘이 더 커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면 차라리 시행하지 않는 편이 더 낫다. 노동시간단축으로 노동자들의 삶이 조금이라도 나아져야지 나빠져서는 안된다. 주52시간 상한제가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장시간 노동관행을 해소하고 노동자의 삶의 질도 개선하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준비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