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의 전태일
50년이 지났다.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며 전태일 열사가 스물세 살 젊은 나이에 분신한 그 때로부터 자그마치 50년이다. 아직도 현장에서는 과로로 차별로 산재로 노동자가 죽어 가고 있다. 죽음으로 이끄는 현장 실습생들의 열악한 환경은 평화시장의 가혹한 노동환경을 떠올리게 하며, 동준이 동균이 민호, 어린 청년들의 죽음은 어린 여공들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았던 태일의 죽음과 겹쳐 보인다.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는 태일의 외침은 비정규직을 방치하지 말라고 피켓을 들었던 용균과 닮아 있다.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는 스스로를 ‘글 재봉사’라고 칭하는 고등학교 국어교사 강성규가 전태일의 짧은 생애에서 결정적인 순간들을 찾아, 그것을 지금 청년들의 삶 속에 되살린 노동 인문서이다. 저자는 전태일을 ‘기념’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마음을 ‘현재화’하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과거의 일을 기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전국을 발로 뛰며 인터뷰하고 취재하면서 청년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 플랫폼 노동자들처럼 우리사회 곳곳에 존재하나 불안정하기만 한 이 땅의 청년노동자들의 삶을 한데 엮어 생생함을 더했다.
태일과 함께 걷다
“태일과 함께 그늘을 걷다”는 전태일 50주기 공동 출판 프로젝트 ‘너는 나다’의 일환으로 기획한 책이다. 전태일 열사의 뜻을 전달하기 위해 갈마바람, 나름북스, 리얼부커스, 보리, 북치는소년, 비글스쿨, 산지니, 아이들은 자연이다, 철수와영희, 학교도서관저널, 한티재 등국내 출판사 11곳이 힘을 모았다. 이번 책 출간은 지난 1969년 전태일이 10여명의 재단사 친구들과 함께 '바보회'를 구성해 평화시장의 어려운 노동현실을 바꾸려 했던 뜻을 되살리고자 진행됐으며, 출판사들은 책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18년 11월부터 1년6개월 동안 노력했다. 노동조합, 기본소득, 중국 여성 노동자, 노동인권교육, 진보정치사, 노동소설, 전태일 만화 등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특히 출판사들은 지난 2월 전태일재단과 연대 협약을 맺고 전태일 정신을 계승하고 알리는 데 서로 연대하기로 했으며, 책마다 인세 1%를 전태일재단에 기부하기로 했다.
‘가장 인간다운 인간’으로 ‘일하는 사람들의 벗’이었던 영원한 청년 전태일은 자신의 친구들과 함께 세상의 그늘을 외면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2020년 우리는 아직도 만연한 세상의 그늘을 태일과 함께 걸으며 노동자 청년들의 꿈과 삶이 함께 공존하는 세상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