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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차장의 전략조직화 사업 파견일지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기에 ‘관계’가 중요하다

등록일 2018년06월08일 16시3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박주현 한국노총 미조직비정규사업단 차장

 

담당 파견 지역이었던 충북에서는 4월의 벚꽃이 한창 꽃봉오리를 열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충북의 조직국장님은 “한창일 때 꽃놀이 못 가시고 파견 와서 어째유”라며 사람 좋은 미소를 지었다. “꽃놀이 대신 꽃 같은 위원장님들 뵈러 와서 괜찮아요!”

첫 파견에 조금 들떠있던 나의 간지러운 대답에 차 안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다. 농담처럼 했던 말이었지만, 놓친 꽃놀이가 아쉽지 않을 만큼 약 2주간의 파견은 많은 걸 느끼게 하고, 나를 한층 더 성장하게 했다.

 



 

‘비정규직 조직화’라는 파랑새를 찾아서

‘단위 사업장 내 비정규직의 조직화 독려’는 이번 파견의 주요 목적 중 하나였다. 이는 조직 확대라는 조직적 이점 외에도 정규직이 연대하여 비정규직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변화시킨다는 노동 운동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뜻이 높은 만큼 정규직이 앞장 선 ‘비정규직 조직화’는 쉬운 일이 아니다. 소위 현장을 아는 사람들은 정규직 중심의 비정규직 조직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그랬기에 나 역시 큰 기대를 걸지 않았고, 하나의 이상쯤으로 여겼다. 놀랍게도 파견 첫 날, 그 이상은 현실이 되었다. 첫 방문지였던 현대모비스(위원장 박태우)는 집행부가 앞장 서 사업장 내 약 9개의 하청업체를 대상으로 하나의 노동조합 출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파견기간이 끝나고 머지않아 해당노동조합의 설립 총회가 실시되었다.) 뿐만 아니라 현대모비스는 다음 비정규직 조직화를 계획하고 있었다.

“시대적 흐름에도 그리고 노동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도 비정규직 조직화는 시작되어야 한다”는 위원장님의 담담한 말 속에서 굳은 결심과 이를 실현하기 위해 겪었을 어려움들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위원장님의 결심에 함께한 집행부와 너른 마음으로 이해와 지지를 보내는 조합원이 없었다면 이런 엄청난 결실은 이뤄지지 못했을 것이다. 모두의 노력이 모여 꿈 속에만 있다고 여겼던 파랑새가 우리가 사는 ‘이 곳’에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현실의 파랑새를 지키기 위해서는 앞으로의 노력이 더 중요하다. 현대모비스처럼 단위조직 차원에서 조직화를 적극적으로 실시하는 경우, 산별과 총연맹차원에서 재정 및 법률 등의 지원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또한 단순히 설립에 그치지 않고 정규직-비정규직간의 조화와 연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이 수립되어야 할 것이다.

 

듣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

“우리 얘기를 하기 보다는 현장의 얘기를 들으러 가는 거야.”

한 선배 간부는 파견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회원조합들의 의견 하나하나가 모여 총국의 정책 및 조직 방향을 결정하는데, 이번 파견이 총국간부에게는 현장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기회라는 것이다. 현장에 귀를 기울이니 시기가 시기인 만큼 많은 조직에서 동일하게 최저임금, 근로시간단축, 타임오프와 관련한 고충들이 쏟아졌다. 특히나 교대제와 초과근로수당이 많은 제조업은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고 있었다. 하나의 정책으로만 여겼던 것들이 현장에선 얼마나 큰 나비효과를 일으키는지, 업종 혹은 규모마다 천차만별의 힘을 발휘하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조직들의 질책 혹은 호소는 현장이 아니기 때문에 놓칠 수 밖에 없는 것들을 들려주었다. 들을 수 없었기에 스스로는 모르게 무심했던 점들과 대화하지 않았기에 생긴 오해들이 보였다. 조직들로부터 파견 기간 동안 함께 나누었던 얘기들을 잘 전해달라는 부탁을 숱하게 받았다. 행여라도 들은것을 빼먹을까 보고서 작성부터 파견 종료 간담회 준비까지 꼼꼼하게 챙겼다. 조직이 들려주고 간부로써 전한 이야기들에 대한 답이 그들에게 다시 전해지길 기대해본다.

 


 

파견이 끝나고 남은 것, ‘사람’

파견은 나에게 많은 내적 변화를 가져왔다. 동행한 선배간부들의 조직을 대하는 사고와 태도는 내게 살아있는 가르침이 되었다. 지역본부상담소분들은 파견 기간 동안 든든한 버팀목이 되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내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은 현장에서 직접 만난 사람들이었다.

본인의 조직, 더 나아가 전 노동자의 연대와 상생을 위해 개인의 돈과 시간까지 투자하는 집행부의 모습은 깊은 울림을 주었다. 닥쳐올 어려움에 두려워하기보다는 모두에 대한 책임으로 용기를 내는 조직도 있었다. 이러한 모습들이 공동체보다는 개인에 집중했던 나의 삶을 반성하게 했고, 총국간부로써 더욱 빨리 성장하고 싶다는 강한 동기부여가 되었다.

파견 후 나에게는 확신보다 더 많은 질문들이 생겼다. 그나마 얻은 답이 있다면 결국 ‘사람’과 함께하는 일이기에 무엇보다 ‘관계’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소중한 사람들과 그렇듯, 오랜 시간 마음과 관심을 기울이고 움직인다면 단위조직도, 더 나아가 조합원들도 그에 응답한다는 것이다.

무엇하나 완전하지 않은 나에게 소중한 한 가지를 알려준 이들과 파견 경험에 감사한다. 더불어 이 자리를 빌려 파견기간동안 따뜻하게 환영해주고 아낌없는 충고와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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