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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혁신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 권력자원 개념

구조적 힘, 결사의 힘, 제도적 힘, 사회적 힘

등록일 2018년06월08일 13시2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송명진 한국노총 기획정책국장

 

노동조합 혁신은 결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신자유주의가 전세계적으로 맹위를 떨치며 선진국 노동운동의기세가 뚜렷이 꺾이기 시작한 1990년대 이후 노동조합의 재활성화는 국제노동조합운동의 주요 과제가 되었다. 선진국들에서의 하락추세와 달리 80년대 중반을 지나서야 폭발적으로 성장한 한국의 노동운동은 브라질, 남아공과 함께 노동운동의 새로운 모델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지나 비정규직이 급속히 확대되고 조직률 저하와 대표성 약화를 극복하지 못함에 따라 ‘노동운동의 위기’라는 인식이 노동사회 전반에 확산되었다.

 

정책과 사업만 있고, 전략과 운동이 없다?

2000년대 노동조합 재활성화 논의는 일차적으로 조직화전략과 연대라는 운동방향에 초점이 맞춰졌다. ‘조직화캠페인’이라는 미국노총의 새로운 운동전략이 대안 모델로 거론되기도 하였다. 노동자계급의 분할‧해체를 극복하고 노동자운동의 대중적 토대를 재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조직화가 강조된 것이다. 노동운동의 사회적 영향력 감소에 따라 사회운동과의 접합과 연대의 필요성도 중요하게 제기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노동조합운동의 이념적 방향성 또한 재정립된다.

 

한국노총의 사회개혁노조주의 또는 민주노총의 사회운동노조주의가 그것이다. 경제주의와 서비스모델, 그리고 그 반대 극단에 있는 혁명적 조합주의 모두를 지양하며 공히 전략조직화, 산별노조강화,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과제로 제출했다는 점에서 양노총은 적어도 혁신의 방향성에 있어서만큼은 유사한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보수정부를 거친 지난 10년간 한국의 노동조합운동은 어떠한 실천적 성과를 이루었는가? 한국노총 각급조직의 사업과 활동에서 사회개혁노조주의가 올바르게 구현되어 왔는가? 촛불혁명과 새정부 1년이 지난 현재, 벌써 10년이 지나버린 운동이념과 노동조합 재활성화의 과제들은 여전히 유효한가?

 

이 질문들에 답하기에는 조직 내부의 고민과 논의가 턱없이 모자란 듯 싶다. 보수정권 하에서는 투쟁에 매몰되고, 촛불 이후엔 확대된 사업들에 대응하느라 운동의 지향과 방식을 살필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추적하며 그에 걸맞는 혁신을 추구할 때 노동운동은 자신의 영향력을 유지‧강화할 수 있다. 그것은 디지털화로 인해 경제와 사회가 급격히 변화하고, 새로운 고용형태의 노동자들이 날로 확대되고 있는 현재에 더욱 분명한 이치다. 정책과 사업만이 있고 전략과 운동이 없는 조직은 시대의 중심에 설 수 없는 것이다. 활동가들 사이에 단지 기술실무적 논의만이 아닌 우리 운동의 전략적 지향, 그리고 이를 위한 혁신의 방향과 과제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토론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노동조합의 4가지 자원

이러한 바람 속에 노동조합의 재활성화와 혁신과 관련된 새로운 이론적 개념을 짧게 소개한다. 노동조합의 권력자원 이론(Power Resources Theory)이 그것이다. 권력자원이라는 개념은 이미 1970년대에 현대복지국가들의 기원과 발전 및 성격을 분석하기 위해 구상되었다. 에릭 올린 라이트(Erik Olin Wright)와 비버리 실버(Beverly Silver)가 이를 노동운동 재활성화를 위한 이론으로 발전시켰고, 신자유주의 시대에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영향력 약화를 경험한 독일의 연구자들과 노조활동가들은 그 이론을 보다 정교하게 발전시켰다. 이들은 노동조합이 가지는 힘의 근원을 탐구하며, 그것을 구조적 힘, 결사의 힘, 제도적 힘, 사회적 힘이라는 4가지 자원(資源)으로 분류한다1)

 

고도로 통합된 부문, 또는 주요 수출분야에 있는 임금노동자들은 특히 일부 제한적 범위에서 작업중단을 할 경우 파업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매우 높은 수준의 구조적 힘을 가진다. 구조적 힘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기존의 제도 환경에서 조직적 역량과 구조적 힘을 적절히 결합하고 효과적인 쟁의와 파업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결사의 힘(Associational power)은 노동자들의 단결로부터 발생한다. 개별 노동자들에 의해 발현될 수 있는 구조적 힘과는 달리, 결사의 힘은 반드시 조직화 공정과 집단적 주체들의 출현을 필요로 한다. 조합원 수는 결사의 힘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지표이다. 하지만 노조의 물적‧인적 자원, 효율적 조직구조,  조합원의 참여정도, 내부결속력도 결사의 힘을 구성하는 주요한 원천이다.

 


제도적 힘(Institutional power)은 구조적 힘과 결사의 힘에 근거한 투쟁과 협상의 결과물이다. 이 힘은 노동조합들에게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동시에 힘을 제한하는 양면적 특성을 가진다. 노동조합은 결사의 힘과 구조적 힘이 축소되더라도 제도적 힘을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제도적 힘은 영원히 지속되지 않으며, 경제조건과 자본측의 대응, 정치적 공세 등에 따라 약화될 수 있다.

 

사회적 힘(Societal power)은 다른 사회 집단 및 조직들과의 협력적 관계에 기초해 사회의 지원을 이끌어 내는 능력이다. 여기엔 다른 사회 주체들과의 네트워크를 노조의 동원과 캠페인을 위해 활용할 수 있는 연대(동맹)의 힘(coalitional power)과 대중의 시각과 의식을 노동조합의 요구와 지향에 일치시킬 수 있는 담론의 힘(discursive power)이 있다.

 

이같은 힘의 원천에 대한 접근은 노동조합의 운동전략을 점검하고 발전시키는데 있어 유용한 개념적 틀을 제공한다. 여기서 네 가지 권력자원은 조건과 상황에 따라 특정한 것이 더 추구되고 선택적으로 활용될 수 있으나, 어느 하나가 크게 약화될 경우 다른 자원들도 영향을 받게 된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흔히 조직력이라 일컬어지는 결사의 힘과 안정적 권리 실현을 위한 제도적 힘만이 강조되는 경향이 있지만, 구조적 힘의 뒷받침없이 조직적 힘은 효과적으로 발현되기 어렵고 사회적 힘이 부족할 때 제도적 힘을 강화하는데 한계가 따르게 된다. 각각의 영역에서 노동조합운동이 가지고 있는 힘의 자원들을 점검하고 경제와 사회적 토대의 변화를 분석하며 부족한 힘의 자원을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수립이 요구된다.

 

1) 각각의 권력자원에 대한 설명은 에버트재단에서 2018년도에 발표한 자료를 참고한다. 번역본 전문은 한국노총 홈페이지 자료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Stefan Schmalz & Klaus Dorre (2018), The Power Resources Approach, Friedrich Ebert Stift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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