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욱영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 소심한 사진의 쓸모 (정기훈 지음 / 북콤마 펴냄 / 300쪽 / 1만7천원)
카메라와 사람 사이의 거리를 담다
차마 흘러내리지도 못하는 눈물 한 방울, 힘들지만 웃음이 서린 얼굴, 신발 한 짝, 정말 하고픈 말을 적어 내려가는 아이의 간절함. 크고 작은 농성이나 집회, 파업 현장, 세월호 천막과 유가족들의 바람 그리고 촛불현장에 이르기까지 보도사진 그 이상의 찰나를 찍어 보여주던 정기훈 기자의 사진들이 글과 엮여 책이 되어 나왔다.
<소심한 사진의 쓸모>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은 작가의 사진만큼이나 조심스러운 마음이 담겨있다. 피사체와의 거리를 기준삼아 총 4부로 나뉘어져 있으며, 매 사진마다 기자 나름의 개인적인 소회와 사진에 얽힌 뒷이야기가 섞여있다.
뻔해 보이는 기자회견 자리, 늘 비슷한 투쟁의 현장 속에서도 조금은 다른 그림들을 찾기 위한 기자의 고민은 책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에서 있었던 고 김용균 엄마와의 인터뷰에서 찍은 실루엣 사진 속에는 집 한쪽 벽면에 붙여진 선전물들이 눈에 띈다.
기자는 그 날을 회고하며 모두 숙제 같기만 했던 그 문구들 속에서 용균 엄마는 슬픔을 많이 말하기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을 말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슬픔을 직설적으로 소비하고 싶지 않은 기자의 마음이 잘 드러나서 마음이 더욱 먹먹했다.
마음을 울리는 사진의 쓸모
지금은 개발이 한창인 영등포시장 인근, 폐지와 고철이 가득 담긴 유모차를 밀고 가는 할머니의 사진이 인상적이라 한참을 바라봤다.
무언가 애달픈 사연이 있을 것만 같은 연민과 사연에 대한 궁금함에도 불구하고 차마 피사체에 다가가지 못했던 기자의 복잡한 속내는 결국- 되풀이되는 비슷한 상황 속에 무뎌지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노력하고자 하는 기자의 결의로 귀결된다.
지금은 암투병중인 김진숙 지도위원의 고공투쟁 사진, 절을 하는 엄마를 쳐다보던 아이의 모습이 담긴 KTX해고노동자 108배 현장 사진,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생이 기자회견 뒤 가면을 벗기 직전의 사진, 한 여름 세월호 광화문 천막 사진 등 책 속의 무수한 사진들을 글과 함께 보노라면 마음이 애틋해진다. 정기훈 기자의 사진이 주는 힘이다.
기자는 긴박한 순간들과 무너져 가는 사람들의 고통을 그저 찍고 있어야 하는 보도 사진작가의 고충을 말한다.
하지만 그 순간을 전달하는 우직하고 섬세한 그의 사진들이야말로 사진이 전해주는 소중한 “쓸모”가 아닐까 싶다. 기자의 사진이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모습, 알지 못했던 사건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해서 전해주기를 바라면서도 그의 사진 속에 행복한 장면, 기쁨에 웃는 사람들의 얼굴이 많아졌으면 한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세계진보정당운동사 (장석준 지음 / 서해문집 펴냄 / 560쪽 / 3만원)
△ 직장이 없는 시대가 온다 (새라 케슬러 지음 / 더퀘스트 펴냄 / 352쪽 / 1만6천5백원)
△ 밀레니얼은 왜 가난한가 (헬렌 레이저 지음 / 아날로그 펴냄 / 268쪽 / 1만5천원)
△ 사람을 옹호하라 (류은숙 지음 / 코난북스 펴냄 / 320쪽 / 1만7천원)
△ 우리의 시간은 공평할까 (양승광 지음 / 씽크스마트 펴냄 / 224쪽 / 1만3천8백원)
△ 고스트워크 (메리 그레이 외 지음 / 한스미디어 펴냄 / 388쪽 /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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