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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새 구두를 만들었지만 정작 나는 헌 구두였다”

형지에스콰이아 노동조합을 찾아가다

등록일 2018년03월13일 16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 손으로 매일 반짝거리는 새 구두를 만들었는데 지금 나는 하루아침에 버려진 헌 구두 신세네요.” 굳은살이 박힌 손을 바라보며 형지에스콰이어노동조합 방재웅 위원장이 말했다.

 

금강제화, 엘칸토 등과 더불어 에스콰이아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제화브랜드다. 작은 구둣방에서 시작해 그룹으로 성장한 그 기업에는 제화의 명가라는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다. 하지만 그런 에스콰이아는 하루아침에 성남공장 노동자들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회사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그 어떤 노력도 하지 않았다. 노동조합과의 합의도 물론 없었다. 그저 해고를 위한 하나의 형식에 지나지 않았던 노사협의회에서 사측은 정리해고를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해고를 위한 대본은 이미 짜여있었다. 

 

사측은 경영악화를 말하지만 패션형지그룹은 에스콰이아 인수과정에서 차입했던 450억 원을 모두 상환했으며, 에스콰이아 적자폭은 계속 줄고 있다. 그러나 이는 중요하지 않았다. 대본에는 해고만이 있으니까……. 그리고 그 대본은 오로지 조합원만을 향하고 있다. 대본의 속내가 노동조합 와해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방재웅 위원장이 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형지 자본의 노동조합 와해 및 무시전략에 맞서 투쟁하고 있는 형지에스콰이아노동조합 방재웅 위원장을 만나 어려움과 향후 계획을 들어보았다. 

 


 

 

- 형지에스콰이아는 어떤 회사인가?

 

“형지에스콰이아는 2차례 매각을 통해 2015년도 6월에 패션그룹형지가 인수했다. 형지에스콰이아는 패션그룹형지의 계열사이며 구두를 제조·판매하는 회사이다. 패션그룹형지는 22개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으며, 대표적으로 크로커다일레이디, 에스콰이아가 있다. 2017년도 매출액은 4,700억 원, 임직원수는 324명인 중견기업이다. 특히 최근 에스콰이아 인수과정 차입했던 450억 원을 모두 상환할 만큼 재정능력도 건실하다.”

 

- 지금까지의 경과를 알려달라.

 

“2017년 12월 14일 공문을 한 장 접수했다. 바로 다음 날 2017년 12월 15일에 구조조정 관련 4분기 노사협의회가 있을 예정이니, 노동조합도 참석을 해서 의견을 청취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노동조합의 의견을 청취하겠다는 공문내용과 달리 노사협의회에 참석한 그 자리에서 사측은 해고예고를 통보했고, 정리해고를 위한 절차가 시작됐다. 분명 통보였다. 노사협의회는 형식적인 수순쌓기용으로 이용된 것뿐이다.

노조는 사측의 일방통행을 저지하기 위해 2018년도 12월 28일 단체교섭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은 2017년 10월 31일 2017년도 교섭을 타결했는데, 타결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관례에 비춰볼 때 노조의 교섭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말도 안 되는 이유였기에 우리 노조는 재차 교섭을 요구 했지만 사측은 거듭 거부하였고, 1월 4일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교섭거부 해태로 고발했다.

 

그럼에도 사측은 무시전략으로 일관하며 1월 20일 공장폐쇄를 공고했고, 2차에 걸친 명예퇴직을 실시했다. 2월 2일, 고용노동부 강남지청의 중재로 노사와 강남지청장 3자간 대화의 자리가 마련이 되었지만 사측의 태도는 여전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3자간 대화가 끝나고 채 1~2 시간도 지나지 않았을 때 우리 조합원 27명 각자가 해고통보를 받았다는 것이다. 사측은 3월 5일을 해고일로 지정하고, 2월 5일 해고통보를 받은 조합원 개개인의 집에 정리해고와 관련된 문서와 명예퇴직서를 발송했다. 

 

아직도 사측은 ‘오직 정리해고 외에는 다른 대안은 없다. 정리해고를 철회할 수 없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는 상태이다.”

 

- 2017년 노동조합은 임금을 동결했으나, 임단협 체결 45일 뒤 정리해고를 통보했다는데?

 

“맞다. 노동조합은 2017년 임금 및 단체협약을 하면서 회사와 노동자의 상생을 위해 임금을 사측에 위임했다. 그것이 사측에서 단체교섭을 체결했으니 더 이상 단체교섭을 할 수 없다고 말하는 2017년 10월 30일 단체교섭 내용이다. 임금구조가 열악하다. 신입사원이나 8년차 직원이나 모두 최저임금을 받고 일한다. 그런데도 정말 회사와 손잡고 잘 해보자는 마음에서 임금을 위임했는데 우리는 그 대가로 정확히 45일 후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 45일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사측에서는 정리해고의 이유로 구조조정을 말한다. 그런데 어느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기 45일 전에 임금협상을 하나? 구조조정이라는 것은 사측 입장에서는 마지막 카드인데, 그걸 아무 낌새도 없이 통상적으로 임금협상까지 하면서 진행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 사측의 정리해고 명단이 전원 조합원이라던데?

 

“그렇다. 100% 조합원이 맞다. 사측에서는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를 실시한다고 하지만 해고대상자를 보면 100% 노동조합 조합원들이다. 경영상의 이유라면 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정리해고를 실시해야 하지만 조합원들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노동조합을 와해시키려는 속내가 있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본사가 50명의 신입사원을 채용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경영상의 이유라는 것은 그저 변명이고 실제 목적은 노동조합 와해가 아닐까라고 계속 생각할 수밖에 없다.”

 

- 향후 대응계획은?

 

“현재 해고통보를 받은 조합원들은 에스콰이아 성남공장을 지키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 매각이 완료되면 더 이상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공장폐쇄에 맞서 지난 1월 22일부터 모든 조합원이 24시간 철야농성을 전개했으며, 현재는 조합원들을 2인 1조로 구성하여 성남공장 24시간 사수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형지그룹과 에스콰이아 본사 앞에 집회신고를 내놓은 상태이며, 사측의 태도 변화가 없다면 형지그룹, 에스콰이아본사 앞 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계획은 식품산업노련과 협의하며 계속 투쟁해 나갈 것이다.”

 

- 한국노총에 요청할 사항이 있다면?

 

“조합원이 50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조직이긴 하지만, 형지라는 회사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압박하는 행태는 사회적으로 경종을 울려야 되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노동조합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집단적으로 해고를 감행하는 것은 노동조합을 와해하려 하는 목적이 명확하다. 이런 기업에 대해서는 노총 차원에서 강력하게 대응하여 이런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한 우리의 투쟁이 좋은 성과를 낳고 형지 사태가 본보기가 되어 노조에 대해서 악질적인 탄압을 자행하는 기업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끝이 어디인지 지금은 짐작조차 되지 않는 싸움이지만, 결국은 법률적 판단에 의한 싸움이 될 것으로 본다. 법률적 싸움을 노총에서 지원해 주길 바란다.”

 

 

김지훈 한국노총 조직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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