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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형 지역일자리 전망과 노사정의 사회적 연대책임

등록일 2019년10월29일 16시0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8월 20일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가 공식적으로 출범하며 지난 5년간 추진되어오던 <광주형 일자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출발했습니다. 광주에 이어 구미, 군산, 대구 등 10여개 지자체가 앞다투어 유사한 사업을 추진하며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은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 과정에 있습니다.

 

그런데 광주글로벌모터스와 노동계는 현대자동차 추천이사 거취와 노동이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로,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지난 10월에 들어 ‘참여중단’을 선언한 상황입니다.

 

과연 상생형 지역일자리 공모사업이 <노사관계 혁신>과 <생산적 국내투자>를 통해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입니다. 자칫 정부의 예산지원으로 지역공단에 하나의 기업만 유치하는 데 그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10월호 <노동N이슈>에서는 대통령직속 정책기획위원회의 이상호 전문위원의 <상생형지역일자리 전망과 노사정의 사회적 연대책임>에 대한 논의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광주형 일자리사업이 추진된 가장 큰 배경이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노사관계의 갈등적 담합’을 극복해 <사회통합형> 일자리 사업으로 ‘제조업 위기’를 돌파하는 데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런데 이 사업이 가진 상징성과 유의미성은 충분하지만, 노사관계와 생산체계를 혁신하려는 논의가 어느 새 임금수준과 공장설립에만 초점이 맞추어지며 아쉬움이 남는다고 설명합니다.

 

이에 독일 폭스바겐의 거점지역의 노사정 다층적 파트너십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합니다. 폭스바겐은 사측과 노동조합이 사회연대적 입장에서 연대책임을 가지고 서로 양보를 통해 공장 이전 및 설립으로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나아가 기술 이전, 공동연구, 공동 직훈과 같은 실질적 산업혁신활동을 주도하며 지역산업의 혁신적 발전을 꾀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그 과정에서 지역정부 역시 적극적으로 지역사회 구성원과 폭스바겐의 역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한 주체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즉 이상호 전문위원은 <지역일자리 모델>의 본질은 대기업은 생산적 국내투자 활성화와 참여적 노사관계를 받아들이고, 노동조합은 적정일자리 모델과 청년채용을 위한 책임분담, 생산체계의 혁신을 합의하는 전략적 타협에 있다고 강조합니다.

 

이하의 논의가 여러 지역에서 확산되고 있는 <상생형 지역일자리>사업에 참고가 되어 지역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래봅니다.

* 이 자료의 내용은 집필자의 개인 의견이며 한국노총의 공식 견해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이상호 (대통령직속 기회위원회 전문위원)

 

1. 들어가며

 

지난 8월 20일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할 합작법인으로 ‘광주글로벌모터스’가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지난 2014년 6월 윤장현 전 시장이 광주형 일자리를 핵심 시정사업으로 공식화한 이후 만 5년이 넘어서야 비로소 닻을 올린 것이다.

 

물론 아직 광주형 일자리와 관련된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이견이 해소된 것은 아니다. 광주글로벌모터스와 노동계는 현대자동차 추천이사 거취와 노동이사제 도입을 둘러싸고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태로, 한국노총 광주본부는 최근 10월에 들어서 ‘참여중단’을 선언한 상황이다.

 

확산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

 

한편 올 초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이 성사되면서 구미, 군산, 대구 등 10여개 지자체가 앞다투어 상생형 지역일자리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7월 25일 구미에서 대통령이 참가한 가운데 LG화학, 구미시와 경상북도가 일자리 투자협약식을 체결하는 등 소위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 전국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 공모사업이 노사관계의 혁신과 생산적 국내투자를 통해 사회통합형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본래 취지를 제대로 지켜낼 수 있을지, 아니면 정부의 예산지원과 대기업에 대한 투자특혜를 통해 지역공단에 또 하나의 기업을 유치하는데 그칠지 현재로서 예단하기 힘들다. 더욱이 광주형 일자리에 대한 평가와 전망이 제대로 공론화되지 못하면서 주요 이해관계자의 입장에 따라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에 대한 전망 또한 제각각 다르게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 따라 이 글은 먼저 광주형 일자리를 비롯한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의 발전가능성을 진단해보고, 이를 실현시키기 위해 필요한 노사정의 사회적 연대책임방안이 무엇인지를 독일의 다층적 파트너쉽 사례비교를 통해 유추해보고자 한다.

 

2. 광주형 일자리의 배경과 의미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광주형 일자리가 추진된 가장 큰 이유는 현재의 노동시장과 노사관계 하에서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불가능하다는 일반적 인식에 근거한다. 한국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는 날로 심화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사회통합이 약화되고 격차와 차별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내는데 주요한 장애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이는 아무도 없다.

 

지난 십수 년간 주요 산업에서 원하청업체 간 임금 및 근로조건의 차이는 날로 심화되고 있다. 이는 원청업체가 부품조달 및 가치사슬에서 하청업체에게 과도한 지배력을 행사함으로써 중간착취가 발생하고, 자신의 위험과 비용을 협력업체들에게 부담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전가메커니즘에 의해서 하청업체의 저임금 주변노동자들이 광범위하게 포진하고, 일부 재벌대기업의 고임금 핵심노동자들이 노동시장의 지대를 점유하는 이중노동시장이 심화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화는 고용창출형 신규투자를 제약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도록 만든다.

 

노사관계의 <갈등적 담합> 구조

 

두 번째 이유는 노사관계의 ‘갈등적 담합’ 구조로 인해 혁신지향적인 산업생태계의 발전이 지체되면서 국내 산업입지의 경쟁력과 자생력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대기업 노사가 어느 쪽도 다른 쪽을 일방적으로 압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노사갈등은 교착상태에 자주 빠지고 이러한 상황에서 노사 간 담합구조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노사타협을 담합으로 규정하는 이유는 타협의 성과를 기업 내 노사가 나누어 가지지만, 그 비용과 위험은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 등 기업외부로 전가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보면 재벌대기업의 높은 수익과 고임금은 노사 파트너쉽의 결과가 아니라, 사회경제적 지대를 악용하는 노사의 갈등적 담합의 결과로 해석이 가능하다.

 

한국 제조업의 위기

 

셋째, 가까운 시일 내 우리나라가 사회통합형 일자리모델을 구축하지 못하면 자본의 노동배제와 해외이전 전략으로 인해 한국의 제조업은 저진로전략의 함정에 빠지고 결국 국제경쟁의 패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누적된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해 자동화·외주화 등 노동배제적 생산방식이 전면화되면서 고용불안에 대한 노조의 위기의식은 더욱 강화되고 이로 인해 노사 불신에 근거한 갈등적 노사관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실제로 재벌대기업들은 필요인력에 대한 수요를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대체하고 핵심인력의 장시간노동과 불공정하도급거래로 비용경쟁력을 보완하였다. 여기에 과도한 해외공장과 현지생산은 글로벌 허브로서 국내 산업입지의 역량을 약화시키고 신규투자의 유인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대안으로서의 <광주형 일자리>

 

바로 위와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고 자동차산업의 국내투자를 유인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 광주시 노사민정이 함께 고민하고 협의하여 만든 작품이 바로 ‘광주형 일자리’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주형 일자리는 약 4년간 우여곡절을 겪고 난 후 2018년 6월 현대차가 투자의향서를 공식적으로 광주시에 제출하면서 비로소 세상의 주목을 받게 된다. 그 이후에도 수차례 투자협약식이 연기되는 등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2019년 1월 31일 광주시와 현대차가 투자협약을 체결하고 지난 8월 20일 합작법인 ‘광주글로벌모터스’가 설립되면서 광주형 일자리는 본격적으로 닻을 올리고 상생형 지역일자리라는 미지의 세계를 향한 긴 항해를 떠나게 되었다.

 

3. 상생형 지역일자리의 전망과 잠정적 평가

 

한편 정부는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이 성사되면서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2월 21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 확산방안’을 발표하고 난 후, 지역일자리사업을 공모하면서 주무부처를 산업부와 국가균형발전위원회로 정하였다. 당시 기재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상생형 지역일자리의 개념, 요건 및 유형을 정하고 공모에 선정되는 일자리사업의 경우 지역·산업·기업별 특성에 따라 패키지정책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하였다.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의 확산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하고 지자체의 사업지원을 촉진시키기 위해 수차례 사업설명회 및 지역순회 컨설팅을 개최하는 동시에, 일자리위원회 산하에 ‘상생형 지역일자리 지원센터’를 만들어서 지역별 상생형 프로젝트들을 발굴하고 실행계획과 투자애로사항 등을 자문하는 지원체계를 구축하였다.

 

정부의 이러한 지원정책에 힘입어 지난 4월부터 기존 고용위기특별지역을 포함하여 26개 광역 및 기초지자체가 산업부가 주관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공모에 참여했다. 그 중 9군데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고 대구, 구미, 횡성 등 몇 군데 지역을 중심으로 실제 투자협의가 진행되고 성사되었다. 이번에 공모사업에 선정된 지역의 경우 11월까지 지역현황 분석 및 컨설팅이 수행되고 지역노사민정협의회와 공유를 거쳐서 12월에 우수모델을 선정하고 그 성과가 다른 지자체에 전파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하여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의 개정 논의 또한 이루어지고 있다. 동법 개정안에 ‘상생형지역일자리의 선정·지원’ 조항을 신설하여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동시에, 지자체 출자·출연기관의 참여를 가능하게 만들고 국유재산의 수의계약상 예외조항으로 인정하도록 만들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국회 공전으로 인해 개정안 심의는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구미형 일자리사업의 출발

 

이러한 가운데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투자협약이 성사된 대표적 사례가 바로 ‘구미형 일자리’ 사업이다. 7월 25일자 구미시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구미시, 경상북도와 LG화학은 구미 5국가산업단지에 전기차 2차전지(밧데리)의 핵심소재인 양극재를 생산하는 공장을 신설하고 약 1000명의 직간접적 고용효과를 발휘하는 5천억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LG화학이 구미시에 요청한 사항은 노동자의 정주여건 개선 외에, 변전소와 폐수처리장과 같은 환경규제에 대한 지원조치로 알려졌다.

 

원래 LG화학은 이미 청주와 익산에 국내 양극재 공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폴란드 브로츠와프 현지공장의 증설을 통해 해외수출용 밧데리 자재공급능력을 확장하려고 했다. 하지만 추가적 해외투자의 유인효과가 떨어지면서 구미 국가산업단지가 대안입지로 떠올랐다. 약 6만여 제곱미터 부지를 구미시가 무상대여하는 방식으로 밧데리 4대 핵심 소재 중의 하나인 양극재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한편 구미형 일자리의 임금수준은 주변 지역평균 연봉액 수준인 3500만원으로 결정되었다. 이 정도는 LG화학 오창공장과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에 과거 광주형 일자리와 같이 ‘반값 일자리’ 논란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구미시와 중앙정부는 공장입지에 필요한 조건은 물론, 일자리창출을 촉진하는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등 구미형 일자리사업이 투자촉진형으로 추진되는데 심혈을 기울였다.

 

4.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의 가능성과 한계

 

노동권 침해에 대한 우려

 

이와 같이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이 광주형 일자리의 전국적 확산이라는 취지에 맞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이에 대한 사회적 이슈가 계속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의 공동화와 고용위기에 대한 대안으로서 광주형 일자리가 지닌 긍정적 의미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의 기본원칙과 추진방안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으면 정부예산 따먹기식 사업계획 등 부정적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다수의 지자체들이 제출한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에 대한 사업계획이 상당히 부실할 뿐만 아니라, 기존에 추진 중이던 기업유치사업을 변형시켜 제출하면서 노사상생이라는 본래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결과적으로 노동권의 제약 하에서 중앙정부의 예산 투입에 의한 산업단지 조성, 기업유치를 위한 특혜조치, 지방정부의 지원에 의한 고용창출 등 기존의 정부주도 기업투자 유치형 일자리사업과 다른 것이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특히 ‘상생협약’이라는 이름하에 투자유치를 담보로 노동권 침해를 당연시하고 기업활동에 대한 특혜를 용인하는 지자체 간 과당경쟁으로 인해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깊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계, 재계와 지역시민사회단체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진 지난 8월 구미형 일자리 투자협약은 광주형 일자리의 정신을 계승하는 한편, 보다 발전된 내용을 포함하는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이라고 평가받는다.

혁신 모델로서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실제로 광주형 일자리가 가지고 있는 상징성과 유의미성을 충분히 존중하더라도 본래의 취지를 되짚어보고 이해관계자의 조율과정을 반추해보면 아쉬운 점이 많다. 어느 순간부터 노사관계와 생산체계의 혁신 논의는 사라지고 임금수준과 공장설립 여부에만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현대차는 핵심대기업으로서의 사회책임투자를 회피하면서 광주형 일자리에 매달리는 정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 면피성 투자에 안주하는 모습을 보였다.

 

노동조합은 사회통합형 일자리 창출의 의미를 애써 외면하고 자신의 기득권(물량, 임금, 고용) 유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막는데 급급하는 행태를 보였다. 광주시와 정부도 현대차의 투자확약과 같은 과시적 성과에 매몰되면서 출자구조의 건전성, 사업모델의 지속가능성, 이해관계자의 사회적 대화 등을 놓쳐버리는 우를 범하기도 했다.

 

5. 독일 폭스바겐 거점지역 노사정의 사회적 연대책임 사례

 

독일 폭스바겐 거점지역 노사정의 다층적 파트너십 사례는 고용창출을 중심으로 한 지역경제의 구조고도화와 지역산업의 혁신적 발전을 위해서 대기업의 노사, 그리고 지방정부가 어떤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지역대기업-기초지자체-광역지자체로 구성된 다층적 파트너십 모델

 

1993년 폭스바겐의 노사가 ‘고용과 산업입지안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역대기업-기초지자체-광역지자체로 구성되는 다층적 차원에서 지역노사정의 파트너십을 다양하게 추진했다. 기업의 노사협정, 기초지자체의 중심기업과 지방정부의 민관파트너십, 광역지역의 노사정이 공동으로 만든 지역발전기구에 의한 지역발전계획 등으로 표현되는 구체적 실천은 주목할 만하다. 특히 지역과 업종의 노사정간 사회적 대화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현재, 우리에게 독일중북부 자동차산업 거점지역의 사례는 지역의 고용창출과 산업경쟁력 향상을 위해 노사정이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몇가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기업과 노동조합의 사회연대 책임

 

첫째, 대기업이 지역사회의 책임감 있는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사용자는 단순히 기업 내부의 윤리경영에만 매달리지 말고, 노동조합 또한 사회연대적 입장에서 적극적인 협력활동을 실천해야 한다.

 

아우토비전(AutoVision) 프로젝트와 남동니더작센 지역발전(RESON) 프로젝트는 대기업의 노사가 공동으로 지역사회에 대한 연대책임을 수행한 대표적 사례이다. 이 프로젝트는 지역산업과 경제의 중추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대기업의 노사가 경기불황과 고실업이라는 악조건 하에서도 지역사회의 다른 중소기업, 노동자, 그리고 주민을 위해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폭스바겐은 지역사회를 위해서 사회공헌활동만을 수행한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역 차원에서 기업의 기술이전, 공동연구, 공동직훈과 같은 실질적인 산업혁신활동을 주도했다.

 

바로 이러한 실천 활동으로 인해 볼프스부르크시와 남동니더작센지역의 산업입지역량은 강화되었고, 많은 새로운 기업들이 이곳으로 이주했으며, 창업활동 또한 활성화되었다. 이러한 긍정적인 연쇄작용은 실업축소와 고용창출이라는 결과뿐만 아니라, 폭스바겐의 기업경쟁력향상에도 기여했다.

 

노사대타협으로 5000명 실업자의 일자리 창출

 

2000년 폭스바겐의 노사가 체결한 ‘아우토(Auto) 5000’ 모델 또한 지역산업의 혁신적 발전에 모범적인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미니밴을 생산하는 공장을 해외에 짓기로 한 당초 계획을 수정하고 국내에 신설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폭스바겐의 노사는 서로의 당초 입장을 조금씩 양보했다. 이러한 대기업 노사의 대타협으로 인해 지역실업자 5,000명은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되었고, 이는 다시 지역 내 중심적인 ‘책임기업’으로서 폭스바겐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로 작용했다.

 

지역정부의 역할

 

둘째, 아우토비전 프로젝트와 남동니더작센 지역발전프로젝트는 지역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대기업과 지역정부가 어떻게 협력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이다. 즉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은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주민 삶의 질 향상이라는 지역정부의 목적과 부합한다.

 

또한 이 사례는 지역정부와의 협력적 관계 하에 지역주민의 참여와 지원이 존재할 때 비로소 해당 기업의 질적 경쟁력이 실질적으로 확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이러한 프로젝트사업의 입안과 실행과정에서 지역정부는 수동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전시성 행정편의주의에 머무르지도 않았다. 그들은 지역사회의 구성원들과 함께, 지역이 안고 있는 문제점들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지역경제와 산업의 향후 발전방향을 합의해내는 정치력을 보였다. 즉, 지방정부는 지역 중심기업인 폭스바겐의 역할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또한 지역 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위해서 혁신능력을 지닌 중소기업들을 지원했을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서비스부문을 활성화시켰다.

 

이와 같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활동과 지역산업의 재활성화에 있어 지역정부의 추진체적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대기업은 특정 지역에 자신의 생산입지를 결정하게 되면 지역사회의 여론과 압력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바로 이 점을 우리도 활용해야 한다. 지역 내 대기업 노사의 눈치를 보는 지방정부가 아니라, 지역사회와 산업의 발전방향에 대한 여론을 형성, 수렴, 집결해내는 정치력을 갖추어야 한다.

 

해외공장 건설, 비정규직의 확산, 중소기업의 부실, 제조업 공동화 등과 관련해 지역사회의 행위주체들이 상황변화에 따라 취할 수 있는 기회주의적 요소를 제어하고 사회통합을 위해 필요한 책임감을 고무시키는 지역정부의 적극적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6. 결론을 대신하며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광주형 일자리 투자협약이 성사되고 난 후 유사한 형태의 상생형 지역일자리 사업들이 전국적인 차원에서 속도감있게 추진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에 투자협약이 이루어진 ‘구미형 일자리’와 같이 대기업 노사, 그리고 지자체가 힘을 모아 해외현지투자 대신 생산적 국내투자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산업입지의 질적 경쟁력을 높이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모범적인 상생형 지역일자리모델을 더 많이 만들어내야 한다.

 

자칫 상생형 지역일자리사업이 정부예산을 따먹기 위한 ‘도덕적 해이’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하고 경기침체기 산업·고용위기 지역 간 경쟁이 격화될 수 있는 상황에서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의 정립을 위한 가이드라인(지침)이 좀 더 실효성있게 마련되어야 한다.

 

‘상생협약’의 필수 구성요소와 최저기준 등 가이드라인의 필요성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근로기준법 및 노동관계법을 부정하는 예외조치를 통해 임금과 노동조건을 결정하고 노사가 분담할 수 있는 비용을 사회복지·정부예산으로 보충하는 방식으로 투자유치에 대한 특혜조치를 남발하는 것은 결국 기업유치를 둘러싼 지역 간 경쟁구도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해 정부는 상생형 지역일자리사업 지원의 전제조건인 ‘상생협약’의 필수 구성요소와 최저기준을 명확히 제시해주어야 한다. 적어도 상생협약의 내용에 지역·업종별 특성을 감안하되, 최소 고용창출규모 및 투자규모를 명시하고, 노동기본권 및 단체교섭 보장 등 근기법 규정을 준수하되, 생산효율성과 유연성에 대한 노조의 협력의무, 지역평균 임금 및 노동조건을 기준으로 한 ‘적정일자리 모델’ 개념 도입 등을 포함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의 본질은 노사민정의 적극적인 협력과 공조에 의해서 국내 산업입지에 대한 생산적 투자를 이끌어내고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더 많이 만들어내는 것에 있다. 이를 위해서 대기업은 생산적 국내투자 활성화와 참여적 노사관계를 받아들이고, 노동조합은 적정일자리 모델과 청년채용을 위한 책임분담, 생산체계의 혁신을 합의하는 전략적 타협이 반드시 필요하다. 바로 이것이 상생형 지역일자리 모델의 시대적 메시지이다.

 

문의 및 각종 제안

정혜윤(연구위원) 02) 6277-0163

smhansa@inochong.org

정혜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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