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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순이’들에게 전하는 고마움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 - 시대가 만든 이름

등록일 2019년10월02일 14시0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임욱영 한국노총 정책본부 국장

 

삼순이
(정찬일 지음 / 책과함께 펴냄 / 524쪽 / 2만5천원)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 - 시대가 만든 이름


한국 현대사, 특히 해방 후 1980년대 초까지 흔하디흔했던 ‘순이’들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정찬일의 신간 <삼순이 : 식모, 버스안내양, 여공>이 출간되었다. 한국 전쟁 후 사회에 진출한 많은 여성들의 이름에는 ‘순’자가 들어갔으며, ‘순이’는 그 시절 어린 직업여성의 대명사로 쓰이곤 했다. 지아비와 집안을 잘 따르는 순한 여자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로 붙여지던 ‘순할 순(順)’이라는 한자를 가진 수많은 순이들은 이름에서도 의미하듯이 가부장적 이데올로기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던 시기에 여성들이 가장 활발하게 진출했던 직업은 식모·버스안내양·여공이었고, 책에서는 식순이·차순이·공순이로 폄하되어 불리웠던 삼순이들의 전성기를 차례로 다루고 있다. 식모는 한국전쟁 이후부터 1970년대 중반, 버스안내양은 1960년대 초부터 1980년대 초반, 여공은 1970년대 초반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대략 20년 간격으로 흥망성쇠를 보여주며 생활 전선에서 맹활약했다. 비록 그 이름은 달랐지만 삼순이가 눈부신 경제성장의 뒤안길, 우리가 잊고 있었던 시대적 산물임을 보여주는 증거일 것이다. 

 

 

기억에서 잊혀진 역사의 소환


주인집에 기거하며 최소 임금으로 노동력을 제공하던 전통적인 식모들은 1970년대 중반부터 급격히 사라졌다. 1975년 여성의 해를 기점으로 여성인권이 크게 향상되면서 어린 식모들에게 가해지던 여러 인권 유린이 죄악시되는 풍토가 조성되었고, 핵가족화·가전기기의 발달등 사회적 변화 때문이었다.

 

1980년대 후반 자율버스의 등장으로 사라진 버스안내양은 늘 교통사고에 노출되고 승객과 버스에 시달리는 ‘종합병동’이었으며, 알몸수색·사물함 검색·물증 없는 자백에 시달려야 했다. 한때 수출전사 산업역군으로 불리던 수많은 여공들은 1970년대 노동운동의 주역이었지만, 1987년 이후 산업의 변방으로 밀려나면서 다수가 비정규직이 되었다. 저자는 방대한 자료 조사를 바탕으로, 당시의 신문기사나 칼럼, 문학작품, 사진 등을 수록하고 당사자들의 인터뷰를 추가하여, 인권유린과 살인적인 노동 강도를 견디며 녹록치 않은 시대를 살았던 여성노동자들의 삶을 복원해냈다. 


저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삼순이”라는 비하 표현이 합당한가 고민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상에 충실한 표현이었음에 양해를 구하며, 한국 현대사의 그늘에서 누군가의 엄마로 누이로 언니로 묵묵히 집안 경제를 책임졌던 수많은 “순이”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새로 나왔거나 주목할 만하거나>
- 20 vs 80의 사회 (리처드 리브스 지음 / 민음사 펴냄 / 272쪽 / 1만7d천원)
- 연대하는 인간, 호모솔리다리우스 (강수택 지음 / 지식의날개 펴냄 / 412쪽 / 2만원)
- 나만 잘되게 해주세요 (강보라 지음 / 인물과사상사 펴냄 / 256쪽 / 1만4천원)
- 선량한 차별주의자 (김지혜 지음 / 창비 펴냄 / 244쪽 / 1만5천원)
- 불평등의 세대 (이철승 지음 / 문학과지성사 펴냄 / 361쪽 / 1만7천원)

 

* 한국노총디지털도서관 홈페이지: http://inochong.egentouch.com 
  한국노총 디지털도서관페이스북 페이지: http://www.facebook.com/fktuli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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