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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계속 죽고 장애인이 되고 있다 그리고 비극이 시작된다

등록일 2019년09월06일 15시4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호승  한국산재장애인협회 고문 / 전국시니어노조 감사

 



이 글은 필자가 산재 장애인과 대화한 내용을 글로 옮긴 너무나도 충격적인 사실입니다.


오늘도 그는 아침에 일어나 빈속에 소주 몇 잔을 마신다.
“아~ 속이 쓰리고 아프다.” 그는 쓰린 가슴을 달래려고 방바닥에 엎드렸다.
“아침부터 또 술이야? 차라리 죽어라.”
12살 된 아들이 나무 몽둥이로 아버지를 마구 때린다. 그러나 그는 저항도 못하고 맞기만 한다. 아들은 화가 덜 풀렸는지. 가구를 부수고 문종이를 찢고 또 찢는다.

“아주머니 어디 갔습니까?” 내가 물었다.
“가출했시유.”
“자식은 쟤 혼자입니까?”
“열일곱 살 된 딸이 있는데 걔도 가출했시유.”
“왜 아침부터 술을 마십니까?”
“안 먹으면 견딜 수가 없시유. 나를 달래려고 먹어유.”
“식사는 제때에 합니까?”
“술을 먹기 시작하면서 밥맛이 없어 안 먹을 때가 많아유. 차려주는 사람도 없고…”
“밥을 제때에 안 먹으니까. 그렇게 마르지요. 억지로라도 먹어야지.”
“다 귀찮아유. 빨리 죽었으면 좋겠는데. 죽지도 않네유.”
“죽긴 왜 죽어요. 악착같이 살아야지.”
“고문님은 산재인이 아니지유?”
“네.”
“아니니까 우리 심정을 몰라유. 멀쩡하던 사람이 병신이 돼 봐유. 그 심정이 어떤가를…”
그는 입을 굳게 다물고 말이 없다. 깡마른 얼굴에 눈은 초점을 잃은 지 오래된 것 같았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안전장치만 했어도 이 지경이 되지 않았을 텐데. 기업주가 말을 안 듣더니 나를 이렇게 만들어 놨네유.”
“기업주가 뭐라고 하던가요?”
“안전장치하려면 돈도 많이 들지만 생산에 지장을 준대나? 그러면서 정신 차리고 일하면 왜 사고가 나느냐고 하더군요. 그런데 생각해 봐유. 어떻게 열두 시간을 계속 정신 차리고 빨리 빨리 일해유? 더군다나 잠이 쏟아지는 야간에…”
“그렇지.”
“아이구. 우리 집 망했네. 어떻게 하든지 자식들은 대학을 보내려고 했는데~ 모범된 가정을 만들어 아내를 기쁘게 해주려고 했는데~ 모든 게 허사가 됐으니…” 하면서 그가 통곡을 한다.
나는 아무 말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그의 통곡소리만 듣고 있었다. 그리고 내 눈에서도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미안해유. 고문님. 이런 꼴로 뵙게 돼서…”
“아닙니다. 아무것도 도와주지 못해서 내가 미안하지요.”

3년 전 어느 날! 그는 야근을 하려고 공장으로 갔다. 웅장한 「롤」 2개가 소리를 내면서 맞물려 돌아간다. 양손으로 원료를 롤에 밀어 넣기 시작했다. 12시가 지나고 새벽 3시쯤 되었을까? 졸음이 몰려온다. 졸음을 억지로 참으며 작업을 하는데 장갑 낀 양손이 롤에 빨려 들어가더니 양팔도 따라 들어간다.
“악” 기계가 멈추고. 기절했다.
깨어났을 때. 그는 양팔이 잘린 채, 병원에 누어있었다.
“이게 뭐야? 내 팔 어디 갔어? 내 팔 내놔~”
그는 몸부림치며 울부짖기 시작했다. 옆에는 아내. 그리고 어린 딸과 아들이 슬피 울고 있었다. 그는 이제 아내와 자식을 어루만질 수 없는 처지가 되었기에 누워서 울기만 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이 된다. 어린 자식들은 팔 없는 아비 때문에 기가 죽어 살아갈 것이고. 아내는 이웃들과 어울릴 수 있을지~’
퇴원 후, 그는 정신 나간 사람이 되었다. 말도 없이 멍한 상태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리고 아침부터 술을 먹기 시작하더니 술 중독자가 되어 주정을 하기 시작했다. 주정에 견디다 못한 아내와 딸이 “지긋지긋하다”면서 가출했고, 어린 아들은 불량아가 되었다.
이제 오라는 데도 없고 갈 곳도 없다. 고향도 못 간다. 친구, 친척도 만나지 않는다. 가끔씩 어머님이 와서 꾸짖고 위로할 뿐! 찾아오는 사람도 없다.
모처럼 전철을 타면 옆에 앉아 있던 사람이 피해 버린다. 길을 걸어가면 지나가는 사람들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본다. 그래서 그는 사람이 싫고 세상이 싫어졌다.

어느 해인가? 새싹이 움트는 3월. 그는 자신을 이기지 못하고 파탄된 가정을 남긴 채, 한줌의 재가 되어 어디론가 흔적도 없이 날아가 버렸다.
그가 가던 날! 장례식장은 썰렁하기만 했다. 다리를 절뚝거리는 사람, 팔 없는 사람, 휠체어를 탄 몇몇의 장애인들만이 시신을 지키고 있을 뿐! 그의 주검을 애도해 주는 조문객은 별로 없었다.
먼저 떠난 자식이 원망스러웠는지~ 아니면 비참하게 살다 떠난 자식이 불쌍해서였는지~ 어머님의 통곡소리만 슬프게 들릴 뿐, 아내와 딸의 모습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산재 장애인 모두가 비참한 생활을 하는 것은 아니다. 가슴에 한은 있지만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나라 산업화 이후, 산재를 당한 노동자가 500만여 명이며, 10만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금도 매년 10만여 명이 산재를 당하고 2천여 명이 죽는다.
2014년도 노동자 10만 명 당 사망자를 비교하면 EU는 2.3명인데 비해 한국은 10.8명에 달하고, 산업재해로 인해 매년 18조 원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러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가? 산재를 줄이는 방법은 없는 것인가?

 

 

산재사고를 줄이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제안을 해 본다.


1) 사망자와 대형사고로 인해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되는 산재사고는 벌과금을 대폭 올려 부과하여야 한다. 영국은 10년 전, 어느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사망하자, 7억 원의 벌과금을 부과한 바 있다. 그러한 강력한 정책으로 인해 영국에서는 10만율 0.07의 사망자밖에 발생하지 않는다.
2) 산재사망자가 발생하면 살인죄를 적용해서 처벌하여야 한다.
3) 안전장치를 철저하게 설치하도록 지도감독을 강화하여야 한다.
4) 직업병이 발생하는 화학물질은 사용 금지하도록 조치하여야 한다.
5) 과로사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동시간을 준수하도록 하여야 한다.
6) 노동자는 ‘내가 설마’라는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 ‘조심조심’하면서 작업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7) 노사가 산업안전보건법을 철저하게 준수하여야 한다. 특히 허위서류로 대체하는 산재예방교육은 강력히 조치하여야 한다.
8) 각 지역에 안전팀이 상주하면서 안전보건에 대한 교육과 홍보, 지도감독을 하도록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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