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자욱해도 볕이 좋아 청계천 변 어린 나뭇가지에 툭툭 꽃망울 터진다. 새잎 삐죽 나와 잿빛 도시에 초록을 더한다. 다시 4월, 봄이다. 버들다리 위로 허리 굽은 지게꾼과 백반 쟁반 머리에 인 식당 종업원이 배달 오토바이 사이를 곡예 하듯 걷는다. 패션 디자이너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옷감 찾아 바삐 지나던 다리에 변함없이 전태일이 섰다. 사철 변함없는 노란 꽃다발을 목에 품었다. 세월호 가족 성빈 엄마가 거기 노란색 리본을 매달았다. 풀빵나눔 후원을 시작한 참이다. 아파 보니까 아픈 사람을 돌아보게 됐다며 울었다. 4월이라 엄마는 눈물이 많다. 4년이다. 진상 규명이 아직 지독한 먼지 속 저 너머다.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던 언젠가의 유언이 겹친다. 아직은 갈 길 멀어 짐 진 사람들이 그 앞에서 유구무언이다.
매일노동뉴스 정기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