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딸 유미에게 했던 약속을 지키게 되어 기쁘다고 아빠는 손글씨로 삐뚤삐뚤 적은 인사말 원고를 읽었다. 옅은 미소를 내내 잃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대표이사는 고개 숙여 사과했다. 협약서를 살피던 엄마는 울었다. 옆자리 휠체어 앉은 딸이 떠는 손으로 협약서를 겨우 받아들었다. 11년을 끌어온 참담했던 노동인권 유린 사태가 일단락됐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옆자리 지켜 오래도록 같이 울고 웃던 반올림 활동가는 아기와 함께 나섰다. 황상기 씨가 활짝 웃으며 조심스레 손 내밀었다. 휠체어 탄 한혜경 씨는 두 팔 내밀어 아이를 품에 안았다. 딸의 영정을 들고 오래도록 길에 섰던 아빠도, 딸의 휠체어 밀고 길에 나선 엄마도, 또 그 곁을 지킨 모두가 웃고 울었다. 엄마 품을 떠난 아기도 손 뻗어가며 종종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