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문득 고개 들어 살피니 집 앞 나무에도 노랗고 붉은 잎이 한창이다. 햇볕 품고 반짝거린다. 짙푸른 하늘이 과연 높다. 훌쩍 가을이 깊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모니터 들여다보느라 찬찬히 돌아볼 일이 적었다. 굽은 목이 뻐근했다. 단풍 좋다는 어디 산에 올라 목적 없이 걷고 쉬는 건 페이스북 속 남 일이었다. 쳇바퀴 돌고 도는 게 일상이다. 지구는 과연 살짝 기운 채로 태양을 도는구나, 오래전 교과서에서 배운 것들을 떠올렸다. 학교에서 가르치지 않았던 노동과 교섭과 파업과 투쟁 따위를 이유로 이 가을 길에 선 사람들을 떠올린다. 집회 나와서야 올해 단풍 구경을 했다고 사람들은 좋아했다. 계절이 돌고 돌면 저 나무도 한 뼘 자라게 마련이니, 길에 나선 사정도 좀 나아지려나. 가을엔 운동회와 단합대회 말고도 노동자대회가 열린다. 돌고 돌아 지지부진했다니, 수레바퀴 돌고 돌아 노동 존중 사회로 나아가길 바라는 목소리가 올해 또 높을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