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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사노위 공익위원이 쏘아 올린 ‘계속 고용 의무화제도’ 의 문제점

임은주 한국노총 정책1본부 부본부장

등록일 2025년06월19일 11시0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작년 6월 말 발족한 경사노위「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는 12.3 비상계엄 사태를 계기로 한국노총의 불참과 노사추천 공익위원이 사퇴하면서 사실상 중단됐다. 이러한 가운데 경사노위가 5월 8일,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 공익위원(안)으로 “계속 고용 의무제도화”를 발표했다.

 

노사가 빠진 채 충분한 협의 과정 없이 깜깜이로 진행한 소수 공익위원(안)을 공개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경사노위의 이번 발표는 사회적 대화의 기본원칙인 노사중심성을 심각히 훼손한 것이며 윤석열 정부의 사회적 대화가 노사 중심에서 전문가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만들어낸 촌극이다.

 

시기도 문제이다. 대선을 앞둔 대통령 없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서 쟁점이나 이슈가 큰 정년연장 관련 의제를 명분이나 정당성도 없이 발표했다. 당연히 노사의 반발은 이어졌다. 이번 사태는 경사노위 스스로가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신뢰를 무너뜨렸다는 점에서 매우 나쁜 선례를 남겼다.

 


▲ 5월 22일 오후 3시,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초고령 사회, 노후소득 공백 해결을 위한 정년연장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

 

고령자 계속 고용 의무제도 설계 원칙과 방안의 모순

 

공익위원(안)은 고령자 계속고용의무제도 도입 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완화 △청년일자리와 조화 △노동시장의 활력 제고 △제도운영의 노사참여라는 4가지 설계 원칙을 제시했다. 여기에 정년연장이 대기업공공기관 위주로 혜택이 돌아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문제를 더 심화할 것이라는 전제를 깔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 이중구조의 문제는 기업 규모에 따른 기업 간 지불 능력에 따른 임금 격차(노동자 숙련과 무관한 기업별 임금 프리미엄의 격차), 원하청 불공정거래와 증층적 하도급 구조, 원청의 사용자책임 회피, 성별 임금 격차, 대기업의 초과이윤이 투자와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고 사내유보금에 적립(2023년 기준 국내기업의 매출액별 사내유보금 규모 2800조 원), 기업별 중심의 교섭체계 등이 근본 문제이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진단은 맞지만, 이를 정년문제로 해결한다는 방법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계속 고용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조차도 고령자 일자리와 청년 일자리는 서로 그 성격을 달리하기 때문에 대체재로서 역할은 상대적으로 약하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계속 고용 의무제도는 사실상 선별적 재고용

 

2024년 기준, 100인 이상 기업의 정년제 도입률은 90% 이상에 달한다. 임금체계가 없는 30인 이하 사업장이나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5인 미만 사업장은 정년제 도입률이 30% 미만으로 낮다. 정년 60세 의무화 시행으로 시행 전인 2012년과 2024년을 비교하면 정년제 도입률이 58.1%p 증가해 약 4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는 정년 60세 의무화에 따른 법적 강제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에 60세 이상으로 정년을 늘린 비율은 3.9%p에 그친다.

 

계속고용의무제도의 주요 내용은 고령자고용법 제19조의 정년을 법정 최저연령인 60세로 고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60세 이후부터는 개별사업장에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노사합의에 따라 정년을 연장할 수 있는데 만약 정년연장에 대한 노사합의가 없거나 도출되지 못한 경우에는 사업주에게 새로운 근로계약(퇴직 후 재고용)의 체결을 할 수 있게 의무화한다는 것이다.

 

 

한국노총이 단위노조 765곳에 60세 이상 정년연장을 위한 단체교섭 타결 가능성을 조사하였는데 57.9%가 타결이 어렵다고 내다봤다. 직종별로는 사무직이 69.6%, 생산직 65.2%, 판매직 41.8% 순으로 나타났다. 노사합의로 정년연장을 전망하는 곳은 고작 15.3%에 불과하다. 실제 현장의 교섭상황을 보면 사용자의 소극적 대응으로 정년연장을 교섭 의제로 올리기도 어려워 노사합의로 정년연장을 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사용자가 정년연장 노력 회피(의도된 지연)를 하더라도 별다른 강제력이나 제재가 없어 노동자 입장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다. 이렇듯 정년연장에 합의하지 못하면 사용자에게 계속 고용제도(직무유지형, 자율선택형)를 선택하도록 하는데 노조가 없는 86%의 사업장이나 근로자대표가 없는 경우 사용자의 의지나 재량에 의해 유형의 차이만 있을 뿐 고용 유연한 재고용 방식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다. 재고용 과정에서 임금하락 폭이 커 부당함을 느껴도 노동자가 이를 거부할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것도 문제이다. 사용자가 고령자의 계속 고용기회를 제한할 수 있도록 예외조항의 범주도 매우 넓고 애매해 사실상 선별적 재고용이라 볼 수 있다.

 

고령자의 낮은 고용 보호 수준과 차별적 처우를 정당화하고 있어

 

한국노총 조사에 따르면 재고용을 도입하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재고용이 되더라도 정년퇴직 이전과 같은 동일업무를 하는 비율이 87.8%, 노동시간 3.5%, 업무 책임 평균 9.1% 감소한다. 이에 비해 임금수준은 정년퇴직 이전 대비 평균 21.9% 감소해 노동조건이 크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임금피크제 도입기업의 임금 감액률이 20%~40% 이상 초과하는 비율이 41.2%이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 마지막 해를 기준으로 임금 조정하는 경우에는 임금하락 폭이 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노동에 대한 임금 차별을 정당화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생산성에 기반한 적정임금에 대한 기준도 모호하다. 적정임금의 구체적 산정방식과 기준, 역할직무, 생산성숙련, 성과기여 등의 요소들을 기반한 책정 기준이 논란이 될 소지가 크다. 계속 고용제도는 새로운 근로계약 체결을 통해 임금, 노동시간 등 불리한 처우나 노동조건 저하로 귀결된다.

 

노동자가 희망하면 재고용된다지만 60세 정년에서 경험했듯이 회사가 고용의무를 얼마만큼 책임질지도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촉탁직 등 단기 재고용을 통한 반복갱신으로 과도한 노동강도와 고용의 질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숙련노동자의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 이번 공익위원(안)은 기업에 재고용 방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열어준 것이며, 연령차별 문제나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과 같은 집단적 동의권 절차를 교묘히 피해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

 

고령자와 청년 간 일자리 갈등 조장할 것

 

공익위원(안)은 청년층이 선호하는 대기업, 공공기관 등 일자리에 한해 고령노동자를 관계사로 전적시키는 경우 등도 계속 고용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보는 ‘청년 선호 일자리에 대한 계속고용특례’를 제시했다. 또 직종, 직무, 직군 등에 따라 계속 고용 의무이행 방식을 달리 적용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그러나 기업 간 인사이동(전적)에 대한 기존판례는 해당 노동자의 동의를 얻어야 유효하다고 인정하고 있다.

 

이는 업무지휘권의 주체가 변경되기 때문에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불이익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를 계속 고용 특례로 인정할 경우 부당한 전적 명령 조치더라도 정부(기재부)나 사용자의 일방적 지침이나 강요 등에 의한 차별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 한 기업 내 직종, 직무, 직군 등을 구분하여 정년연장 또는 재고용을 달리할 수 있도록 했는데, 이렇게 되면 직종, 직무, 직군 등의 고용형태, 노조 유무 등에 따라 노동조건의 격차로 이어져 노동시장 이중구조 및 양극화를 더 심화시킬 수 있다.

 

보편적 권리로서 법정 정년연장 추진

 

이번 고령자의 계속 고용 의무제도는 차별을 조장하고 내용상으로도 논쟁거리가 많다. 이 방안이 노동현장에 적용될 경우 첨예한 노사갈등과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령자에 대한 차별적 처우는 조직 내 또 다른 세대갈등을 격화할 수 있다. 일본이 계속 고용제도를 시행해오고 있지만, 고령자의 노동강도와 고용의 질을 악화시키고 노동조건 저하와 임금 불평등 심화로 이어졌다는 점에 유의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가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들었고 저출생 현상과 인구 자연감소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향후 노동력 부족 문제나 소득 공백 해소를 위해서는 주된 일자리에서 연금을 받을 때까지 고령자의 고용과 소득을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보편적 권리로서 법정 정년을 단계적으로 늘려가야 한다. 고령자에 대한 차별 없이 고용증가와 고용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기도 하다. 이러한 정책 방향 아래 청년들이 선호하는 대기업이나 공공부문에서 고령자와 청년 간 상생방안에 대해 노사 모두가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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