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교육 불평등의 사회계급 세습 효과

장진희 한국노총 중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등록일 2025년06월09일 10시3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한국은 해방 후 계급기반이 매우 취약한 상태에서 1970년대까지 급속한 경제발전을 겪으며 전근대적인 신분 사회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계층사회를 형성하였고, 새로운 직업이 대거 등장함에 따라 교육을 통해 능력을 갖춘 사람들은 계층상승의 사회이동을 경험하였다.

 

그 과정에서 상향적 사회이동의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로 교육의 중요성이 강조되었고, 더 나은 직업을 갖기 위한 경쟁의 심화 등으로 인해 높은 상위 학력을 성취하려는 경향이 더욱 짙어졌다. 그 결과, 2025년 한국의 사교육비는 30조에 육박하고 있고, GDP 대비 사교육비 지출이 1.2%를 보이며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물론, 교육은 부존자원이 결여된 국가적 차원에서 경제발전의 기초이자 주동력이고, 사회의 보편적 가치를 따르는 시민을 재생산하는 역할을 담당하였으며, 특히 개인에게는 더 나은 사회적 지위 획득을 통해 계층의 상향이동 통로가 된다.

 

그러나 교육의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교육은 많은 비판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는데, 주요한 비판 중 하나는 교육이 자본주의적 계급형성과 지속에 일조함으로써 빈곤의 대물림을 정당화하고 강화하는 매개체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가족 중심적 가치관이 강한 한국에서, 교육을 통해 계층상승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부모는 자녀교육을 위해 헌신하고 기꺼이 희생하는 것도 이러한 배경이다.

 

결국, ‘개천에서 용난다’는 말이 사라진 지 오래된 가운데 오늘날 부유한 가정의 아이들이 공부를 더 잘하는 경향이 있다는 명제는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 되었다. 한국의 높은 교육열과 사교육은 부모의 경제적 지위와 문화 자본(cultural capital), 사회자본(social capital)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세대 교육수준

 

사회경제적 지위라는 개념은 20세기 초 막스 베버(Max Weber)의 계층이론에서 중요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베버는 경제적 자원뿐만 아니라 사회적 지위(Status)와 권력(Power)을 함께 고려한 다차원적 개념을 제시하였고, 이는 단순 소득만을 기준으로 했던 기존의 계급이론과 차별화된다. 이에 사회경제적 지위(Socioeconomic Status; SES) 가 등장하였고, 사회경제적 지위란 개인 또는 가구가 사회 내 상대적 위치를 나타내는 다차원적 사회계층 지표로, 자본주의 사회에서 단순 경제적 부의 정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 직업, 소득, 문화 자본, 사회자본 등을 조합하여 측정하며, 얼마나 많은 자원, 기회, 권력에 접근 가능한가를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이다.

 

2007년 중학생, 고등학생, 대학생, 취업자, 미취업자를 2020년까지 추적 조사한 「청년패널조사(YP2007」에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자녀의 교육에 얼마나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가 확인할 수 있다. 먼저, 부모의 근로소득, 부동산 소득, 이자소득 등을 합한 총소득, 최종 교육수준, 종사상 지위를 활용하여 사회경제적 지위를 측정하고 이를 5분위로 구분하여 하위 20%(하위계층), 하위 20~40%(중하위계층), 40~60%(중위계층), 60~80%(중상위계층), 80~100%(상위계층)으로 계층화하였다.

 

2020년 하위계층의 연평균 총소득은 3,512만 원이며, 상위계층은 이보다 2.7배 높은 9,343만 원이다. 상위계층일수록 높은 소득은 자녀에게 더 이른 시기에 양질의 교육과 더 많은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원천이 된다.

 


 

이는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계층별 고등학교 재학 현황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다. 현재 한국 사회에서 상위권 대학교 및 학과 진학률이 높은 영재고를 포함한 과학고, 외고, 자립형 사립고에 재학 중인 비중을 보면 하위계층보다 약 3배 높고, 일반계/인문계의 비중도 하위계층은 60.1%이지만 계층이 올라갈수록 비중이 늘어 상위계층은 89.2%에 달한다.

 

반면, 수능 제도에서 불리한 상업계와 공업계의 비중은 상위계층으로 이동할수록 그 비중이 빠르게 감소한다. 하위계층의 자녀 중 공업계에 재학 중인 비중은 16.5%이지만, 상위계층은 1.2%에 불과하다. 이는 학벌 사회가 고착된 한국에서 상위계층일수록 자녀의 대학교 입학을 크게 고려하고 있다는 현실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자료 역시도 고등학교 졸업 후 예상 진로에서도 상위계층 자녀는 91.6%가 4년제 대학 진학을 고려하지만, 하위계층은 62.1%이며, 2-3년제 대학 21.9%(상위계층은 2.9%), 취업 5.2%(상위계층은 0.4%)를 보인다.

 


 

실제 대학교 진학 역시 이른바 ‘인 서울’에 진학한 비중이 하위계층은 18.1%, 상위계층은 40.0%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의/약학계에 하위계층은 11.4%를 차지하지만, 계층이 올라갈수록 높아져 상위계층은 27.1%를 보인다.

 

 

이처럼 부모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는 자녀가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고 인적자본을 향상하는 데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확인된다. 문제는 노동시장에서 ‘학벌’은 일종의 신호이자 선별도구로 작동한다는 사실이다.

 

경제학에서 선별이론(Screening Theory)에 따르면 고용주가 지원자의 능력을 직접 관찰하기 어려우므로 관찰이 가능한 교육수준인 학벌을 통해 누가 더 유능한지 선별한다. 반대로 신호이론(Signaling Theory)에 의하면 지원자는 자신의 생산성이나 전문성, 성실성 등을 보여주기 위해 학벌을 활용한다. 특히, 임금 수준과 고용 안정성이 높아 경쟁률이 심한 양질의 일자리에서 학벌은 강력한 선별도구이자 신호로 작동한다. 결국,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에 따른 교육 불평등은 자녀세대의 노동시장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세대 노동시장 성과

 

2020년 기준 취업자의 회사 유형 분포를 보면 부모세대 계층에 따른 차이가 명확히 구분된다. 모든 계층에서 민간회사 또는 개인사업체에 취업한 비중이 가장 높았는데, 계층이 올라갈수록 비중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반면, 외국인 회사, 공공기관 및 공기업, 정부 출연 기관, 정부 부처의 비중은 높아진다. 상위계층의 자녀는 상대적으로 안정적 일자리에 종사하는 비율이 높았다. 그러나 하위계층 자녀는 특정 회사나 사업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비정형 고용형태에 종사할 가능성이 높아 사회보장 사각지대에 놓일 위험이 큰 결과를 보였다.

 


 

고용 안정성뿐만 아니라 소득에서도 계층별 차이가 관찰된다. 계층이 올라갈수록 임금 수준이 높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비중이 높았는데, 2020년 기준 취업자의 직업분포를 보면 부모세대 계층별 차이가 확인된다.

 

연구직 및 공학 기술직에 있어서 하위계층 자녀는 9.1%였지만, 상위계층 자녀는 17.4%로 차이를 보인다. 경영·사무·금융·보험직은 모든 계층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인다. 다만, 하위계층은 27.1%였고 계층이 올라갈수록 비중은 증가하여 상위계층에서는 40.4%였다. 반면, 영업·판매·운전·운송직은 하위계층 자녀 중 18.1%를 차지하고 있었지만, 상위계층은 7.5%였다. 이뿐만 아니라 하위계층 자녀는 설치·정비·생산직이 13.1%였고, 상위계층 자녀는 4.8%로 차이를 보였다.

 

 

자녀세대의 임금 수준 역시도 차이를 보인다. 하위계층 자녀의 평균 연봉은 3,332만 원이지만, 상위계층은 4,833만 원이었으며 월급 역시 하위계층은 208.4만 원, 상위계층은 280.6만 원이다.

 

부모세대에서의 소득 양극화가 교육을 매개로 자녀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부모의 계층이 높을수록 자녀는 안정적 일자리와 상대적으로 더 높은 임금 수준인 일자리에 있고, 하위계층일수록 빈곤이 대물림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장진희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