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123일간 광장에서 민주주의 회복을 외치다

정예솔 한국노총 교육홍보본부 부장

등록일 2025년05월12일 11시2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12·3 내란사태는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로 종결됐다. 123일이 걸렸다. 한국노총은 추운 겨울에서 벚꽃이 피는 봄까지 여의도, 한남동, 광화문 광장 그리고 전국각지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 투쟁’을 벌였다. 긴 겨울과 내란성 불면을 버텨냈다. 은박지를 두른 채 밤을 지새우기도 했다. 시민과 연대해 맞이한 값진 승리 앞에 새로운 출발, 더 나은 미래를 기대한다.

 

전국각지에서 광장에 불을 밝힌 이정식 한국노총 경남본부 상임부의장, 박성모 금융노조 조직쟁의본부 부위원장, 김혜인 전력연맹 조직차장, 서영빈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차장, 문영상 한국노총 사업지원본부 차장을 만나 소회와 과제 등 이야기를 나누었다.

 


Q.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123일이 지난 4월 4일 내란수괴 윤석열이 파면됐다. 12월 3일 비상계엄 선포 소식을 어떻게 들었고,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이정식 한국노총 경남본부 상임부의장 : 경기도 파주에서 한국노총 통일위원회 1박 2일 워크숍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TV를 시청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긴급 속보가 뜨면서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한다고 했다. 순간 ‘내가 잘못 본 건가? 혹시 방송사고 아닌가?’ 생각했다. ‘비상계엄? 이것은 미친 짓이다’ 눈과 귀를 의심했다. 45년 전 계엄을 직접 체험했던 세대라 분노와 함께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며 극한 공포감을 느꼈다.

 

박성모 금융노조 조직쟁의본부 부위원장 : 지인들과 모임을 하다가 옆 테이블에서 “계엄이라고? 진짜야, 설마” 하는 소리가 들려왔고, 유튜브를 보면서 ‘딥페이크겠지’ 하며 처음에는 믿지 않았다. 집에 돌어와 티비로 공중파에서 헬기가 국회에 착륙하고 시민들이 장갑차를 막아서는 장면을 보고서야 ‘미친 건가? 이제 하다 하다 별짓을 다 하네’하며 새벽까지 깨어 있었다. 내란성 불면증이 시작됐다.

 

김혜인 전력연맹 조직차장 : 비상계엄이 선포된 12월 3일 밤, 전력연맹은 회원조합 순회 간담회 일정으로 나주에 있었다. 간담회 후 연맹 사무처 단체톡방에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했으니, 사무처장 방으로 모여달라’는 메시지가 떴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는데 TV에서 비상계엄 선포 속보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긴급회의를 했고, 서둘러 서울로 복귀했다.

 

서영빈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차장 : 지하철에서 뉴스 속보로 들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처음 있는 일이라 굉장히 놀랐다. 이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부랴부랴 어딘가로 전화를 걸어 윤석열 욕을 쏟아내고, 장갑차가 서울 도심을 지나가는 사진을 공유받고 또 다른 사람에게 공유하기도 했으며, 이게 무슨 나라 망신이냐며 혼잣말을 크게 하기도 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처음 보는 이들이 모두 공통감각을 주고받는 느낌에 한편으로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문영상 한국노총 사업지원본부 차장 : 운전을 하고 있었는데 비상계엄 선포에 살면서 접하지 못한 종류의 공포감에 많이 긴장했다. 마음이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사안이 사안인 만큼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이어졌다. 사회가 이렇게 불안정해질 수 있다는 현실에 충격을 받았고, 개인이 무엇인가 할 수 없다는 무력감도 컸다.

 

▲ 4/1~2일 24시간 양대노총 철야집중행동

 

Q. 촛불에 참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광장 참여시 에피소드가 있었다면?

 

이정식 한국노총 경남본부 상임부의장 : ‘12.3 비상계엄은 친위쿠테타이자 내란이다’, ‘군사독재의 부활을 획책한 역사의 반동이다’, ‘주권자 국민을 향한 반란이며 민주주의에 대한 반역이다’라는 생각으로 광장에 매일 나갔다.

 

경남지역본부는 조직적 토론과 조직적 결정으로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경남 비상행동’에 공동대표로 참여했고, 연대기금을 조성하여 광장에 힘을 보탰다. 한남동 관저 앞 투쟁에 결합하기 위해 서울에서 택시를 탔는데 우리 일행을 태극기 부대 집회장에 내려줬다. 집회장에 가려면 태극기 부대를 관통해야 하는데 난감했다. 더군다나 단결·투쟁 조끼를 입고 말이다. 아찔한 순간이었다.

 

박성모 금융노조 조직쟁의본부 부위원장 : 분하고 열이 뻗쳐서 참을 수가 없었다. 광장에서 한국노총 동지들과 함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위 플래시 노래 반주에 맞춰 “탄핵, 탄핵, 윤석열 탄핵”을 힘차게 외치면 조금이나마 속이 좀 후련했다.

 

광장에 나오고 싶지만, 야근이나 육아로 나오지 못하는 조합원들을 대신한다는 마음으로 하루도 빠지지 않고 나갔다. 깃발을 들고 동십자각으로 향하는 길에서 만난 조합원들은 “고생한다, 고맙다”라는 따뜻한 말을 해줬다. 카톡으로 전달된 응원의 메시지와 이모티콘들이 찬바람 추위를 녹여줬다.

 

시민들이 깃발을 들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야쿠르트와 과자를 손에 쥐여 주고, 초코바를 나눠 주는 모습은 너무나 훈훈했다. 이타심이 넘쳐나는 커다란 공동체가 똘똘 뭉쳐 있는 광장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김혜인 전력연맹 조직차장 : 전력연맹이 광장 집회에 조직적으로 결합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연히 결합했다. 광장에 가니 수많은 시민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을 보고, 미약하지만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일로 결합하는 것 이상의 더 큰 울림이 있었다. 깃발을 들고 광화문으로 향하는 길에 전력연맹 조직실장에게 “교과서에 12.3 계엄이 실리게 되겠죠?”라고 묻자, “역대 가장 긴 계엄을 국민의 단합된 힘으로 물리쳤다. 이런 식으로 실리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대한민국의 역사에 이름을 새기고 있다는 실감이 들었고, 내가 만들어가는 세상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지 기대가 됐다.

 


▲ 4월 4일 헌법재판소 앞, 윤석열 탄핵 선고에 환호하는 시민들

 

Q. 한국노총에 입사하자마자 바로 거리로 투입되어 탄핵광장에 나오게 되어 당황했을 듯한데, 광장에서 맞이한 한국노총은 어땠는지?

 

서영빈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차장 : 입사 첫날 바로 탄핵광장에 참여하게 됐다. 출근 전 정장 대신 패딩을 입고 오라는 선배 간부의 조언 덕분에 무사히 추운 광장을 견딜 수 있었다. 탄핵광장에서 모두 같은 피켓을 들고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고, 질서 있게 행진하는 모습을 보며 한국노총은 단결력이 강한 집단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윤석열 탄핵이 인용된 4월 4일 11시 22분, 함박웃음을 짓는 선배, 눈물을 흘리는 선배들의 표정은 생생하다. 한국노총 간부들이 이날만을 기다리며 부단히 집회와 무대를 준비했겠다는 생각에 첫날부터 작은 숟가락 하나 얹은 건 아닐까 하는 부끄러운 기분이 들기도 했다.

 

문영상 한국노총 사업지원본부 차장 : 입사하고 며칠 지나지 않아 집회장에서 한국노총 깃발을 들었다. 그 순간은 단순한 시작이 아닌 무게감 있는 합류라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목소리를 내고, 밤을 새운 경험 속에서 조직의 온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단결의 힘, 현장의 열기 그리고 선배 간부들의 눈빛 하나하나에서 한국노총이 가진 역사와 정신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내가 지금 서 있는 이 자리가 단순한 일이 아니라 사명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노총은 사람의 삶과 권리를 지켜내기 위한 거대한 연대체라는 것을 실감했다.

 

Q. 겨울에서 봄까지 ‘윤석열 파면’을 위해 투쟁했다. 이제 새로운 출발 앞에서 이뤄야 할 과제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정식 한국노총 경남본부 상임부의장 : 12.3 내란으로 삶과 일상은 멈췄고 대한민국이 송두리째 흔들렸다. 100년만큼 길었던 123일간의 윤석열 파면 투쟁의 광장은 인내하며 투쟁으로 맞선 노동자, 민주시민들의 승리였고, 마침내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을 파면했다.

 

광장의 빛의 항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란세력을 청산하고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전진해야 한다. 노동자의 힘으로, 광장의 힘으로 윤석열 파면을 넘어 내란세력을 심판·청산하고, 민주진보 진영의 대선 승리로 노동존중의 새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다시 단결해야 할 때이다.

 

박성모 금융노조 조직쟁의본부 부위원장 : 이제는 반격해야 한다. 윤석열 씨를 비롯한 내란세력은 지난 3년 동안 노동자와 노동조합을 탄압해 왔다. 조속히 노조법 2·3조를 개정하고,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해야 하며, 특히 노동조합의 자주적 활동 보장을 위해 타임오프제는 폐지되어야 한다,

 

노동시간 단축을 위해 노사정이 머리를 맞대어 주 4일제 시대를 앞당겨야 할 것이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정치인들은 곡기를 끊고 단식하던 시민 대표들이 남은 힘을 짜내 외쳤던 발언을, 어린 학생들과 노동자, 장애인과 성소수자가 서툴지만, 진심을 꾹꾹 담아 외쳤던 목소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광장에서의 바람과 희망이 차근차근 실현되는 날들을 기대해 본다.

 

김혜인 전력연맹 조직차장 : 우리는 ‘윤석열 파면’을 외치며 쉼 없이 달려왔다. ‘윤석열 파면 투쟁’을 넘어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지금, 가장 중요한 과제는 ‘민주주의를 다시 일상 속으로 되돌리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고, 권력은 견제받아야 하며, 정치는 국민의 목소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들어야 한다는 당연한 원칙이 일상의 상식이 되도록, 변화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잘 이어가는 것이 진짜 과제인 것 같다. 무너지지 않는 민주주의,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이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현장에서 함께하겠다.

 

서영빈 한국노총 여성청년본부 차장 : 광장에는 성별, 나이, 직업 등을 떠나 많은 사람이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 이제는 이들이 결정권을 가지는 ‘절차 민주주의의 시대’를 의논해 보는 게 광장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누구든 각자의 위치에 있는 개인이 법안을 발안할 수 있는 국민발안제나, 공직자의 윤리의식을 문제 삼는 국민소환제 등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게 필요해 보인다. “결정하는 주체가 달라지면 결정하는 내용이 달라진다”(최자영 「시민과 정부 간 무기의 평등」 중)고 한다. 일반 시민들이 궁극적 결정권을 확보해 자신이 처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을 개진하고 이를 실현한다면 세상은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문영상 한국노총 사업지원본부 차장 : 이번 투쟁은 단순한 집회를 넘어서, 정의를 되찾기 위한 역사적인 싸움이었다. 그 중심에서 한국노총은 당당히 앞장섰고, 저 역시 그 흐름 속에 함께할 수 있어 큰 자부심을 느꼈다.

 

윤석열 파면 이후, 남아있는 내란세력을 척결해야 하는 과정에 앞장서는 조직이 바로 한국노총이 되어야 하며, 투쟁을 통해 되찾은 정의 위에 노동자와 조합원을 위한 본연의 역할을 다져야 한다. 현장의 목소리와 조합원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는 한국노총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예솔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