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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봄이 의료를 이끄는 희망 세상 가능할까?

임욱영 한국노총 정책1본부 실장

등록일 2025년05월09일 13시5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태국 치앙마이 교외 공공병원 ‘반팻’을 중심으로 태국 공공 의료 체계를 들여다보는 서보경 교수의 <돌봄이 이끄는 자리>가 최근 출간됐다. 태국은 아시아 금융 위기라는 극심한 혼란 속에서 소득에 상관없이 무상에 가깝게 공공병원을 이용할 수 있는 의료보험 전반에 대한 개혁을 단행했다. 2021년 기준 태국 전체 병상의 80%는 공공병원에 속한다.

 

1인당 명목 GDP가 한국의 4분의 1 수준밖에 되지 않는 나라이자 세계에서 가장 많은 쿠데타가 일어나고 극심한 빈부격차와 함께 영리병원이 허용되는 나라 태국은 어떻게 보편적 공공의료를 이룰 수 있었을까. 이 책은 2010년부터 2년간 집중적인 현장연구와 이후 10년간의 후속 연구와 분석을 통해 쓰였다.

 

의료인류학자인 저자는 아프고 다친 사람들의 눈높이에서, 병든 사람들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자리에서 삶의 지속을 가능하게 하는 힘이 어디에서 오는지 탐구한다. 사회보장제도 운영과 공공병원의 작동 방식을 분석해 만성질환, 임신과 출산, 이주와 출생 등록, 영유아의 사망, 빈곤과 정신 건강 위기와 같은 여러 어려움이 어떻게 다뤄지는지 탐구한다.

 

이땅의 노동자들 모두가 안녕하기를

 

태국에서 공공의료확대가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태국 정치에서 가난한 이들에게 돌봄을 제공하는 것이 권력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2001년 선거에서 승리한 탁신 친나왓의 타이락타이당은 2002년 ‘30밧(약 1000원) 의료 비스’를 주요 정책으로 강조해 보편적 건강보험 정책을 시행했다.

 

2006년 쿠데타로 탁신 정권을 축출한 친왕실 군부정권은 환자부담금 30밧마저 없애버렸다. 물론 태국의 공공병원이 완벽한 정답은 아니다. 국가가 제공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이 매우 낮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하고, 계층 간 의료 자원의 불평등한 분배를 완화하기보다는 오직 빈곤층을 위한 프로그램이 되었다는 지적도 있다.

 

환자들은 자신들이 공공병원에서 받을 수 있는 돌봄과 치료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참고 기다리는 것만이 전부인 상황을 감내한다. 하지만 반팻 병원장인 끼앗 박사의 “의료서비스는 상품이 아니라 권리에요. 의료의 최우선 과제는 사람 목숨을 구하고 지역사회를 돌보는 겁니다. 병원의 재정적 손실 여부는 사실 중요하지 않아요. 여기는 공공병원이니까 돈벌이를 걱정하면 안 돼요.”라는 발언은 공공병원의 기본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OECD에 따르면 의료서비스 공급 대부분을 민간에 의존해온 한국의 공공병상 비중은 10.2%(2018년 기준)로 회원국 평균(71.4%)을 크게 밑돈다. 농어촌 지역의 의료공백과 돈만을 쫓는 병원과 의료인으로 인해 ‘응급실 뺑뺑이’가 만연한 한국의 의료 현실을 돌아볼 때, 돌봄이 ‘이끄는’ 모두를 위한 의료에 관해 서술한 이 책이 던지는 가능성에 주목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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