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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카페 바리스타 vs 지하철 안내

이동철의 상담노트

등록일 2025년03월20일 14시4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아내의 일터 1층 로비에는 커피가게가 있었다. 아내는 동료들과 휴식 시간에 그곳을 방문해 카페라테를 한잔 씩 마시곤 했다. 아내는 젊은 노동자가 대다수인 커피가게와 달리 고령 노동자가 커피를 만드는 바리스타로 일하는 모습이 조금 생소했다고 한다. 그러나 질이 좋은 원두에 음료 가격도 저렴해 만족도가 높았다. 아내와 동료들은 주문한 카페라테의 거품 하트 모양이 좀 찌그러질 땐 ‘아~, 오늘 바리스타 어르신이 댁에서 좀 언짢은 일이 있으셨나!’ 추측하며 즐겁게 그 커피가게를 이용했다.

60세 이상의 고령 노동자들이 바리스타 교육을 받고 일하는 시니어 카페는 대표적인 정부의 시장형(수익형) 노인 일자리 사업이다. 고령자의 사회적 참여가 가능하며 시민에게 질 좋은 서비스도 제공하고 넉넉하진 않지만, 임금도 받아 가는 사업으로 정부 일자리 사업 중에 대상자의 만족도도 높다. 하나의 가게당 10명 내외의 고령 구직자가 참가할 수 있을 뿐이어서 경쟁률이 치열하다. 정부의 고령자 일자리 사업자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광역전철에서 이용자 안내지원이나, 어린이보호구역의 건널목 안전 지킴이, 그리고 골목 환경개선 사업으로 이름 지어진 환경미화 등과 같은 사회봉사형 일자리다.

고령자들의 사회 참여 측면에서 의미가 없는 일은 아니지만 많은 인력이 기계적으로 공익형 일자리에 배치된 비율을 보면 일자리 생색내기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지울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전철에서 특별히 뭘 할 것도 없이 가만히 서서 오가는 사람을 쳐다보고 있는데 민망스러워서….”
“동네 청소한다고 우르르 모여 다니는 게 창피해서 마스크를 쓰고 다닙니다.”

고령 노동자들은 구직자의 욕구에 충실하지 못한 정부의 일자리 사업에 대해 이렇게 불만을 이야기했다. 시니어 카페 일자리에 참여하는 어느 어르신은 가게로 나갈 때마다 손님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오늘은 어떤 옷을 입을까 설렌다고 했다. 지하철 안내나 골목 청소 일을 하는 분께 그 일도 굉장히 중요한 일이니, 보람을 가지시라 말씀드렸다. 어르신은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기왕이면 좀 사회적으로 ‘있어 보이는’ 일자리에서 일하고 싶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런 고마운 고령자 공공일자리가 각 지역에서 올해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내가 일하는 부천시만 해도 지난해 6천500여개가 넘는 연간 고령자 공공일자리가 5천000여개로 전년 대비 약 22% 줄었다.

문제는 고령자 공공일자리 예산이 지난해 약 300억에서 올해 약 203억으로 100억 가까이 줄면서 그 감소폭이 30% 이상으로 컸다는 점이다. 일자리수의 축소비율보다 예산 축소비율이 더 높았는데 달리 해석하면 그나마 유지되는 공공일자리의 질이 낮아졌다고 봐야 한다. 기존에 1년간 유지할 수 있었던 일자리를 6개월로 줄여 2명에게 일자리를 주거나 일자리 참여 기회를 기존보다 줄이는 방식의 조삼모사형의 정책이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는 비단 부천시의 문제뿐만은 아니다. 정부 예산의 어려움으로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고령자의 공공일자리 예산을 줄였다. 그러나 고령자 공공일자리 정책은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한 지금 더 이상 시혜적인 복지정책으로만 볼 수 없다. 고령 노동자의 잠재력을 발굴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할 전략정책이자 사회 참여의 기회를 확대해 고령자의 건강한 삶을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 정책으로 고민돼야 한다.

고령자 공공일자리 예산도 경제 상황과 정부 사정에 따라 늘렸다 줄이지 않고 법령으로 일정 비율을 의무화해 그 중요성을 구조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고령 구직자들에게 약간의 소득을 마련해 주는 것에서 나아가 고령 구직자의 사회 참여 욕구를 제대로 실현하는 방향으로 일자리 설계가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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