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림 강남대학교 세무학과 교수
지난 1월 20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 2기가 시작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대통령 선거운동 기간에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하였던 IRA 법안을 ‘역사상 가장 큰 세금 인상’이자 ‘녹색 사기(詐欺)’로 규정하면서 자신이 당선된다면 즉시 관세를 인상하고 법인세와 소득세의 최고세율을 인하하는 감세 정책을 시행할 것이라 언급한 바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임기가 시작된 직후 해외 수입품에 대한 관세를 10~20% 추가 부과(중국산 수입품에 대하여는 60%)하기로 하였으며, 상호무역법(Trump Reciprocal Trade Act)을 통해 무역 상대국과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를 부과하고 달러 이외의 통화로 무역 대금을 결제하는 국가와 멕시코산 자동차(멕시코로 생산시설을 이전한 자동차 제조업체 포함)에 대하여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미국, EU 등 보호무역체제로 전환 중
이와 같은 변화는 미국뿐만 아니라 EU에서도 확인된다. 예컨대 EU에서는 ‘26년부터 탄소 국경조정제도(이하, CBAM)를 시행할 예정이다. CBAM은 명목상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기 위한 것이라 하지만 적용대상 업종이 EU 국가들의 주요 수입품인 반도체‧자동차‧석유화학(정제)‧철강‧기계 등이라는 점에서 EU에서 설정한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평가된다.
이밖에도 EU의 핵심 원자재법(이하, CRMA) 또한 유럽에 재화를 수출하는 경우 당해 재화의 핵심 원재료를 EU역 내에서 구매하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점(CRMA)에서 모두 일종의 무역장벽으로 해석된다. 이와 같은 미국과 EU의 정책은 표면상으로는 각국의 조세정책이 전환된 것처럼 보이지만 궁극적으로는 2차 대전 이후 미국 주도하에 성립된 자유무역체제가 붕괴하고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보호무역체제로 전환되어 가고 있음을 의미한다.
자국의 산업과 고용 보호에 초점을 맞춘 트럼프 감세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출범 이후에도 법인세에 대한 대규모 감세를 예고하고 있다. 즉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인 ‘17년에 이미 법인세율을 기존 35%에서 21%로 대폭 인하하였음에도, 집권 2기에는 미국 국내에서 제조업을 영위하는 법인을 대상으로 국내생산과 고용유지를 조건으로 적용세율을 15%까지 인하한다고 결정했다.
이는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폐지됐던 ‘국내생산 소득공제(Domestic Production Activities Deduction, 이하 DPAD)’ 혜택을 법인세율 인하로 대체하려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DPAD의 경우 최대 9%의 세액공제가 적용되었지만, 이번 세율 인하로 인해 법인세율이 6%p 낮아졌다는 점에서 이번 조세감면의 효과는 과거 DPAD를 적용한 경우보다 훨씬 클 것으로 생각된다.
이밖에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GILTI, FDII, BEAT 등 국제조세 관련 규정도 대대적인 개편을 예고하고 있다. GILTI(Global Intangible Low-Taxed Income, GILTI)는 해외 자회사의 순소득 중 통상소득(해외 자회사가 보유하는 감가상각 자산의 10%)을 초과하는 금액의 50%를 무형자산소득으로 간주하여 모회사에 과세하는 규정으로서 미국 기업의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 조치이다.
이밖에 FDII(Foreign-Derived Intangible Income)는 미국 기업이 창출한 해외 능동소득 중 유형자산의 37.5%를 초과하는 금액을 과세표준에서 공제하는 규정이며, BEAT(Base Erosion and Anti-Abuse Tax)의 경우 글로벌 다국적기업의 미국 자회사 등이 해외 모회사 등 관계사에 지급하는 특정 비용을 손금불산입하여 최소 10%의 유효세율이 적용되도록 하는 규정이다. 강학상으로는 FDII와 BEAT 역시 상술한 GILTI와 더불어 미국 기업의 역외탈세를 방지하기 위한 핵심적인 국제조세 규정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을 추진하면서 ’26년부터 적용될 GILTI와 FDII의 유효세율을 각각 13.125%와 16.4%에서 12.5%로 인하하고 BEAT의 유효세율은 12.5%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즉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법인세율을 1%p 인하함과 동시에 국내생산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15%까지 낮춰주면서 이에 추가하여 미국 기업의 국제거래에서 발생하는 조세 부담을 완화하는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 같은 미국의 국제조세 분야의 세제개편 동향과 관련하여 주목해야 하는 지점은 미국 하원 세입위원회의 공화당 Michelle Steel 의원이 ‘FDII는 미국 기업들이 이익을 국내에 투자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장려하므로 2025년 말 이후에도 현행 FDII 공제율(37.5%)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사실이다.
윤석열 정부 세제개편, (재벌)대기업 퍼주기로 끝나
트럼프 2기 행정부와 미국 의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세제개편이 단순히 감세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상 자국의 산업과 고용을 위한 정책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달리 말해 미국에서는 조세를 재정수요의 조달이라는 본연의 기능 이외에도 자국 산업의 보호나 투자 유치 또는 고용 증대를 위해 활용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특히 관세의 대폭적인 인상과 더불어 이러한 세제개편이 함께 추진되는 경우에는 자국으로의 투자 유치와 생산 증대는 물론 고용 창출과 무역적자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미국의 법인세율 인하나 GILTI 등 규정은 미국에 소재하는 모든 기업에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국의 세제개편 동향은 우리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경우 윤석열 정부에서 (재벌)대기업의 해외(특히 미국)투자를 적극적으로 지원하였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국내 모회사가 수취하는 해외 자회사의 수입배당금에 대한 익금불산입 규정을 도입하고 적용대상 또한 대폭 확대하였다.
이를 미국과 비교하면 우리나라는 해외투자와 생산설비의 국내 유치는 고사하고 우리 기업의 자본과 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면서 그에 대하여 막대한 조세우대를 부여하고 있는 꼴에 지나지 않는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산업은 공동화되고 일자리는 사라지는 한편 (재벌)대기업의 대주주와 그 일가는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얻었음은 물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IRA 법안을 두고 ‘녹색 사기’라고 일갈하였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한 세제개편으로 개정되었거나 시행된 ‘세법은 사기(詐欺)다’라고 표현해야 옳을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