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윤석열이 노동조합을 경험했더라면

이동철의 상담노

등록일 2025년01월31일 13시48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돌이켜 보면 윤석열 정권의 노동정책의 기본 방향은 언제나 ‘국민과 반대로’였다. 노동시장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정해야 할 정부가 기업 편만 들며 노동자를 힘들게 하는 정책을 고집한 것이다. 1주 최대 69시간의 노동이 가능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이나, 기업의 탐욕을 규제하기보다는 오히려 노동조합의 활동을 규제하는 거꾸로 정책이 대표적이다.

한국노총 부천 김포지역지부 의장으로 활동하는 박종현은 지역의 대표 향토기업 신한일전기에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1980년대 기술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수생 형식으로 처음 경험한 일터는 신산스러웠다. 관리자들은 업무지시를 하며 형님이나 어머니뻘 노동자들에게 반말을 예사로 하고 쌍욕도 했다.

우리 사회의 민주화가 아직 영글지 못한 1980년대 일터에서 노동자의 개성이나 인격은 쉽게 무시됐다. 사업주들은 노동자가 작업라인 속 하나의 기계 부속품처럼 움직이길 바랐다. 고된 노동의 시간을 버티는 힘은 동료들이었다. 연일 이어지는 잔업 속에서도 주말이면 아침 일찍 모여 동료들과 공을 차고 해장국을 나눠 먹으며 또 한 주를 버틸 힘을 충전했다.

이처럼 바쁘게 돌아가는 일터에서 동료끼리 소통하고 의견을 나눌 자리를 만들어 준 것은 노동조합이었다. 제조업 사업장에서 사업주들은 일터에서 노동자들이 뭉쳐 쑥덕거리는 일을 그리 반기지 않았다. 관리자와 사장의 뒷담화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회사의 문제가 공론화되고 개선의 여론이 만들어지며 노동조합의 설립과 같은 개선 행동으로 이어진다. 일을 마치고 저녁 모임에서 우리 사회와 정치가 돌아가는 모습에 관해 공부도 하고 노동조합의 운영에 대해 각자의 견해를 놓고 토론하며 박종현은 사람이 모인 조직은 내 마음대로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몸으로 배웠다.

내 뜻을 실현하기 위해 상대방의 눈치를 살펴야 한다는 것, 그게 박종현이 30년 가까이 노동조합 활동을 하며 거칠게 배운 민주주의 원리였다. 노동조합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조합원 설득에 실패해 위원장 선거에서 낙선했을 때 그의 지론은 반대파를 규합해 복수 노조를 만들어 당선자를 인정하지 않는 행태보다는 내부에서 대의원으로 활동하며 다시금 조합원을 설득해 자신들의 선택 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박종현이 생각하기에 국민의 의사를 무시하고 헌법을 짓밟은 윤석열 대통령의 반민주적 행태의 원인은 까라면 까는 상명하복 검찰 생활이 전부인 탓이었다. 만약 윤석열 대통령이 노동조합을 경험했더라면 세상만사가 자기 뜻대로만 되지 않는다는 걸 진작 알았으리라.

박종현의 말처럼 노동조합은 그동안 전근대적이고 수직적인 직장 질서를 민주적으로 재편하는 데 이바지했다.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사업장에서 조합원들에게 제일 좋은 점이 무엇이냐 물으면 관리자들이 현장의 노동자들에 대해 막대하지 못하고 존중하기 시작했다는 점을 꼽는다. 관계의 우위에서 사업주와 관리자들이 노동자들을 함부로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러워지는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직장에서 민주주의를 실현해 온 노동조합의 역할과 자체의 민주적 운영이 위기를 맞는 사례를 자주 접한다.

조합원의 참여 속에 근로조건의 개선을 논의하기보다 노동조합 위원장이 밀실에서 사업주와 적당히 임금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효율적이라고 여기는 풍토가 대표적이다. 해당 노조 위원장에게 자꾸 그렇게 사장과 밀실에서 협상을 마무리지으면 처음에야 편하겠지만 조합원들이 소외되고 결국 노조의 필요성을 인식하기 어려울 것이라 조언했다. 돌아온 대답은 조합원의 의견이 제각각이어서 단체교섭 내용을 공론화하면 말이 많고 시끄러워진다는 걱정이다.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러운 것이다. 논쟁 자체를 회피하며 근본적 문제 해결을 꺼린 채 미봉하는 것을 타협할 줄 아는 합리적 태도라 인식하는 세태를 보면 조금 걱정이 앞선다.

 

이동철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