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난 코로나19 시기(2019.12~2022.3.)를 극복하며 일·생활의 균형(1DAY to WLB), 일하는 방식의 변화 등에 대한 귀결로서 “노동(시간)의 변화”를 밀착되게 경험했다. 한편으로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으로 불리는 디지털, AI 등의 산업 전환기에 일에 대한 생산성, 효율성 등에 대한 문제 제기의 귀결로 “노동(구조 혹은 방식)의 변화”를 직간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주4일제(주38~32시간 등)에 대한 논의’는 바로 이러한 노동의 변화를 함축한다. 대체로 ‘주4일제에 대한 현상’은 나라별 또는 기업별, 조직별로 직접적인 원인이 되는 다양한 이해관계들 속에서 다양한 형태의 주4일제(아래 표)가 존재할 수 있으며, 주4일제를 도입한 사례의 긍정적 효과가 속속 검증되고 있다.
한국사회의 주5일제(주40시간)는 2004년 제도화 이후에도 점진적인 과정을 거쳐 현장 곳곳으로 안착했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현재 ‘주4일제에 대한 논의와 실험’이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특히 한국 세브란스병원 주4일제에 대한 2023년 실험과 이어진 2024년 ‘주4일제 네트워크’ 시민사회 연대 활동은 한국 사회 주4일제 전환에 대한 현장 논의를 앞당기고 점차 공론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4일제에 대한 논의가 공무원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무엇일까? 바다 건너 가까운 일본 공무원의 주4일제 사례를 주요하게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 공무원사회의 주4일제 유형을 닮아가는 한국 공무원사회
초고령사회인 일본은 2021년 ‘선택적 주3일 휴무제’를 정식으로 제안(4.20)해 저출산과 인력충원의 목적으로 육아·돌봄·간병·봉사 등 분야에서 단계적으로 논의하다가 2024년 4월 1일에 이르러 ‘주3일 휴무제’로 민간·공공부문 전체에 시행했다.
일본 국가공무원은 2015년 ‘유연근무제’가 권고된 후 법정노동시간을 준수하는 형태의 유연근로제(2015~2023)로 운영되다가 2024년 4월 1일 이후로는 유연근로 방식의 ‘주3일 휴무제’가 시행되고 있다. 일본 지방공무원의 경우 주3일 휴무제의 전면 시행 이후 지자체별(치바현, 이바리키현, 아이치현, 도치기현, 나가노현 등)로 도입이 확대되는 추세이다.
일본 공무원사회의 주3일 휴무제는 “토일월”, “금토일” 중 선택하도록 운영하고 있고, 주40 시간 기준으로 하루 업무시간에 △코어타임(집중업무시간), △업무시간, △재택업무시간을 각각 배치 설정하여 복무를 운영한다.
하루 중 코어타임(집중근무시간)을 제외한 나머지 노동시간을 당사자인 공무원에게 유연근로제도 안에서 선택·적용하는 것이며, 되도록 초과근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복무를 관리하고 있다. 이는 개정 이전 ‘사용주 중심 유연근로’에서 개정 이후 ‘노동자 중심 유연근로’로의 변화로 당사자 실무를 기준으로 집중업무시간과 잔여 업무시간 각각의 폭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일본 공무원사회에서 점차 확산하는 주3일 휴무제, 유연근로제도의 변형된 형태는 한국 공무원사회의 유연근무제도 변형을 점차 추동하고 있다.
2024년 7월 인사혁신처는 「공무원 근무혁신지침」을 발표하며 국가공무원 복무규정과 예규를 통해서 △연가 활성화 △유연근무제도의 확대 및 의무화 △공동근무시간(core time)제도 설정 △초과근무 단축: 긴급초과 근무명령제도 도입 등의 복무 관리 방안과 목표치를 설정했다.
주목할 지점은 “공동근무시간 제도 설정”으로 인한 한국 공무원사회의 주4일제 방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일본 모델을 답습하여 유연 근로에 대한 유형과 활용방법에 운영방식(공동근무시간 도입)을 구체화하여 노동시간 단축이 없는 주4일제의 제도적 정비를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시간선택제 공무원제도의 실패를 반추하는 중장기적 정책실험으로
한편, 사실 유연근무제도의 대표적인 유형임에도 인사혁신처 공식 홈페이지에 누락된 공무원 유연근무제도가 존재한다. 단시간(시간제) 근무제도인 시간선택제 공무원제도이다.
해외에서 시간제 근무제도는 당사자의 선택에 따라 주15~35시간 범위에서 정기적인 급여를 받는 제도로 통상 통용되는 대표적인 유연근무제도이다. 한국 공무원사회에서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2013년 도입되어 공무원법(국가 제26조2, 지방 제25조3)에 의해 통상적인 근무시간보다 짧게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개념화되어 있고 전환공무원(전일제→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시간선택제 공무원), 임기제 공무원의 3가지 유형이 존재하며, 약 6,000여 명이 현재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중 시간선택제 채용공무원제도는 2018년 지방직 채용 폐지를 시작으로 2020년 국가직 채용이 폐지되면서 사실상 방치됐다. 이는 단시간 근무제도에 대한 제도적 운영 실패로 “노동시간을 선택할 수 없는 시간선택제 공무원의 인사운영이 사실상 전일제와 다름없음”이 밝혀지면서 전일제와 동등한 ‘시간선택권’을 보장해야 하는 현장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처럼 한국 공무원사회의 유연근무제는 지금까지 그 유형과 활용에만 개괄적으로 명시만 해놓았을 뿐 실천적인 운영방식 구체화의 부재로 현장에 제대로 이행되지 못했다. 유연근무제도의 대표적인 채용방식이었던 시간선택제 공무원제도의 제도적 실패는 유연근무제도에 대한 현장의 불신과 조직 문화적 반감을 상징적으로 반증한다.
따라서 한국 공무원사회에서의 주4일제의 도입은 ▲실제 당사자에게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시간 단축과 시간선택의 준거를 마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며, ▲시간선택제 공무원제도의 운영방식에서 드러난 문제점들을 복기해 ▲“주4일/36시간 혹은 32시간”에 대한 공무원사회의 중장기적인 사례 실험을 기획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