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상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한 가산임금이나 해고예고수당을 산정하고 평균임금의 최저한이 되는 기준임금인데 근로기준법은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법원의 해석에 의지해 왔다.
종전 법원은 어떤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는 소정 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 일률적, 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판단해 왔으나 최근 대법원은 판단기준 중 ‘고정성’을 제외하는 방향으로 개념을 재정립하고 새로운 법리는 판결 선고일 이후의 통상임금 산정부터 적용하도록 했다.
통상임금의 기준이 변경됨에 따라 통상임금 재산정, 임금체계개편 등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통상임금 개념의 재정립
대법원은 2013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어떠한 임금이 통상임금에 속하는지 여부는 ① 소정근로의 대가로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② 정기적, ③ 일률적, ④ 고정적으로 지급된 것인지를 기준으로 객관적인 성질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며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을 정립했다(대법원 2013. 12. 18. 선고 2012다89399). 대법원이 제시한 ‘고정성’이라는 요건 때문에 ‘현재 재직 중인 자에 한하여 지급’한다는 이른바 ‘재직자 조건’ 및 최소 근무 일수 조건이 부과된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문제가 되어 왔다.
대법원은 위 판결로부터 11년 지난 2024. 12. 19.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제외하면서 “통상임금은 근로기준법이 정한 여러 임금을 산정하는 기준이 되므로, 그 본질은 근로자가 소정근로시간에 제공하기로 정한 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기준임금이라는 데에 있다. 정기성과 일률성은 그 임금이 소정근로의 대가인 임금임을 뒷받침하는 개념적 징표이다”며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통상임금의 가장 중요한 지표임을 명시했다(대법원 2024. 12. 19. 선고 2020다247190 전원합의체 판결).
대상판결이 통상임금의 판단기준에서 고정성을 제외한 이유
대법원은 기준임금으로서 요청되는 통상임금의 본질과 기능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통상임금 개념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고 보며 재정립의 방향으로 다섯 가지를 설시했다.
첫째, 통상임금은 법적 개념이므로 원칙적으로 법령상 정의에 충실하게 해석해야 한다(법령 부합성). 둘째, 통상임금은 강행적 개념이므로 당사자가 법령상 통상임금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어야 한다(강행성). 셋째, 통상임금은 소정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담아낼 수 있는 개념이라야 한다(소정근로 가치 반영성). 넷째, 통상임금은 사전에 명확하게 산정될 수 있어야 한다(사전적 산정 가능성). 다섯째, 통상임금 개념은 연장근로 등의 억제라는 근로기준법의 정책 목표에 부합하여야 한다(정책 부합성).
근로기준법 제6조 제1항은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 일급 금액, 주급 금액, 월급 금액 또는 도급금액”으로 정의하고 있다.
대법원은 위 문언을 충실하게 해석하여 ‘지급 여부나 지급액의 예외 없는 사전 확정(고정성)’이라는 의미는 ① 정당한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켜 부당하고, ② 통상임금은 당사자가 그 의미나 범위를 임의로 변경할 수 없는 강행적 개념이나 고정성은 사용자가 임의로 정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지므로 강행성에 반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은 통상임금이 소정근로의 가치를 평가한 개념이므로 실근로와 무관하게 소정근로 그 자체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하는 것이라야 하는데 ③ 고정성 요건에 의해 ‘실근로’가 통상임금 개념에 영향을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고, ④ ‘실근로’를 ‘통상임금’과 연계하면 통상임금의 사전적 산정 가능성도 약화되며, ⑤ 연장근로 등의 억제라는 정책 목표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통상임금의 산정에 ‘고정성’ 요건은 부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대상판결 이후 통상임금 산정기준의 변화
대법원판결에 따라 재직자 조건이 부과된 임금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대법원은 월 기준급여의 850%를 상여금으로 지급하되 짝수월에 지급하는 정기상여금, 설·추석상여금, 하계상여금으로 나누어 연간 9회로 분할 지급된 재직 조건부 상여금에 대해 협약상 ‘보수’에 속하고, 평가 결과나 업무성과를 별도로 요구하지 않았으며 십여 년간 일정 금액으로 계속적, 정기적으로 지급되었다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지표에서 고정성을 제외함에 따라 근무일수 조건부 임금, 최소한도의 성과급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의 실제 근무일수가 소정근로일수에 미치지 못하여 근로자가 근무 일수 조건부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더라도, 그 임금이 소정근로 대가성, 정기성, 일률성을 갖추고 있는 한 이는 통상임금에 산입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일정한 업무성과를 달성하거나 특정 수준의 평가 결과를 달성해야 하는 순수한 의미의 성과급은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으나 근무실적과 무관하게 최소한도의 일정액을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면 그 금액은 통상임금으로 인정되어야 한다.
지급일 기준 재직자 조건이 부과된 ‘식대’, ‘중식보조비’, ‘식대보조비’ 등이 월 20만 원 등 ‘정액’으로 지급된다면 실비 변상조로 지급된 것이라 보기 어려우므로 통상임금에 해당되며, 개별 노동자 간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정액’으로 지급된 ‘교통비’ 등도 통상임금에 해당된다.
‘상여금’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소정근로의 대가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명절상여금’은 지급일에 재직자에게 지급하는지 여부와 무관하게 통상임금에 해당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지급된 해당 월에 한정하여 시급으로 환산하는 것이 아니라 명절상여금을 12개월로 나눈 뒤 소정근로시간을 나누어서 통상시급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산정한다.
다만, 대법원은 예외적으로 2024. 12. 19.(판결 선고일)부터 변경된 판결의 효력이 미치도록 소급효를 제한(소송 계속 중 사건 제외)했다. 법원이 선언하는 법리는 그 이전의 사실관계에 대해서 적용됨이 원칙이고, 판례 변경의 경우에도 과거의 사실관계까지 규율함이 원칙이지만 이 사건은 예외로 보았다.
이에 따라 2024. 12. 19. 이전에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한 경우 변경된 법리가 적용되어 과거 3년분의 통상임금 차액분을 청구할 수 있으나 그 외의 경우는 2024. 12. 19.부터 ‘제공’한 연장근로 등의 수당을 계산할 때부터 변경된 통상임금 법리가 적용된다. 예를 들어, 2024. 12. 30. 소장을 접수하는 경우 2024. 12. 19.부터 2024. 12. 30.까지 12일분의 수당에 대해 변경된 통상임금 법리에 따라 미지급 임금을 산정하며, 2021. 12. 31.부터 2024. 12. 18.까지의 수당은 기존 판결(고정성 포함)의 법리에 따라 산정한다.
본 판결에 따라 재직자 조건 등을 부과하여 명절상여금 등을 지급하면서도 이를 통상임금에 포함하지 않았던 사업장에서는 임금체계 개편 등을 위한 노-사간 협상이 시작될 것이다. 이에 노동자들은 변경된 판례를 숙지하여 새로운 임금체계에서 자신의 노동조건이 하락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