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이 구속된 이후, 이에 반발한 시위대가 헌법재판소와 서울서부지방법원에 난입하여 난동을 부렸다. 경찰을 폭행하고 건물 외벽과 유리창 등을 부수는 이들의 모습은 ‘폭도’ 그 자체였다.
이 과정에서 체포된 이들의 절반 이상이 2030 남성이었다. 탄핵 촛불집회에 2030 남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왔던 터라, 서부지법 사태 이후 ‘2030 남성의 극우화’에 대한 우려가 언론과 SNS 곳곳에서 급증하고 있다.
‘2030 남성의 극우화’를 설명하는 주요 원인으로 반페미니즘 정서와 남초 온라인 커뮤니티가 자주 언급된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은 문제를 지나치게 단순화하고 2030 남성을 포함한 한국의 2030 청년 세대가 처한 구조적 현실을 간과한다. 2030 청년은 단일한 집단이 아니며, 거주지와 일자리, 성별 등에 따라 겪는 경험과 환경은 극명하게 다르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과 비수도권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청년은 완전히 다른 사회적 맥락 속에서 살아간다. 여기에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성별 및 인구 구조가 극명하게 달라지고 있는 점 역시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격차는 단순히 경제적 차이를 넘어, 정치적/사회적 인식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
청년 세대는 그 어느 때보다 심화한 경제적 불안과 경쟁 속에서 사는 중이다. 신입을 뽑을 여력이 없는 기업들이 늘어나면서 취업의 문은 계속 좁아진다. 생계를 위해 시간을 쪼개고 쪼개서 N잡러가 된다.
치솟는 집값도 모자라서 전세 사기까지 판치며, 내일을 꿈꾸기 힘든 이들이 많아지고 있다. ‘아주 보통의 하루(아보하)’가 2025년의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꼽힌 이유일 테다. (물론, 상위권에 위치한 청년들의 삶은 앞서 언급한 것과 전혀 다른 세계에 있다.)
여기에 수도권-비수도권 간의 격차는 더 많은 고민거리를 던져준다. 2010년 중반 이후 서울로 상경하는 20대 여성들의 숫자는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그나마 있는 일자리는 주로 남성들에게 돌아가는 데다가, 여전히 가부장적인 문화가 만연하다보니 비수도권에서 청년 여성이 살아남는 길은 ‘결혼’하는 것 외에는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속에서 비수도권의 남녀 성비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결혼은커녕 연애도 하지 못하는 청년 남성들이 부지기수.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이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비수도권의 청년 남성들의 불만과 사회적 좌절감은 배가 될 수밖에.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 청년 남성들에게 ‘젠더 평등’을 말하는 사회적 담론은 역차별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이는 청년 남성들이 갖는 불만과 불안을 특정 집단에 대한 반감으로 전환하는 데 주된 요인으로 작용한다. 불만을 폭력적으로 표출하는 방식에는 전혀 동의할 수 없지만, 이들의 행동은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절망감의 표현으로도 읽을 수 있다.
경제적 불안과 사회적 고립, 그리고 젠더 갈등은 청년 남성들이 느끼는 좌절감을 증폭시키는 주요 요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극단적 담론은 그들의 분노를 대변한다고 느껴질 수 있다. 이들을 단순히 비난하거나, 특정 이념에 빠져든 존재로 치부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걸수도.
청년 세대 전반이 처한 압박감을 해결하지 않은 채, 이들의 정치적 극단화를 막을 방법이 있을까? 경제적 안정성을 높이고, 지역 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청년 세대가 자신의 삶을 꾸려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는 ‘내일’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