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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와 과로자살 예방을 위한 국가의 역할

등록일 2018년10월17일 13시42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김인아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직업환경의학교실 

 

 

과로사와 과로자살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자살의 경우는 20~30대 사망원인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40~50대의 경우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의 경우에는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최근 근로기준법이 개정되면서 극단적인 장시간 노동을 줄이기 위한 전 사회적 노력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5인 미만 사업장에서 일을 하거나 감시단속 업무를 수행하는 노동자 등 근로기준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노동자들도 많고, 택시 노동자들처럼 다른 문제들로 실제 노동시간 단축이 어려운 경우들도 있다. 


또한 노동시장의 변화로 노동자성을 인정받기 어려운 다양한 형태의 특수고용 노동자들이나 플랫폼 노동자들이 있고 소위 ‘카톡 노동’도 보편화된 상황에서 근로기준법의 개정만으로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또한 ‘과로’가 일반적으로 노동시간의 길이뿐만이 아니라 야간노동을 포함하는 배치의 문제, 노동강도의 문제, 심리적 부담 등을 포함하는 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과로를 둘러싼 건강의 문제는 좀 더 폭 넓은 접근이 필요한 우리사회의 화두라 할 수 있다.

 

일본은 2014년 과로사 방지법 제정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문제가 일본, 한국, 대만 등에 국한된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보다 수십여 년 앞서 과로사 문제를 고민해 온 일본의 대응은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에서는 80년대부터 과로사와 과로자살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들의 유가족과 이들은 지원하는 전문가들의 모임이 진행되었다. 당사자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노력 속에 2014년 『과로사 등 방지대책 추진법』이 제정이 되어 시행되고 있다. 뇌심혈관계 질환이나 자살에 대한 산재 인정기준의 완화, 재해조사 내용의 합리화 등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강구하고, 장시간 노동자에 대한 의사면접제도, 스트레스체크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산업안전보건의 보상과 예방 측면에서의 제도 개선 노력 말고 별도로 기본법을 제정한 것이다. 


일본의 과로사 방지법은 교육, 홍보, 연구 이외에 별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한편에서 있기는 하지만 후생노동성내에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과로사특별대책실을 설립하고, 3년마다 한 번씩 기본 계획을 세워가며, 과로사 실태를 확인하고 고위험 직무를 파악하여 감독을 포함한 특별 대책을 연계하는 등의 성과를 내고 있다. 


국가가 나서서 장시간 노동이외에도 직장내 괴롭힘, 성희롱과 같은 다양한 문제를 직장에서의 심리적 부담을 가중 시키는 요인으로 보고 관행을 개선하기 위한 직접적인 노력을 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을 위한 정신건강 상담 사이트와 노동 상담 콜센터 등을 적극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주 60시간 이상 일하는 노동자의 비율을 전체 노동자의 5% 미만’으로 낮추고 ‘연차 휴가 취득률을 70% 이상’으로 하고, ‘근무와 근무사이의 휴게시간 보장 제도에 대한 인지율을 높이는’ 등의 다양한 정책적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국정 운영의 목표에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대한 것이 포함되고 이를 근거로 종합감독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최소한, 이제 일본 공무원들은 노동조건의 문제가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와 직결된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도 정부가 나서야

 

한국에도 이처럼 과로사와 과로자살 문제 해결을 위해 국가의 역할을 규정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노동시장의 다양화와 노동 형태의 다양화,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부담의 문제들에 대해서 노사 간의 문제라는 인식을 넘어서,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은 없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한 노동시간의 단축과 직장 내 괴롭힘과 같은 문제의 예방,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한 노동자 건강관리를 위한 체계 개편 등도 필요하지만, 이를 통해 과로사와 과로자살을 예방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전통적인 노사관계에 포함되지 않는 노동자들과 공무원과 공공부문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 수많은 자영업자들과 5인 미만의 소규모 사업장 노동자들의 과로사와 과로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사업주의 노력과 의지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과로사와 과로자살의 문제가 한국의 노동 관행과 인식 속에서 지속된 문제이고 세대별, 성별로 위험요인에 대한 감수성에 크게 차이가 나는 상황이며, 수 십여 년간 지속되어온 문제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 번의 제도 개선으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양질의 노동조건과 문화를 만들기 위한 국가적 노력이 지속적으로 있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지속적으로 정책적 개입을 추동할 수 있는 기본법 형태의 『(가칭)과로사 등의 예방에 관한 법률』제정이 필요하다. 고용노동부뿐만이 아니라 기재부, 교육부, 행안부, 산업부, 보건복지부, 국토부, 지자체 등 다양한 정부 부처가 힘을 모아 과로사 예방과 관련한 조사·연구, 교육, 감독을 수행하고 임금 노동자뿐만이 아니라 일하는 사람 모두를 대상으로 실제 과로를 하게 만드는 정부의 각종 제도들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적 개입을 지속적으로 모색하고 노동자들의 뇌심혈관계 질환 예방과 자살예방, 정신건강증진을 위한 노력을 지속해야한다. 


건강을 유지하고 가족 및 사회생활을 원활히 수행할 수 있도록 장시간 노동과 같은 노동시간의 길이, 야간 노동을 포함한 교대근무와 같은 노동시간의 배치, 정신적 긴장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업무나 심리적 부담을 증가시킬 수 있는 다양한 상황에 대해 개입하고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건강을 유지·증진 할 수 있는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을 연계하고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도 있다. 이는 그동안의 산업보건의 프레임에서 불가능한 일이다.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과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고 지속적으로 노력을 해야 하는 과정을 시작해야 하는 지금은 우리가 국가의 역할을 고민하고 요구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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