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대 미국 대통령으로 트럼프가 선출된 이후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트럼프의 더욱 강력해진 미국 우선주의 무역정책과 중국 배제 기조 강화, 그리고 미국의 파리 기후협정 재탈퇴 계획과 화석연료 확대 및 전기차 의무 규제 철회 등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글로벌 기후 정책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것은 역대 최대 대미 무역흑자를 기록하는데 크게 기여한 자동차·배터리 산업부문, 탄소중립 정책과 관련된 산업부문, 그리고 관련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일자리 등 한국 경제와 시민사회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경제·사회, 국제통상 정책 전문가들은 2024년 11월 18일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미 대선 이후, 글로벌 공급망과 기후정책 전망 그리고 노동사회 진영의 대응’을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과 탄핵정국으로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진 가운데 2025년 1월 20일에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은 중요한 변수이다.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 파악 및 노동사회 진영의 대응 방향이 모색되어야 한다.
이 글은 각 장에서 좌담회 내용을 정리한 본문과 필자의 분석 노트를 병렬해 구성하였다. Ⅰ장에서는 이번 좌담회를 개최한 배경과 목적을 설명하였다. Ⅱ장에서는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공급망과 기후정책 전망에 대해 경제·사회·환경·노동 등 전문가 5명의 발제가 요약되었다. Ⅲ장에서는 트럼프 정부 출범으로 촉발된 국제 경제·사회 변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검토되었다. Ⅳ장에서는 전환적 국면에서 노동사회 진영의 대응 방향이 논의되었다. Ⅴ장에서는 좌담회 내용을 요약하는 한편 향후 과제가 제시되었다.
1. 글로벌 공급망과 기후정책 전망
▸주요 내용
- 집권 초기의 정책 혼선을 빚었던 1기와 달리, 2기 트럼프 정부는 집권 1년 내 핵심 정책 실행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가능성. 핵심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강하게 추진하는 한편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확대를 위한 해외 공급망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
- 자국 내 제조업 부흥을 목표로 해외에 생산시설을 둔 미국 기업들을 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리쇼어링’ 정책 더욱 강력하게 추진.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는 리쇼어링 기업에 대한 추가적인 세제 혜택 제공, 국내 생산 기업에 대한 정부 조달 우대 정책 강화
- 트럼프 재집권 초기, 석유·천연가스·석탄·원자력 등 전통적 에너지원의 규제 철폐와 생산 확대가 추진됨에 따라 기후위기 대응 및 친환경 정책이 후퇴될 듯. 반면 트럼프 정부에서도 산업전환 및 재생에너지 정책이 상당 기간 유지 또는 공존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여부를 두고 트럼프 측근 그룹과 공화당 내 의견 또한 엇갈리고 있음.
- 관건은 규제 완화라는 시장주의와 미국 중심주의라는 규제 요소의 모순된 조합이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 여부. 2기 트럼프 정부가 모순된 정책을 어떻게 조합할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
박상인 교수 : RE100(재생에너지 전기 100%) 정책과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재편 전망에 대해 말씀드리겠다. 결론부터 말하면 RE100은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로 추진돼왔기 때문에 트럼프 집권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다. 구글의 경우 2029년까지, 애플은 2030년까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RE100 부품을 공급하라고 하였다. 마이크로소프트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45~50% 감축하기로 하였다. 반도체 생산의 45~50%가 100% 재생에너지 전기로 만들어진다. 아마존 웹서비스는 2040년까지 스코프(scope) 3까지 하겠다고 선언했다. 네덜란드 반도체 제조장비업체 ASML도 2040년까지 고객사에게 RE100을 준수하라고 언급하였다. 반도체 생산의 주요 수요처와 서버회사들은 2030~2040년까지 RE100을 바탕으로 탄소 배출량을 40~50% 감축하기로 한 셈이다. 트럼프가 재집권한다고 이것이 달라질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 시대에는 미국과 한국이 여러 가지 교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을 중심으로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을 만들자는 시도가 있었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의 얘기이다. 트럼프 정부는 달리 생각할 여지가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을 재편하자는 제안도 고려할 수 있다. 한국은 이 카드를 활용해 볼 필요가 있다. 협상은 주고받는 것이다. 미국은 한국에 조선업의 MRO(유지·보수·정비)를 원하고 있다. 미군 탄약이 다 비었다고 할 정도로 군수 분야의 수요도 있다. 그런 것들을 메꿔 주는 조건을 걸고 여러 교환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아시아 반도체 공급망을 국내에 구축할 수 있도록 요구할 수 있다. 지진 우려가 높은 일본보다 모든 면에서 한국이 유리하다. 그런 면에서 트럼프 재집권은 오히려 한국에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에 파운드리(Foundry) 공장을 짓고 칩세트와 관련한 보조금을 받기로 예정되었다. 바이든 행정부가 임기 전에 삼성전자 보조금 액수를 정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을 받는 텍사스주 테일러에는 삼성전자가 투자할 수밖에 없다. 한국 내 상황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평택의 P2, P5 라인 4개의 설비 투자를 현재 중지했다. 피드 라인의 가동도 중지되었다. 삼성전자의 생존 가능성이 이슈인 상황에서 투자가 이뤄져도 국내 공장에 첨단장치를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데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미국에 공장을 짓는데 돈을 퍼주면서 나가라고 한다. 유럽에선 CBAM(탄소국경조정제도)를 강화하고 있다. 우리나라 자동차 부품사, 중소기업은 탄소배출량도 계산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처럼 RE100으로 인해 한국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이유진 소장 : 트럼프 재집권은 기후위기 대응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미국의 파리협정 탈퇴로 인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한 국제적인 협력 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트럼프도 세계의 주요 국가들이 2020~2024년 선언한 탄소 중립, 산업전환과 변화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산업 및 기후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Inflation Reduction Act) 폐지를 거론하는데 사실상 어려울 것이다. 공화당 지역구에서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돈을 쏟아부은 효과가 최근 나타나고 있다. 공화당 의원들도 IRA 폐지에 반대한다는 성명을 내고 있다. 때문에 일정만 조정될 뿐 폐지되지는 않을 것이다. IRA에 쏟아부은 자금 중에서 기후 프로그램 관련 예산은 바이든 정부에서 빠르게 집행되었다. 그래서 IRA 효과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다만 전기차 세액공제는 축소될 수 있다. 트럼프 정부에 입성한 일런 머스크를 눈여겨 봐야 한다. 그는 전기차 제조사인 테슬라의 사주이다. 전기차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IRA 폐지를 동의하긴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의 에너지 정책의 방향을 살펴보자. 바이든 정부 때의 석유·천연가스 등의 규제를 다 없애겠다는 게 트럼프의 공약이다. 풍력을 강하게 불신한다. 전통적인 에너지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겠다고 한다. 이것은 근시안적 판단이다. 미국에는 메가와트 시의 ‘균등한 발전 비용’이라는 용어가 있다. 발전의 모든 과정에 드는 비용을 의미한다. 그 비용은 원전이 182원, 석탄이 118원, 태양광이 61원, 육상 풍력 발전이 50원이다. 그린에너지 비용이 더 저렴하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풍력·태양광이 석탄보다 저렴한 시대가 됐다. 이런데도 트럼프 정부는 전통적 에너지를 선택할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2025년 에너지 부문 보고서(Mandate for Leadership)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소형모듈원자로(SMR: Small and Modular Reactor)를 포함한 차세대원자로의 상용화 프로젝트를 지원한다. 그런데 정부는 기술과제를 해결하고 핵폐기물을 관리하되, 민간이 상용화하는 것으로 분담되었다. 그런데 시장에 맡기면 원전이 상용화될 수 있을까. 원전 상용화는 민간기업의 힘만으로 해낼 수 없다. 정부가 나서야 한다. 때문에 트럼프 정부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간기업 중심주의 또는 시장주의를 내걸고 있기 때문이다. 탄소국경조정제도는 유럽의 전유물일까. 미국의 민주당도 해외오염관세법(Foreign Pollution Fee Act)을 발의하였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물품 중에서 미국보다 탄소 배출량이 많은 것에 대해 톤당 55달러씩 내게 하는 법이다. 공화당도 유사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미국의 탄소 배출량과 집약도가 다른 나라에 비해서 상당히 좋다. 경쟁력이 있기 때문에 미국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상관없이 이 법을 통과시킬 가능성이 있다. 킬로와트(kWh)당 전기를 생산할 때 탄소를 얼마만큼 배출하는지를 보여주는 각국의 탄소 집약도를 검토해보자. 미국이 시간당 1kw 생산할 때 369g을 배출한다. 한국이 432g이고 중국이 582g이다. 중국은 여전히 탄소 집약도가 높다. 그런데 중국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탄소 집약도를 개선하고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정부는 탄소중립 정책들을 어떻게 구현할까. 국제적인 논의를 완전히 멈춰 세울수 있을까. 종전의 흐름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녹색산업을 주도하는 중국과 같은 나라들을 봐야 한다. 미국 역시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에 대한 극단적인 제재를 할 수 없다. 오히려 세계적인 이행 점검 체계가 작동할 것이다. 유럽연합(EU)이 만든 기후 공시(CSRD)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 또는 CS3D)은 속도 조절이 있더라도 일정한 단계(SCOPE 3)까지 포함해 관리 체제에 들어갈 것이다.
2. 유럽연합의 공급망 실사지침과 브릭스의 대응
▸주요 내용
- 탄소배출량 감축, 노동기준 등 규범적 측면이 부각된 유럽연합(EU)의 공급망 실사제도가 트럼프 2기에 약화될 것으로 전망. 공급망 실사제도는 유럽연합과 미국이 맺고 있는 무역기술위원회의 향후 전개와 맞물릴 수 있지만, 트럼프 재집권 이후 불확실성이 높아짐. 특히 유럽연합은 트럼프가 공언한 규제 완화라는 시장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라는 규제 요소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관망하는 분위기.
- ·중국·인도 등 브릭스 국가군은 기후위기 대응의 초점이 서방국가들의 10억~12억 황금 인류만 아닌 70억 이상의 남반구를 포괄하는 새로운 기준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는 입장. 특히 중국은 녹색 발전과 전환에서 미국과 서방국가에 비해 빠른 진전을 보임.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브릭스는 기후 위기 대응과 관련해 공동 행동을 모색. 트럼프 2기 정부 출범 이후 브릭스 국가들 사이의 협력이 촉진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옴.
김성희 교수: ESG와 공급망 실사 의무화의 흐름은 트럼프 재선 이후에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 공급망 실사지침은 유럽연합(EU)과의 관계를 고려한 규범적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트럼프의 재선으로 우려되는 점은 시장주의 또는 민간기업 중심주의와 동시에 강력한 미국 우선주의를 기반으로 한 보호무역 조치와 규제 강화가 논의될 수 있다는 점이다. 규제 완화라는 시장주의와 미국 우선주의라는 규제 요소가 어떻게 결합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 우리가 경험했던 신자유주의는 보수정부에 의해 규제를 통한 규제 완화로 나타난 시장주의 변화였다. 이를 고려할 때 시장주의를 표방했지만 권위적인 규제 방식(또는 규제 완화)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미국은 자국 우선주의와 시장주의를 조합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공급망 실사 제도와의 관계는 다소 모호하지만, 미국과 EU가 맺고 있는 무역기술위원회의 향후 전개 방향과도 깊은 관련이 있을 것이다. 공급망 실사 제도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이 얼마나 접점을 형성할지는 불확실하다. 구체적 수준에서 경합과 충돌, 병립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관련해서 일론 머스크는 전기차 보조금 폐지가 GM과 포드를 위한 정책이라 주장했다. 스페이스 X와 관련한 규제 조치도 붕괴할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규제 완화와 함께 선택적 규제가 동시에 추진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경제정책이 지속적으로 추진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이 든다.
트럼프는 대중국 관세 60% 이상 부과를 공약했다. 그리고 마약과 이민자 단속에 미온적이라는 이유로 취임 첫날 미국-멕시코-캐나다 자유무역협정(USMCA)에도 불구하고 멕시코와 캐나다 상품에 25%, 중국 상품에는 추가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했다. 이민자 문제와도 겹쳐 물가 상승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이지만, 충격이 큰 만큼 지속 가능성이 의문이다. 금리 인하와 환율 정책은 경기 부양보다는 현 상태 유지를 목표로 할 것으로 보인다. 자국 우선주의와 다른 정책 간 조화가 어려운 트럼프 공약은 앞으로 몇 달간 상황을 지켜봐야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제조업 부흥이 경제 재생에 중요한 방향인지 의문이다. 외국 투자를 국내로 유도하는 요소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다국적 기업의 국적 문제와 국제 권력관계로 억누르는 정책이 지속 가능할지 의문이다. 정책 방향은 제시되지만, 문제없이 일관되게 흘러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국제사회에 이제 막 형성된 흐름을 단절시키려는 노력은 여러 양상으로 나타나겠지만,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한편 기업들의 ESG 경영에 대한 자발적 수용과 확산은 지속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권 투자 관점에서 금융권 중심으로 논의되었던 요소나 일부 빅테크 기업 CEO들이 주장했던 움직임은 약화하는 경향을 보인다. ESG 공시제도 구축의 흐름은 지속할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촉진하는 역할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된다.
류경완 이사 : 기후정책은 주로 서방국가들(약 40개국), G7 그리고 선출되지 않은 권력, 다보스 포럼이 주도해왔다. 글로벌 사우스라는 후발 개도국들이나 중국, 러시아 등이 수동적으로 기후정책을 따라가던 모양새인데 최근 부상하는 ‘브릭스(BRICS)’ 국가들을 중심으로 기후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말씀드리겠다. 2024년 10월 22~24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역대 최대 규모의 제16차 브릭스 정상회의에는 세계 정상 22명을 포함한 35개국과 UN을 포함한 6개 국제기구가 참석하였다. 이 회의에서 발표된 ‘카잔선언’전문 중 기후 및 생태환경 관련 내용을 중심으로 소개하겠다.
제16차 브릭스 정상회의 카잔선언 전문은 총 134개 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가운데 9개의 조항이 기후, 생태환경, 공정성, 지속 가능한 개발과 관련된 부분이다. 15번 항목은 국가별 상황이 다르지만, 공정성과 차별화된 책임 및 각자의 능력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을 강조한다. 기후와 환경 문제를 핑계로 한 일방적인 조치를 반대한다. 거칠지만 서방 주도의 기후 정책과 의제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한다. 16번 항목은 안보와 기후변화를 연계하려는 시도에 대해 우려를 표시한다. 78번 항목은 자국 경제가 화석연료 및 관련 에너지, 집약적 제품의 소득 또는 소비에 크게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의 특정 상황을 포함해 국가별 조건을 고려해야 함을 표현하였다. 79번 항목은 개발도상국에 충분하고 예측 가능하며 이용 가능한 자금을 제공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80번 항목은 환경 문제를 구실로 징벌적이며 차별적인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의 심사 요건, 탄소세(세금) 등 국제법에 부합하지 않는 일방적인 보호주의 조치 채택을 반대한다고 명시하였다. 81번 항목은 브릭스 국가 사이에서의 에너지 연구 플랫폼의 협력을 환영하고 있다. 82번 항목은 기후 행동의 원동력 중 하나로 탄소 시장의 중요한 역할을 인식하고 기후와 환경 문제를 핑계로 이루어지는 일방적인 조치에는 반대하였다. 83번 항목은 브릭스 국가 사이에서의 기후 연락그룹 설립에 대한 환영을 표현하였다. 기후변화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협력 틀을 채택한 셈이다. 84번 항목은 기후적응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브릭스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카잔선언 전문의 기후의제와 관련된 조항들은 대강 이와 같다.
기후 문제와 관련하여 후발 개발도상국, 중국 등 브릭스 국가들은 국가 생존과 발전권을 중시하는 입장이다. 서방 국가들의 10억~12억 황금 인류만 아닌 70억 이상의 남반구를 포괄하는 새로운 기준의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브릭스 국가들은 기후정책에 대해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태도를 보인다. 선언적 대응에 그치는 경우도 많다. 브릭스 주요국 중 인구와 경제, 화석연료, 자원 면에서 중요한 나라는 중국, 러시아, 인도다. 세계적인 녹색 전환 스토리는 중국에 의해 완전히 새롭게 쓰여졌다는 평가이다. 중국은 태양에너지를 바탕으로 연간 6억 1,900만 톤의 탄소배출량을 감소했는데 이것은 미국의 6배에 달한다. 반면 미국의 트럼프는 석유·가스 시추 규제를 철폐하고 배기가스 규제부터 완화하려 한다. 과거에도 그랬다. 외교 전문지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으로 인해 2030년까지 미국은 현재보다 4억 톤 더 많은 가스를 배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지난 5년 동안 세계적으로 재생 에너지로 줄인 온실가스 양의 두 배를 초과하는 수준이다.
3.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전망과 그 영향
박성국 연구위원(좌장): 좌담회 참여자들의 발표를 들으니 트럼프의 공약이 상호모순적인 내용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론 저가 천연가스 에너지 개발 관련한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공약하였지만, 또 한편으론 전기차 생산을 지원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딜레마가 있다. 또한 저물가·저금리 정책을 공언하면서도, 감세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는 상호모순적 공약이 제기된다. 자국 우선주의와 시장주의 표방이 공존할 수 있을지도 마찬가지다. 2개의 정책 조합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볼 수 없다. 때문에 앞으로 불확실성이 크며 일관되게 전개될 것이라고 장담하기도 어렵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신자유주의적 정책의 실패로 인한 대안 부재가 지속된 가운데 여러 정책 조합의 실험이 반복되고 있다. 트럼프 1기의 양상이 그러하였고, 2기에도 그러한 실험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트럼프 1기와 2기는 핵심 정책에서 어떠한 차이를 보일까.
박상인 교수: 트럼프 1기 때도 중국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실제로는 10~12% 정도의 인상에 그쳤다. 당시 백악관 참모와 내각, 민주당 주지사, 의회 등에서 반대가 많았고, 정책 실행이 어려웠다. 이번에는 충성파 위주로 재편을 시도하고 있으며 1기 때보다 2기에는 모순된 정책들을 최소한 1년 내에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의회에서 제재가 있을 수 있지만, 내각이나 참모진의 제어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관건은 공화당 의원들이 얼마나 반대하느냐다. IRA와 재생에너지 보조금 같은 경우, 보조금 자체를 없애는 건 매우 어렵다. 세금을 다시 올리는 건 여전히 어렵고, 공화당 하원의원 지역구와 관련된 문제도 많아 의회의 제동 여부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1기보다 내각이나 참모들의 제어가 약해 과격한 정책이 시행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만약 의회에서도 제동이 제대로 안 되면, 결국 사람들의 반응이 나타날 것이다. 예를 들어 미시간에서 이슬람 사람들이 바이든에 실망해 훨씬 더 친이스라엘 성향인 트럼프를 지지했다. 트럼프가 친이스라엘 정책을 막 추진하니까 이제서야 반발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전통 산업 노동자들의 지지를 얻으려고 전기차 보조금 축소 정책을 추진했는데 남부 조지아 같은 곳에서 손해를 보기 시작하면 반발이 나올 것이다. 이런 상황이 2년 후 중간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매우 불확실한 국면이다. 그럼에도 탄소 중립으로 가는 흐름이 후퇴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기후 문제는 하드웨어적 접근이 더욱 중요해졌다. 바이든 행정부가 2020년에 제시한 2050년 탄소중립 계획은 매우 어려운 과제다. 현재처럼 일관성 없이 진행된다면 목표 달성이 힘들어질 것이다. 결국 경착륙할 가능성이 높다. 세계적으로 개도국들은 탄소중립에 소극적이다. 트럼프가 기후정책에 소극적이면 개도국도‘잘됐다’면서 사보타지할 가능성이 커진다. 세계적으로 탄소중립 가능성은 낮아지고 기후위기 가능성은 높아졌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질수록 환경 문제는 정치·선거의 이슈로 부상할 것이다.
김성희 교수: 산업공동화는 트럼프 이전부터 진행된 문제다. 민주당 정부에서도 우리 기업들은 미국, 특히 외국으로 나가는 것만이 생존 방법이라며 강하게 추진하였다. 국내에서는 대안조차 제대로 제시할 수 없는 분위기다. 트럼프 정부 2기에는 이 현상이 어떻게 달라질 수 있을까.
박상인 교수: 기본적으로 미국에서는 트럼프 1기 정부와 바이든 정부 모두 해외 생산시설을 국내로 돌아오도록 리쇼어링(reshoring)하고 공급망을 미국 내에 두겠다는 정책이었다. 앞으로도 큰 틀의 변화가 없을 것이다. 단지 차이는 바이든은 보조금을 주고 들어오라는 거고, 트럼프는 캐나다와 멕시코에 관세를 부과하면서 그냥 들어오게 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공짜로 먹겠다’는 심보이다. 한국의 정서는 미국에 공장을 세우면 올림픽 금메달을 딴 걸로 착각한다. 국내에서 좋은 일자리가 없어지는데 언론에서 그 부분을 다루지 않는다. 기회를 만들려면 외국으로 나가야 한다는 식의 잘못된 프레임을 깨야 한다. 기본적으로 국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반도체기업인 TSMC가 중국과 미국에 공장을 지을 때 대만 언론들은 일자리가 감소한다며 크게 반대했다. 결국 TSMC는 대만 국내에 최첨단 반도체 공장을 더 짓겠다고 발표했다. 한국 언론도 그런 반응을 하면 정부와 기업들을 압박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 언론들은 재벌총수들이 해외에 공장 짓는다고 하면 사진 찍고 박수친다. 대통령들의 업적으로 포장한다. 노동시민단체들이 이것을 문제 제기해야 한다. 그래야 한국 정부도 협상할 때 강하게 나갈 수 있다. 트럼프 같은 노련한 협상가에게 문재인 정부가 얼마나 만만하게 보였으면 ‘현금지급 자판기’라는 표현까지 했겠나. 트럼프는 뉴욕에서 아버지와 함께 아파트 임대사업을 했다. 가난한 사람들로부터 렌트비를 받아내는 걸 아버지와 다니면서 배운 사람이다. 그때 받아낸 렌트비보다 한국에서 방위비 분담금을 받아내는 게 더 쉽다고 했다. 이렇게 생각할 정도로 한국 정부는 협상력이 너무 없다. 정부의 협상력 부족이 정치적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도록 언론, 시민단체, 노조가 계속 얘기해야 한다.
김성희 교수: 트럼프 1기에 비해 2기는 매우 다를 것이다. 현대차는 IRA 보조금도 못 받았는데 미국 내 공장이 있다. 반면 GM은 대선 이후에도 외국의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려 하지 않는다. 현재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하지만 GM 입장에선 (미국이 리쇼어링 정책을 하는 조건에서) 한국 공장에 전기차나 차세대 차를 배정하는 것도 어려울 것이다. 앞으로 한국노총 금속노련 산하의 2차 자동차 부품업체들은 점점 힘들어질 것이다. 민주당 바이든 정부 시절에도 그랬는데 트럼프 2기에는 노골적으로 말 안 들으면 응징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적절한 전략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국내 정치와 언론의 분위기는 오히려 해외 진출을 호평하면서 상황을 악화시키는 측면도 있지만, 기업들의 자생력 부족도 문제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의 수출 기업들은 앞으로의 어려움에 대해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다.
Ⅲ.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과 한국 정부의 대응과제
▸주요 내용
- 트럼프 재집권기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자국 우선주의와 시장주의가 교차하는 트럼프 정책에 대해 한국 정부는 자율성, 유연한 대응, 균형외교 그리고 국내 고용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
- 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정치권이 명확한 기조와 원칙을 세우고 유연한 대처. 기후대응에 늦었던 한국은 후발주자지만 지금부터라도 빨리 대응하고 그 기조를 유지. 둘째, 트럼프 정부와 협상 시 한국 정부는 국내 고용을 최우선으로 고려. 관세 압박을 할 경우 한국 기업은 국내에 남을 방안을 고민해야. 셋째, 국내 생산 공동화 방지와 양질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정책 수립과정에 이해관계자인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 완성차 국내 책임 생산량 유지와 국내 생산 부품 의무 사용 비율제 도입 필요.
- 중기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균형외교를 지향할 필요. 미국의 트럼프 정부와 유럽연합, 브릭스 국가군 사이에서 전략적 균형까지는 못 맞춰도 관계 단절로 치닫지는 말아야.
- ,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나타난 퍼주기식 대미협상과 태도에 대해 성찰할 필요. 트럼프라는 노련한 협상가에 무조건 맞춰주는 말초적인 접근만 하면 안 되며, 이는 국내 산업 공동화를 더 부추기는 일만 될 것.
- , RE100 산업 클러스터 구축, 미국의 IRA처럼 세액공제, 산업전환 특별법, 중소기업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패키지로 묶어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 1기 트럼프의 공약 이행률은 20%에 불과. 한국 정부는 즉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으며,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황선자 부원장: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대외 경제·통상 정책은 무역적자 해소, 미국 제조업 부흥, 과도한 중국 내 공급망 의존도 축소 등 미-중 패권 경쟁 우위 확보를 목표로 관세를 핵심 수단으로 사용해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역적자 해소와 미국 생산자 및 일자리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 일자리를 해외로 옮기는 기업에 대한 연방정부의 조달을 제한해 미국 내 일자리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친환경·에너지 관련 규제 완화도 마찬가지다. 세계에서 가장 저렴한 에너지 생산을 통해 제조업 생산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수가 30% 가량 적은 전기차 보급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대응하여 전기차 전환정책을 후퇴시키고, 석유·천연가스·석탄·원자력 등 전통적 에너지원의 생산 확대와 인센티브를 지급함에 따라 친환경 정책이 후퇴될 것으로 전망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들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 역행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고, 한국의 경제와 무역, 공급망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자국 위주 보호무역 조치를 강화함에 따라, 한국은 미국과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IRA 시행을 고려하여 그동안 미국 시장 진출을 활발히 추진한 한국의 친환경 산업을 비롯하여 자동차‧전자‧철강 등 주력 수출산업은 타격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의 대미 무역 흑자가 올해 1~3분기 400억 달러에 육박하면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대미 무역 흑자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자동차산업은 큰 타격이 예상된다. 국산 수출 전기차의 절반가량이 미국으로 수출되는 만큼 관세인상과 전기차 세액공제 혜택 축소가 현실화되면 한국 전기차 산업에 상당한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 또한 한국은 핵심 원자재의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가 주요국의 2배에 달한다. 대표적으로 반도체의 경우 총수출에서 중국(홍콩 포함) 비중이 약 50%에 달한다. 미국의 대중국 교역 제한에 따른 부정적 영향도 우려된다. 그동안 IRA와 RE100 등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제조업 기업들의 미국을 비롯한 해외로의 생산기지 이전과 해외 생산 확대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경제‧통상정책으로 한국 제조기업들의 북미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국내 생산 공동화와 일자리의 감축 가속화를 초래될 것이다.
박상인 교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제일 중요한 건 우리 정부와 정치권이 명확한 기조와 원칙을 세우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다. 어떤 대책이나 대응을 논의하는 것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비상대응계획(컨틴전시 플랜)이 있어야 하지만, 할 수 있는 기본계획부터 세우는 게 필요하다. 현재 기후위기 상황에서 이 문제는 정치적 이슈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기후 악당’이라는 오명을 받으며 숙제를 미뤄왔지만, 지금이 이를 해결할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후대응에 늦었던 한국은 후발주자지만 지금부터라도 빨리 대응하고 그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탄소 배출이 많은 중화학공업 중심 국가로서, 이런 기조 없이 대응하면 산업 공동화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발전량 비율은 2023년 9%에 불과해 세계 평균(30%)에 훨씬 뒤처지고 있다. RE100으로 인해 한국 제조업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될 수 있다.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제조업의 수출 증가폭을 기준으로 계산하면 앞으로 15년(2025~2040년) 사이 국내 제조업체의 30~40%가 없어진다. 탄소세 관련 논의들이 추가되면 공동화는 더 가속화될 것이다. 이에 대응하여 RE100 산업 클러스터 구축을 제안한다. 동남권 지역에 반도체, 2차 전지, 자동차 등이 RE100을 이행할 수 있도록 해상풍력, 태양광 발전원과 송전망 등을 설치하도록 종합 특별법을 만드는 것이다. 별도의 특별법을 여러 개 만드는데 타이밍을 도저히 맞출 수가 없다. 정부는 석탄발전소들을 LNG로 바꾸는 중이다. 사실 석탄발전소에서 송전하는 전력량이 굉장히 크다. 정부 주도로 해상풍력 발전 특별법을 만들어 대체하고, 호남권에 있는 재생에너지를 수도권에 공급하도록 도와주는 한국판 ‘그린 인더스트리’의 역할이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로 우리 주요 산업의 입지부터 만들어야 한다.
트럼프와 협상을 하게 될 텐데 우리 정부는 국내 고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관세 압박에 한국 기업이 국내에 남을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무조건 맞춰주는 말초적인 접근만 하면 국내 산업 공동화를 더 부추기는 일이 될 것이다. 협상도 원칙에 기반해 진행해야 하며, 지금 중요한 것은 원칙을 지키느냐이다. 노동인구 감소와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 추세를 볼 때 조직 규모 또한 정점에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다른 대안이 없다면 한국노총의 조합원 규모도 축소될 수 있다. 새로운 세대를 받아들이고 새로운 수원을 발견할 수 있느냐라는 고민이 있다.
황선자 부원장: 한국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국내 생산 공동화 방지와 양질의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을 위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대표적으로 한국의 핵심 주력산업으로 고용유발 및 산업 연관 효과가 크고, 상대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자동차산업의 경우 완성차 국내 책임 생산량 유지와 국내 생산부품 의무사용 비율제 도입 등 국내 생산 공동화 방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대미 및 대중국 수출 및 공급망 의존도가 높은 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및 일자리 영향 실태를 빠르게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과 피해 기업 및 노동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 정부의 대응에 따라 영향의 범위 및 수준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최우선에 두면서 경제·산업·고용 및 노동 측면에서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을 빠르게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정부 정책 수립 과정에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박성국 연구위원(좌장): 류경완 이사께서는 브릭스 회의를 언급하였다. 브릭스 회원국가들은 미국 트럼프 정부 2기에 대해 우려할 것으로 생각된다. 트럼프 2기 집권기에 대한 브릭스 국가들의 대응은 무엇인가. 그리고 경제·외교 전략 차원에서 한국이 브릭스 국가군과 어떠한 관계를 맺어야 할까.
류경완 이사: 기후 정책과 대응은 주로 G7 등 서방 강국들이 주도해왔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상당한 수준의 후퇴를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중심의 초국적 자본이 추진해온 UN 2030, 2050 중장기 플랜도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행정부가 발을 빼면 유럽 28개국(영국 포함)도 정치적 자율성과 합리성 없이 미국 주도의 질서에 순응해왔던 흐름에서 변화가 있을 수 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대유럽 석유·가스 수출은 작년 대비 각각 100%, 180% 증가했다. 유럽은 1956년 이후 러시아에서 저렴한 가스를 수입해 화학, 금속, 비료, 자동차 등 산업을 발전시켰다. 그 효과는 유럽 전체로 확산하는 구조를 유지해왔다. 중국 시장의 개방으로 유럽은 다시 성장했으나, 현재 이 구조가 붕괴 중이다. 미국 측은 중장기 전략으로, 유럽과 러시아, 독일과 중국의 단절을 통해 유럽을 약화시키고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은 32개국 나토 체제에 순응하며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코로나 이후 내부 모순이 폭발하면서 연립정권이 해체되었는데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현재 세계는 100년 혹은 500년 만에 한 번 오는 대전환기라고 한다. 단순히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해석할 수 없는 정치·안보 구조의 큰 변화까지 봐야 한다. 한국 또한 최소한의 자율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기업은 더 큰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자주성과 자율성을 갖고 미국에 대응할 힘이 있느냐, 아니면 최소한의 효율성을 가진 정책을 집행할 수 있는 거버넌스가 있느냐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디로 갈 것이냐. 지는 해인 미국과 떠오르는 브릭스 사이에서 한국은 전략적 균형까지는 못 맞춰도 관계 단절로 치닫지는 말아야 한다. 한국은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과는 관계를 최소한으로 유지해야 한다. 현재는 그것도 아닌 듯 보인다. 이런 조건에서 한국 정부가 최소한의 자율성이나 합리성도 없이 미국에 어떤 정책 방향을 요구하고 함께 공존할 수 있을지 참 답답하다.
김성희 교수: 브릭스는 중국의 최근 변화를 우호적으로 보고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자료를 제시했다. 그런데 브릭스가 기후위기 대응에 함께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미국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브릭스 국가군 또한 모순적인 정책을 선택해야 한다. 좋게 이야기해서 정책 조합이지, 모순된 정책이 공존하는 것이다. 예컨대 중국 공산당은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돌파하려 한다. 정치 권력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중국의 집단지도체제는 확고하게 믿고 있는 듯 보인다. 그런 면에서 미국과 중국은 직면한 상황이 비슷하다. 모순된 정책을 조합하려는 측면에서 그렇다. 미국과 중국이 기후위기 대응 과정에서 그러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을까. 한국이 세울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일까. 미국으로부터 자율성을 가지지 못한 현실에서,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과 같이 "미국에 갔다 오면 이상하게 태도가 바뀐다”는 말이 떠오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나는 미국 안 가겠다”고 하였지만 결국 상황에 따라 순응해야 했다. 우리에게도 미국과 관련된 중요한 제약이 존재한다. 남북관계가 있기때문에 미국에 대해 자율성을 가질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앞으로 내용 있는 전략을 구사하려면 논의를 더 충실하게 해야 할 필요가 있다.
Ⅳ. 전환적 국면에 대처하는 노동시민사회 과제
▸주요 내용: 트럼프 정부 2기 출범에 따라 한국의 노동시민사회는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게 연대해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 첫째, 미국의 대중국 제재 확대에 대비해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노사의 공동 대응 강화 필요. 노동조합은 이를 사회적 대화 의제로 요구하고, 시민사회 및 지식인 그룹과의 연대를 통해 협력을 강화해야.
- 둘째, 한국 노동시민사회는 미국 노동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미국 경제통상 정책 변화로 피해를 입는 한국 기업이 미국 노동자, 기업, 주정부와 협력해 미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 셋째, 노동시민사회는 구체적으로 정부에 무엇을 요구할지, 세밀하게 설정해야. 정부에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하는 정도로는 안 되며, 노동시민사회는 구체적으로 대응해야.
- 넷째, 노동조합은 싱크탱크를 강화하거나, 외부단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여러 대안을 구축해야.
- 다섯째, 중앙과 지역, 산업과 사업장 단위에서 정의로운 전환 파트너십 구축과 ESG의 전략적 활용도 필요.
박성국 연구위원(좌장): 트럼프는 예고했듯이 바이든 정부의 기후위기 정책을 축소하려 한다. 전통적인 에너지원을 중시하는 정책으로 회귀하려 한다.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전환적 국면이 조성되는 것 같다.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해 한국 정부뿐만 아니라 노동시민사회 진영의 과제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이유진 소장: 미국과의 무역에서 한국의 흑자가 문제로 지적된다. 미국산 천연가스 도입 확대는 현실적으로 택할 수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수입 다변화 측면에서 그렇다. 하지만 에너지 전환과 산업 변화 속도가 빠른 상황에서 셰일가스에 편입해 천연가스 수입을 확대했을 때 좌초 인프라로 이어질 가능성도 생각해봐야 한다. 그건 누가 감당할 것인지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탄소 중립 및 녹색산업 전환정책을 지나치게 안일하게 보는 경향이 있다. EU, 중국, 일본, 미국 등은 목표 달성을 위해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와 인력, 예산을 투입하며 지난 4년간 성과를 냈다.
EU는 집행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제도로 강제할 수 있는 기후위기 대응법들을 다 통과시켰다. 공급망 실사지침부터 산림벌채 기준법까지 관련 제도는 2027년 가시화된다. 유럽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에게는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2023년 기준 EU는 우리나라 수출액 비중의 10.8%를 차지한다. EU 공급망 실사지침이 내년이나 내후년에는 시행되므로 대비책이 필요하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 추진될 수 있는 해외오염관세법도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1기 트럼프의 공약 이행률은 20%에 불과하다. 한국 언론은 트럼프와 관련해 과잉보도하는 경향이 있다. 저간의 사정을 파악해 우리는 중심을 잡고 전략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트럼프의 미국뿐 아니라 중국, EU, 일본도 있다. 세계 각국의 사정과 정책 방향을 고려해 우리 전략은 어떠해야 하는지 방향을 설정하고 토론해야 한다. 타임라인을 촘촘하게 설정하고, 시행 전까지 세부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미국의 IRA처럼 한국 정부도 세액공제, 산업전환 특별법, 중소기업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패키지로 묶어 대응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민사회 진영도 스스로 전략을 짜고 있어야 한다. 생각보다 정말 디테일하게 준비해야 된다.
박성국 연구위원(좌장): 트럼프의 시장주의 강화와 자국 우선주의는 쌍생아라는 지적은 의미 있는 지적이다. 규제가 필요한 자국 우선주의와 규제 완화라는 시장주의 강화는 언뜻 모순된 듯 보이지만, 트럼프 1기 시대에 나타났던 흐름이기 때문이다. 당시 자국 우선주의와 시장주의 강화는 새로운 규제의 제정을 통해 만들어졌다. 트럼프 2기에는 일론 머스크가 정부 효율화 위원장을 맡으면서 사회정책, 환경정책, 행정조직 등의 ‘규제 완화’를 급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한편으로 불법 이주민 추방정책, 관세부과와 같은 ‘선별적인 규제’가 새로 만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자국 우선주의와 시장주의 강화가 공존하는 트럼프 정책은 한국 정부에도 영향을 줄 것이다. 이에 대해 노동시민사회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황선자 부원장: 이미 말씀드렸던 바와 같이 국가의 신속한 정책 마련과 다양한 차원에서 노사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 노동조합은 정책 수립과정에 참여 및 사회적 대화 의제로 요구하고, 시민사회 및 지식인 그룹과의 연대를 통해 공동 대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 노동·시민사회와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의 경제·통상 정책 변화로 한국 기업과 노동자가 피해를 입게 될 경우, 같은 요인으로 피해를 받는 미국 노동자, 기업, 주 정부 등와 협력해 미국 정부를 압박하는 방안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기후위기 대응은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한 대응이다. 빨리 준비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취약계층과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에 따른 영향 또한 마찬가지이다. 노동·시민사회진영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이 우리 산업 및 일자리를 비롯한 전체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정부가 실태를 파악하고 빠르게 대응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그리고 노조는 탄소중립 정책과 정의로운 전환정책의 지속적인 추진을 요구하면서, 중앙, 지역과 산업, 사업장 단위에서 정의로운 전환 파트너십 구축과 ESG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 우리의 관심은 결국 국내 일자리이다. 정부가 준비되지 않는다면 노동시민사회가 이를 요구하고 준비해야 한다.
이유진 소장: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중소기업 탄소중립 지원방안을 만들었다. 이런 게 다 충격이다. 전환 충격이다. 누구에게는 기회가 되지만 충격을 받는 사람들이 있다. 충격받는 사람들에 대한 안전망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우리는 그저 교육과 설명회 정도로만 대응한다. 이걸로는 안 된다. 전환적 과제들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대응 방향과 관련한 타임라인을 잡아야 한다. 최근 한국 정부의 정책이 실종됐다. 그나마 국회가 제대로 작동한다. 국회의원들이 뭘 해야 하는지 알고 움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저희도 자료를 엄청나게 보는데 노조도 그렇게 해야 한다.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내용들이 쏟아지고 변수도 많다. 한국노총 산하에 싱크탱크를 만들어 세부적인 전략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노조 안에서도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내용이 설정되면 어떤 조건에서도 대처할 수 있다. 외부단체와의 협력을 바탕으로 여러 대안을 구축해야 한다.
Ⅴ. 맺는말
이 글에서는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공급망과 기후정책 전망’ 좌담회를 바탕으로 한국 정부 및 노동시민사회의 대응 과제들이 제시되었다. 집권 초기의 정책 혼선을 빚었던 1기 트럼프 정부와 달리, 2기 트럼프 정부는 집권 1년 내 공약한 정책을 강하게 추진할 것이다. 핵심은 중국 의존도가 높은 글로벌 공급망의 재편을 강하게 추진하는 한편 미국 내 제조업 일자리 확대를 위한 해외 공급망에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트럼프 재집권 초기, 석유·천연가스·석탄·원자력 등 전통적 에너지원의 규제 철폐와 생산 확대가 추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 재편은 물론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 및 친환경 정책이 후퇴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반도체 생산 및 주요 수요처와 서버회사들은 2030~40년까지 RE100을 바탕으로 탄소 배출량을 40%~50% 감축하는 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의 산업 및 기후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폐지 여부를 두고 트럼프 측근 그룹과 공화당 내 의견 또한 엇갈리고 있다. 따라서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산업전환 및 재생에너지 정책이 상당 기간 유지 또는 공존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건은 규제 완화라는 시장주의와 미국 중심주의라는 규제 요소의 모순된 조합이 실행 가능한 정책으로 구현될 수 있을지이다. 현재로선 2기 트럼프 정부가 모순된 정책을 어떻게 조합할지,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다.
그렇다면 한국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단기적으로는 첫째, 정치권이 명확한 기조와 원칙을 세우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둘째, 앞으로 트럼프 정부와 협상을 하게 되면 한국 정부는 국내 고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셋째, 정부는 국내 생산 공동화 방지와 양질의 일자리 유지를 위한 정책 수립과정에 이해관계자인 노동계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 중기적으로는 첫째,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해석하기 어려운 정치·안보 구조의 큰 변화를 고려해 한국 정부는 전략적으로 균형외교를 지향할 필요가 있다. 둘째,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시절부터 나타난 퍼주기식 대미협상과 태도에 대해 성찰할 필요가 있다. 셋째, RE100 산업 클러스터 구축, 미국의 IRA처럼 세액공제, 산업전환 특별법, 중소기업 지원 등 다양한 대책을 패키지로 묶어 종합적인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노동시민사회는 무엇을 해야 할까. 공급망 차원에서는 미국의 대중국 제재 확대에 대비해 정부에 한국 기업과 노동자들의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요구해야 한다. 또한 국내 생산 공동화 방지와 양질의 일자리 유지 및 창출을 위한 정책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한국의 노동시민사회는 미국 경제통상 정책 변화로 피해를 입는 한국 기업과 노동자를 위해 미국의 노동시민사회와 연대해 미국 정부에 압박을 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더 적극적으로 중앙과 지역, 산업과 사업장 단위에서 정의로운 전환 파트너십 구축과 ESG의 전략적 활용이 필요하다. 트럼프 정부가 2025년 1월 20일에 출범하는 가운데 한국 정부와 노동시민사회가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끝>